자신만의 종교가 옳다는 생각, 대중 지지 못 받아
자기성찰이라는 것은 자기와의 소통이고 진리와의 대화·부처님의 깨달음을 갈파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린다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김대선 교무.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따른 종교계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같은 종교 안에서도 진보와 보수가 서로 충돌하며 사회통합과 공동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개인·단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나 공정한 사회 지향을 망각하고 있는 세태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사회 통합의 조건과 공정한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해 이웃종교의 지도자들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 본다.
이번 호에서는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김대선 교무가 불교역사박물관에서 포교원장 혜총 스님을 만나 '공동선 가치 회복의 지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교적인 입장은

김대선 교무 기본적으로 불교는 개인의 영성을 맑히고 정진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을 지향한다. 현실의 세계는 자리이타보다는 타인을 억압하고 지배하고 자기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의 불공평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것인가.

혜총 스님 부처님의 깨달음을 갈파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린다. 부처님은 사람을 위주로 한 것이 아니고 존재의 모든 것을 하나로 보는 동체대비의 마음을 가졌다. 모든 존재들은 부처가 될 수 있다. 깨닫지 못하면 고통의 세계요, 깨달으면 고통이 일소된다. 불성은 평등하다. 지위가 낮고 높음이 없다. 모든 존재는 귀한 것인데 이런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나라는 상을 앞장 세우고 폄하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지위 고하가 없는 자리에서 현상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최근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딸을 다른 경쟁자를 배제하고 특채한 것은 불성에서 보면 잘못 된 것이다. 이래서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약자를 강자로 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김대선 교무 무상보시는 종교가의 미덕이다. 그렇지만 약자들은 주는 것을 무작정 받는다. '또 주겠지'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교당에 있다 보면 받은 사람이 계속 찾아와 달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약자들의 자각도 필요하다. 지혜가 어둡고 전생의 업이 남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자각을 통해 갱생을 추구해야 하는 면이 있다.

혜총 스님 성직자는 진리의 말을 전달한다. 불교에서는 개나 소·말·파리를 보면 보리심을 내라고 말한다. 좋은 생각을 내라는 말로 언젠가는 미물들이 이 뜻을 알아들을 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옛 경전에 '소가 풀을 뜯다가 부처님 경전을 한 번 콧김에 넘겨도 소 몸을 버리고 천당에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인의 말씀을 한번 접하게 하는 것도 큰 공덕이다.
약자들은 인과적으로 볼 때 가난하고 어리석고 나약한 원인이 있다. 불교에서는 이런 약자들의 원인을 찾아주는 곳이다. 현실에 가난한 원인을 바로 보게 하고 그 과를 달게 받도록 인도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인과응보를 확실히 터득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불생불멸의 진리다. 나도 17세 때 작은 키를 키우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키가 성장하지 않자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서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받고 있는 이 현실은 과거 나의 생각·행동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와 종교편향에 대해

김대선 교무 최근 열린 국회 청문회를 보면 공직에 임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사회 전반이 경제·사회·문화적인 성숙으로 많이 나아졌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분이 요청된다. 또한 고위공직자들의 종교편향 정책도 사회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혜총 스님 중생으로 태어난 이상 이런 일은 계속 될 것이다.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고 인정만 해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옥석만 잘 가려도 선진국이 빨리 될 것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을 돌팔매하는 자신을 살펴 봐라. 자신의 모습도 정말 양심적인지 돌아볼 때다. 고위직에 있을 수록 종교정책에 있어서 편향적인 사고를 가져서는 안된다. 내 종교도 위대하지만 상대방의 종교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종교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의 종교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자신만의 종교가 옳다는 생각은 세계화, 다양화된 사회에서 더 이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특히 자신이 가진 현재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다른 종교를 간섭하고 심지어는 강요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국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다. 시대가 이렇지만 역설적으로 종교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고위 공무원이 개신교를 믿든 천주교를 믿든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종교의 참된 진리를 내면화하지 못해 종교편향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래서 종교부재라 말할 수 있다.

―자기 성찰을 통한 사회통합의 방향은

김대선 교무 소통과 대화 부재 시대에 창조적인 생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 성찰이라는 것은 자기와의 소통이고 진리와 대화다. 불교는 다양한 종교문화를 가지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템플스테이도 자신과의 대화 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자 사회통합에 좋은 콘텐츠라 생각한다.

혜총 스님 한국 사회가 경쟁과 성장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메말라졌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연에 회귀하려는 마음을 다 가지고 있다. 절이 위치한 곳이 산이다 보니 물이 흐르고 온갖 짐승들이 산다. 도시의 경쟁사회에서 나와 산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인가를 참구하면 자연 내면이 정화된다. 스님들의 일과를 따라 아침 예불, 좌선, 공양 등을 체험하면 이 얼마나 좋겠는가. 밖으로만 향했던 눈으로 자신의 내면을 비춰 보는 것만 해도 행복은 찾아온다. 세속으로 치닫는 삶을 살다가 보면 잃어버린 근본을 찾으려 한다.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템플스테이이다. 외국인들이 너무 좋아 한다.

―남북관계에서 종교인의 역할은 어떻게

김대선 교무 한국 5대 종교 성직자들이 8월27일 밀가루 300톤을 전달하기 위해 방북했다. 교착 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 넣기 위한 작은 노력이었다. 최근 이산가족상봉 추진과 적십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관계도 사회통합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남한 종교인들은 남북통일을 위해서 어떤 기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경제·민족의 3대 공동체를 주장했다.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면 한국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혜총 스님 남한의 종교인들이 잘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위정자들이 마음을 정말 비워야 한다. 민족이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북 당국자간에 터 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남북 분단이 계속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남한의 인도적인 지원을 겸허하게 받는 북한의 자세도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인도적 지원을 받는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자존심이 너무 세고 열등의식이 높은 것 같다. 주고 받는 가운데도 도가 있어야 한다. 받는 입장에서 넉넉한 마음이 없고, 우리의 지원을 너무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과 북이 지금은 견해가 달라 일시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하나였던 민족이다. 불교계는 신계사 복원, 남북한 동시법회 등 남북교류에 많은 기여를 한 경험이 있다. 다양한 종교행사나 문화교류를 통해 정치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하는데 우리 불교계도 작은 힘을 보태겠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