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교화의 1번지, 지금은 출장법회중(?)

▲ 교도들이 간절한 마음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제원교당(교무 이정오)으로 가는 길목은 10월의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연분홍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코스모스 꽃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눈인사를 하느라 교당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다.

출장법회

제원교당은 56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충청도 교화의 1번지요 문열이다. 종가집인 셈이다. 정유진 대호법의 공덕으로 유성·옥천·대전·추부·영동·금산교당을 낼 만큼 초창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충청도 교화의 성지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3일 교당에 도착하니 숲속 산장속에 있는 듯 고즈넉해 보였다. 제원교당은 올해 인사상의 사정으로 이 교무가 매주 일요일마다 출장법회를 보고 있다. 이번주는 10월 첫주 월초기도법회. 교무가 상주하지 않은 탓인지 교도들이 법회 전에 교당 도량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쓸며 법회를 준비했다.

이 교무의 주례로 경종소리가 울리고 법회가 시작된다. 입정후 기도문을 올린다.

"저희 제원교당 교도님들이 가는 곳마다 감사와 은혜의 인연이 함께하고, 사은님의 따뜻한 윤기가 건네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온함과 충만함을 전해주게 하옵소서. 그리고 지금 병환중에 계신 우리 교도님들은 몸이 불편하더라도 병고에 마음만은 뺏기지 않도록 하시어 영혼이 부드럽고 밝아서 남은 업장을 거뜬히 뛰어넘게 하소서. 지금의 역경을 통해 진급할 수 있도록 법신불사은님의 자비로운 은혜와 위력으로 지켜주시옵소서."

일심을 모아 기도문을 올리는 교도들의 모습은 제원교당의 역사가 그대로 묻어난다.
개천절인 이날 법회에서 이 교무의 설교가 이어졌다. "개천절에 우리가 의미있게 살아야 될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대종사님의 정신임을 일깨운다.

이 교무는 "대종사님도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장차 이일을 어찌할꼬'하는 의문으로 깨달음을 얻으셨다"며 "대종사님도 이 법대로만 하면 부처가 되겠다고 자신했다"고 설교한다. 요즘 세상은 모든게 드러난 세상이기에 실질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음도 인지시켰다. 그는 "앞으로 오는 세상은 모두가 부처님 같은 마음으로 그 법을 받아서 실천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교당을 열어놓고 닫아버리면 큰일이다. 그래서 우리 제원교당 교도님들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교당이 교무 인사를 단독으로 받지 못하고 출장법회 형식으로 지켜온 속사정을 넌지시 담아냈다. 이 교무는 교구의 청소년과 합창제 지휘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 설교하는 이정오 교무.

쓸쓸한 교당, 교도들의 속내

법회후에 교당 요인들과 차한잔을 나눴다. 자연스럽게 출장법회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공상희 교도회장은 "교무님이 상주하지 않으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어려움도 따르는것 같아요. 이 교무님은 교구에서 중차대한 일을 많이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명선 교도도 "제원교당은 오랜세월 동안 대체로 나이드신 교무님이 많이 발령을 받았다. 젊은 교무가 와서 교당에 활력을 주면 좋겠다. 지금 이 교무님이 교구 일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교당에 전일하지는 못하지만 쾌활하고 밝아서 좋다"고 교무님 자랑을 잊지 않았다. 교도들이 열번 순교하는 것 보다, 교무가 한번 가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잠자고 있는 교도들을 독려하는 데는 젊은 교무가 기동력도 있고 활동성이 따른다는 것이다.

제원교당의 역사와 함께한 이운선 교도는 "우리 교당은 정년을 앞둔 교무님들이 많이 와서 대체로 건강이 안좋으시고 활동도 약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교도들은 줄었다. 교당에 젊은 사람이 없다. 법당도 지금은 몹시 추운 상태다. 교당 신축이 필요하다. 젊고 건강한 교무가 에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도 교화의 시원인 제원교당을 남의 일처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바쁘다 바뻐' 교무님

교도들이 이 교무에게 전화할 때 첫 물음이 "교무님 지금 어디세요"라고 묻는단다. 김명선 교도는 "교무님이 명랑하시고 친절한데 교당에 안 계시니까 쓸쓸하고 교당이 빈집 같다"고 토로한다. 교당은 교도들에게 친정집과도 같다. 언제든지 교당을 가면 어머니처럼 반겨줄 교무가 상주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운선 교도는 "시골 사람들은 교무가 세정을 알아주고 싹싹하게 대해주어야 교화가 된다. 이 교무님이 왔을때 처음에는 점심을 해드렸다. 반찬도 해 날랐다. 그런데 교당에서 살림을 하지 않으니까 음식이 줄지 않아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해오지 않게 됐다. 교당에 오면 왠지 먼지도 더 있는것 같고 썰렁하다"고 덧붙였다.

교도들의 이야기를 이 교무는 바늘방석에 앉는 심경으로 들어야 했다. 그는 젊은 교무답게 "내가 쓰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어떤 주어진 일에도 그 에너지를 다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출장법회의 희망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한계가 있었다. 교구 일이 부분이라면 교당일은 전체다. 나는 죽어라 해도 교구와 교당에 미안할 뿐이다. 처음에는 보람이 있었지만 이제는 힘이 빠지고 지쳐가는게 사실이다"며 "내년에 교당에 상주하는 부분을 교구에서 논의중이다"고 밝혔다.

이야기 도중에도 이 교무는 내내 시계를 바라봤다. 오후 1시30분에 교구에서 전국원음합창제에 나갈 대전충남교구 지휘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휘도 버거운데 이 교무는 제원교당 교도들을 10일 행사에 중앙총부로 안내하고 살펴야 한다. 연로한 교도들을 모셔야 하기에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이런 바쁜 일정속에서도 이 교무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긍정의 힘이 그의 에너지임을 엿볼 수 있었다.

총부에서 교무가 왔다고 교도들은 극구 점심을 대접한다. 메뉴는 이 지역의 명물인 인삼을 넣은 어죽이었다. 교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운선 교도가 아무리 바빠도 "식혜 한잔은 드시고 가라"고 말한다. 이 교무가 "40명의 합창단원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간절한 눈빛에 손을 들고 만다. 한국의 단아한 종가집 마당이 있는 이 교도의 집은 정겨웠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식혜와 배를 깎아낸다. 그 바쁜 와중에도 식혜에 잣을 띄웠다. 정성심이 묻어났다. 이 교도는 그저 교무님이 집에 방문해 준 것 만으로도 영광인듯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바쁜 이 교무와 바쁜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목에 다시 코스모스를 만났다. 가을 하늘아래 코스모스는 저렇게 활짝 웃고 있는데 "교당이 쓸쓸하다"고 말하는 교도들의 말이 자꾸 마음에 밟힌다.
▲ 법회 오는 교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도량청소를 하는 교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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