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선 6개월 매일 공부하는 순서

정기훈련은 '법의 훈련'이며,'서로서로 훈련'이다. 하선(夏禪)·동선(冬禪)이라는 용어로만 보면 전통 불교식 출가선원 체제를 취한 것이지만 그 훈련과정을 보면 주로 화두를 간하는 무문관의 선방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불법연구회규약〉의 '동하6개월에 매일공부하는 순서'를 보면, "주야 24시내에 8시간은 잠자고 8시간은 공부하고 8시간은 육신을 운동하여 정신도 소창하며 모든 동류(同類)로 더불어 각항 의견을 교환하기로 함"이라 하여 엄격한 규율에 비하여 충분한 취침 시간, 운동 및 소창 시간, 동지간 의견교환의 시간 등이 주어진 것을 보면 일과는 상당히 여유로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8시간의 공부를 보더라도 "오전 2시간은 좌선하고, 2시간은 취지·규약·경전을 연습하고, 오후 2시간은 일기를 하되 시간을 대조하여 기재하며 응용하는데 각항 처리건을 기재하며 어떠한 감각이 있고 보면 감각된 사유를 기재하며, 또 2시간은 문목의두를 강연하기로 함"이라 하고 있어 좌선, 경전, 일기, 강연을 기본 과정으로 하여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초기 정기훈련은 '염불'과 '회화'가 포함된 6과정이 주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기의 경우 서식에 능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 '염불반'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였다.

현재 원기21년 하선부터 원기25년 동선까지는 〈선원일지〉가 남아있어 당시 훈련상황을 좀 더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원기21년 하선의 경우, 입선 첫날 오후 선원임원을 선정하고 결제식 후, 다음날부터 훈련이 진행되는데, 이 날 학습상황을 보면 "4시 반에 기침하여 5시 반까지 좌선하고 8시부터 11시까지 경전공부하고 오후 2시반 부터 5시까지 독서 및 교무 설법이 있었고, 8시부터 9시까지 대각전에 남녀 합석하여 염불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좌선, 경전은 대체로 매일 기본 일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오후와 저녁시간은 융통성있게 운용되고 있다. 오후 시간은 처음에 독서를 주로 하다가 12일째 되는 날 '일기 방식'을 가르치고 이후 '일기 기록'과 '일기 감정'을 계속 반복 하고 있다. 저녁시간은 처음 10일간은 염불, 이후 10일간은 회화, 다음 10일간은 강연으로 진행되고 이후에도 염불, 회화, 강연을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회화의 경우도 토론식이라기 보다 한 사람씩 자유주제를 정하여 순서대로 하는 발표식이었다.

6과정 이외에 예회, 야회, 단회, 그리고 천도재, 기념일 등도 참여하고, 대청소를 하거나 예방주사를 맞기도 하였고, 휴식을 취하거나, 하루 '원족(遠足)'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행사때는 대종사 혹은 선원 교무의 '수시설교(隨時說敎)'가 이루어졌다. 한편 원기25년 동선부터는 해제를 앞두고 며칠간 '성리문답'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원불교사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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