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승한 교도·
    안양교당(논설위원)
매년 10월1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노인의 날 (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이다. 이 날은 노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고 그 동안 애쓰신 어르신들을 잘 돌봐드려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를 고취시키기 위해 1990년 빈에서 열린 제45차 유엔총회에서 결의하고, 1991년 10월 1일 전 세계 유엔사무소에서 제1회 세계 노인의 날 행사를 거행한 후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므로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여 지키고 있는 법정기념일이다.

올해 세계노인의 날에 즈음한 관심사 중 하나는 최근 20년 동안에 세계 인구 구성이 급격히 노령화 되고 있는 현상으로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UN에 따르면 현재 열 명중 한 명이 60세 이상 노인으로 2050년에는 다섯 명 중 한명이, 2150년에는 세 명중 한 명이 노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노령화가 빨라서 현재 약 11%인 65세 이상 인구비가 2040년에는 32.5%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려하는 것은 15세에서 64세까지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어른신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 즉 노인부양지수가 높아지고 이와 동시에 노인의료비 같은 사회적 비용의 증가이다. 뇌졸중, 치매를 포함한 노인성 질병이 늘면서 2009년 우리나라 노인의료비는 전 국민 의료비의 30% 이상을 넘어섰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국가적 과제이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어르신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우선 간절히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분들은 버는 돈의 많고 적음에 개의치 않는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감당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한다. 그러니 50대 중후반에 정년을 맞이하고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부르기엔 아직 젊다고 느끼고 자손들에게 기대지 않고 더 오랫동안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또한 건강하게 오래 사는데 관심이 높아졌다. '노년의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겉으론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어르신이 많아졌다. 그러나 한편에는 고령화의 그늘이 심각해서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서 최고이며, 노화에 따른 신체변화와 질병에 대하여 민감해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전문가와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렇게 '나이 듦'에 대해 현격히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먼저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 변화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나이 들면서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신체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마음의 눈(心眼)을 밝히고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행동을 신중히 하라는 일종의 계시(啓示)이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노년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과거를 지울 순 없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무엇이든지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서러움, 아쉬움, 억울함이 있다면 털어버리자. 과거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한 상황에 얽매이지 말고 무언가 보람되고 누군가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 누구나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6년째 뇌졸중으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 8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일을 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대신에 불편한 몸으로 기꺼이 살림을 꾸리고 손자 손녀들을 돌보고 있다. 바쁘고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지만 매번 행복해하고 즐거운 표정과 자신에 차있는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노인의 날이 있는 시월에 어르신들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사회 발전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교단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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