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배 한겨레중ㆍ고등학교
'살며, 배우고, 생각하는….' 나의 삶이 의미 있어 행복하다. 아무리 몸이 고되고 힘에 겨워도 하나 하나씩 살펴보면 조금 조금씩 성장해가는 우리 아이들의 몸씨, 말씨, 마음씨를 보면서 선생으로서의 삶에 보람이라는 큰 의미를 느끼면 새로운 힘이 솟는다.

아마 10년전 처음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늘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리 선생이라 하지만 아직 철없고 세상을 배워나가던 젊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우리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어리숙하여 조금씩 깨쳐나가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늘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것은 바로 선생으로서의 바른 가치관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우선으로 하기 보단 내 자신부터 성숙한 선생이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난 늘 생각이 많다. 늘 고민한다. 그리고 성현들의 말씀과 진리의 가르침에 귀기울이고, 특히 학교 현장의 선배 교사에게 많이 배우려 한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에 부끄러움이 든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도 늘 생각한다.

개교 이후 해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 종주를 한다. 크고 깊은 산인 만큼 배움의 기회도 크겠지만 늘 걱정도 같이 한다. 코스에 따라 40~55km에 이르는 긴 여정의 산행을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해낼수 있을까. 코펠, 버너가 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아이들이 산에서 밥이나 지어먹을 수 있을까 말이다. 코펠보다는 밥지어먹는 그릇, 버너보다는 불켜는 것, 채반을 소래라고 해야 알아듣는 아이들이다. 배낭메는 법, 등산화 신는 법도 한두번 얘기해서는 알아 듣지도 새겨듣지도 않는 아이들인데,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쩜 그리도 산을 잘 타는지, 같이 산행하고 있는 타학교 고등학생들은 응급구조대에 실려나갈 때 우리 아이들은 어느 선생님보다도 쌩쌩하고 즐기며 다닌다. 걱정과는 전혀 다르게 잘 해낸다.

문제는 산행을 시작할 때의 의지와 태도이다. 첫날 산행으로 노고단을 나설때면 여기 저기서 투덜투덜, 서로 티격태격, 한쪽에선 징징 참으로 걱정된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날 저녁쯤되면 서로 즐기고 나누는 모습을 보게되고 인솔하는 선생님들과 산친구가 되어있다. 참 기특하다.

마지막날이 되면 질서도 정리도 서로 챙김도 잘한다. 심지어 종착점에 있는 식당에서 스스로 나서서 일손을 도와주어 식당어머니가 미안해 할 정도다. 해준 만큼 교육의 기회를 준 만큼 변화하고 성숙해가는 우리 아이들, 참 이쁘지 아니한가!

우리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다. 나를 매순간 긴장하게하고 성숙하게 한다. 그렇게 배움의 기회를 준다. 요즘 들어선 우리 아이들이 참 이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우리 아이들.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우리 아이들. 귀한 하늘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면 난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것이 아니라, 늘 내가 배워왔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에게 '넌 딱 선생체질이야'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생각해보니 '난 딱 학생체질'인듯 싶다. 늘 살며, 배우고, 생각하는 삶의 학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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