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선 서울 유스호스텔 대표
▲ 박경조 대한성공회 주교

 

 

 

 

 

 

 

 

 

 

 

 

 

본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공동선과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종교 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슬람교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최진선 교무와 박경조 대한성공회 주교가 만나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있는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불교가 미국의 신학생을 불러 공부를 시키고 


            원불교도 그렇게 하면 재미있는 세상이 될 것 "

박 주교는 1975년 10월 성공회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1970년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2004년부터는 대한성공회 4대 서울교구장으로 활동해온 박 주교는 교회의 사회참여와 에큐메니컬 운동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종교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4대강

최진선 교무 : 걷는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는데 보니까 걷는 운동만 많이 한 게 아니라 평소에 다른 운동도 많이 해왔더라. 영성운동도 하고 환경운동도 많이 했는데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종교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박경조 주교 : 종교인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거리에 나설 수 없지만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울분도 느낀다. 개발지상주의로 인한 피해와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람들만으로는 안 된다. 자연과 함께 모든 생물들이 어우러져 사는 함께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니겠는가.

지나친 인간중심의 사고가 기독교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것은 성서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됐다. 앞으로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돼 인간이 물질만 많이 가지면 행복해진다는 사고는 잘못됐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 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은 가장 어리석은 사업이다. 작은 미물이라도 함께 살아간다는 생명존중의 사상으로 돌아가야 우리가 오래오래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상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최진선 교무 : 때문에 현재 4대 종단과 여당, 야당 대표, 환경운동 대표가 함께 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그런 모임에서 종교인들이 주도적으로 설득하고 이미 사업이 60%정도 진척됐다고 하지만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남북문제에 있어 종교인의 역할은

최진선 교무 : 얼마전 개성에 밀가루를 전달한 소식을 들었다. 어쨌든 남북관계가 경색 되어 있고 김정은 후계 세습 등의 복잡한 문제가 맞물려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또 남북관계를 해결하고 통일을 위한 종교인의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박경조 주교 : 한반도는 크게 보면 미국과 일본이라는 해양세력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 세력이 둘러싸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우리의 노력으로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 우리 민족을 넘어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종교인은 큰 안목을 가지고 남북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큰 틀에서 해석해야 한다. 그 틀에서 본다면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며 남북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북쪽을 너무 압박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갈등만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북문제는 어떻게 보면 종교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종교든 서로 싸워서 이기라고 가르치는 종교는 없다. 서로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고 살아가라는 것이 종교의 가르침이다.

또 교회나 종교단체에서도 주민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지만 현 정부에서도 조금 더 개방을 해서 지원도 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동포라는 개념으로 대외관계 및 강국과의 관계를 남북이 함께 풀어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에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오히려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무한한 원자재와 값싼 노동력이 남한의 기술과 합쳐지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인구도 많아지면 대한민국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우리 종교인은 뒤로 손을 잡고 유화정책을 쓰면서 항상 서로 돕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사회 속 대한성공회의 활동과 역할은

최진선 교무 : 요즈음 종교인 또는 종교가 너무 물질적 가치에 치우쳐 자기 교회를 극대화 하고 종교로서 본연의 자세를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물질적 가치는 발전하는데 인간성은 메마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에서는 나눔과 섬김을,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자비와 베풂의 정신을 종교인이 앞장서서 가꿔야 하는데도 종교인들이 황폐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대한성공회는 한국사회에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성공회 교회의 활동과 역할은 무엇이 있는가?

박경조 주교 : 뼈 아픈 반성을 촉구하는 말씀을 해줬다. 1980년도 대학로교회에서 신부를 할 때 젊은 사제들과 재개발이 진행되던 상계동을 같이 간 적이 있다. 가보니 당시 재개발에 쫓겨나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곳에 교회가 들어와야 하지 않겠냐는 후배 신학생들 가르침(?)에 세계교회협회에서 어려운 사람 도우라고 준 돈에서 야학을 하고 남은 돈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가난한 지역에 조그만 집을 얻어서 신학생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나눔의 집의 시작이다.

이는 1980년대 젊은 신학생들이 당시 현실에 대해서 큰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그 지역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준 것보다는 그들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활을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 때는 이것이 정책 모델로 받아들여져 자활 프로그램으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 교회일치운동과 종교 간 대화는

최진선 교무 : 성공회에서는 1888년 람베스 회의로부터 에큐매니컬운동(교회일치운동)이 확산된 것으로 보여진다. 또 교회일치운동에 박경조 주교께서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이웃종교와 일치운동도 해야 하지만 종교간 대화와 협력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교회일치운동을 종교 간 대화와 협력으로 확장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경조 주교 : 종교간 대화와 협력에 대해서는 너무나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처음 보수적인 신앙에서 시작했지만 이웃종교의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 너무 좋은 분이 많았다. 처음엔 기독교만이 절대적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이웃종교들도 내가 믿는 종교 못지 않게 훌륭한 점들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행복을 위한 종교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웃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것이 깊은 양심의 고백이다. 특히 원불교 마음공부는 신부들과 같이 해본 적도 있다.

- 원불교와 교도들의 향후 역할은

최진선 교무 : 오랜 세월 원불교와 많은 교류를 해왔는데 원불교와 원불교 교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박경조 주교 : 한 번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계종 스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조계종의 대표적 학승인 그 스님은 성공회 주교회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더라. 진월 스님 역시 성공회의 도움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했다. 조계종도 미국의 신학생을 불러 공부를 시키고 원불교도 그렇게 하면 재미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원불교가 해외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세계 보편적 종교로서 종교의 울을 뛰어 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더불어 현실에 관심을 더 가지고 4대강사업 또는 통일문제 등 현실 속에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고민과 삶의 모습을 혁파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고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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