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대화할 때, 영성은 깊어진다

▲ 서정록 대표.
▲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 2010'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유아교육 심포지엄에서 서정록 대표가 인디언 아이들의 삶과 지혜를 강의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11년째 인디언들의 지혜를 통해 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트랜스 워킹 센터 서정록(56)대표. 그는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던 중 북아메리카 샤머니즘을 만나게 된다. 운좋게도 인디언들의 영적 지혜를 접하며 그의 삶은 바뀌고, 인디언에 몰입하게 됐다.

그는 10월30일 서남재단이 주최하는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 2010'이라는 국제 유아교육 심포지엄에서'인디언 아이들의 삶, 이제는 자연과 대화할 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지혜'를 발표해 유아기의 마음 형성을 지혜롭게 제시했다.

생명을 공경하게 하라

인디언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평생동안 계속된다. 그들의 태교는 어머니가 아이를 임신한 것을 인식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즉시 임신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그동안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깨끗이 정화하고 조용한 숲길이나 호숫가 또는 강가를 거닐며 뱃속의 태아와 대화를 시작한다.

인디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생명을 갖고 있다. 다 할 일이 있어서 왔고 벌레 한 마리, 풀 한 포기조차 결코 아무 의미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면 "바람이 부니 나무가 좋아서 춤을 춘다"고 말한다. 그렇게 모든 생명을 공경할 줄 알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하게 되고, 자신을 낮출 줄 알게 된다. 또 말씨도 공손하게 된다.

그는 "영적으로는 모두 하나다"며 "자연속에서 살아야 영성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은 자연과 유리된 삶이기에 피상적이고 관념화되기 쉽다. 수많은 생명과의 관계맺음이 약하다는 것이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삶이 영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속으로 들어갈 때 나와 너의 경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느날 백인들이 롤링선더 주술사에게 물었다. "영성이 무엇입니까?" 그는 "내 주위의 인연들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과 하나되어 행복해지는 것이다"고 답했다. 궁극의 목적은 평화와 행복이며, 평화는 공존공생하면서 한 뿌리, 한 생명임을 깨우치는 것이다. 현실속에서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관계맺는 법을 알려주라

인디언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만나는 모든 것마다 인사하고 아는 척을 해주라"고 가르친다. 옷을 입을 때도 옷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를 유도한다. 그렇게 내가 먼저 마음을 내어 아는 척을 하고 팔을 내밀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팔을 내민다. 결코 상대방이 먼저 반응해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면 관계를 그르치게 된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꽃이라 불러주니 비로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아는 척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질때 비로소 그의 영혼이 깨어난다. 아이에게 인디언들처럼 팔 벌려 세상의 존재들과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당당하게, 결코 비굴하지 않게 행동하도록 말이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다.

아이에게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할 것도 없이 어머니가 늘 아이를 사랑 해주고 칭찬 해주고 격려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절로 마음을 열고 다른 존재들에게 다가간다.

하와이의 영적인 스승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내안에 있다. 모든 문제는 우리의 무의식속에 있는 어두운 기억들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내가 만든 것이다. 그들은 아이는 어머니에게 과제를 주기 위해 온 존재다.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로 부터 자유로워진다.

가진것을 나누게 하라

인디언들이나 원주민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중 가장 엄격한 것이 '이기심'에 대한 것이다. 이기심은 가족을 분열시키고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디언 원주민 사회에서 주는 것은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받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눈다. 주는 것은 받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나눔은 받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 이런 나눔의 태도는 부모가 먼저 실천하지 않으면 어렵다. 아이들은 말보다는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가르치려 들지 마라

부모들은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래서 남보다 뛰어난 아이로 키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디언들은 말한다.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 크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아이가 이 세상에 들고 온 선물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라. 그래서 그들이 이 세상에 올 때 하려고 했던 일들을 몸과 마음으로 하고 갈 수 있도록, 가족과 이웃과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고 갈 수 있도록 해주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부모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려는 생각을 중단해야 한다. 그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인디언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요구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어른들이 하는 걸 아이가 보고 판단하도록 내버려 둔다. 관심이 있으면 제 스스로 해보도록 둔다. 부모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가 들고 온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는지 깊이 생각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가져온 선물이 무엇일까'를 되뇌여야 한다. 그 선물을 잘 꽃피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 그 선물은 때론 재능, 영적 능력, 시련, 봉사, 가족의 임무로 나타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그늘과 어둠이 생긴다. 그것은 삶의 상처와 장애가 된다. 어머니가 풀어주어야 한다. 어머니 탓임을 알고 자기 내면의 문제가 풀릴 때 아이의 문제도 함께 풀린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완전한 존재다.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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