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의 청탁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

대종사께서 이리 읍내로 가시는 중 한 부인이 보따리를 이고 황급히 가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부부 싸움하고 도망가는구나." 연유를 여쭙는 제자에게 "그 여자 뒤에 남편의 기운이 추격하고 있다"고 하셨다.
또 예회에 참석한 교도가 곧 죽을 것을 아시고 치상의 업무를 분장하여 준비하도록 하명하셨다. 뜻밖의 말씀에 깜짝 놀라는 제자들에게 '식은 밥은 가까이서도 김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박용덕 저 〈금강산의 주인되라〉 참조)

이는 '기운'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나 대종사께서는 분명하게 보시고 말씀해주신 여러 예화 중 하나이다.

현대의 과학에서는 물질의 궁극을 '정보'와 '힘'으로 보는데, 이때의 '에너지(힘)'는 질량의 다른 모습이라면 '기'는 정보의 다른 모습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물리학에서는 질량과 에너지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존재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의 과학으로는 '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얻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대종사께서는 가끔 선방에 나오시어 남포 불을 한쪽으로 비키시고 "기운 뜨는 것이 밥솥에서 김 나오듯이 보인다"고 하시며 제자들의 기운 뜨는 것을 살피시고 그 마음을 지도하셨으며, 욕심의 많고 적음에 따라 기운의 청탁이 달라진다고 하셨으니, '기'는 반드시 있는 것이며 우리의 마음작용과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대산종사께서는 기운을 다섯 가지로 세분하여 말씀하셨다. 탐욕이 많이 일어나는 사람에게 뜨는 검고 탁한 기운, 진심(嗔心)이 많이 일어나는 사람에게 뜨는 붉고 사나운 기운, 치심(痴心)이 많이 일어나는 사람에게 보이는 아래로 가라앉고 흩어지는 미한 기운, 착심이 많은 사람에게 뜨는 한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기운, 그리고 도를 잘 닦은 사람의 희고 맑은 기운이 그것이다.

욕심이 많으면 탁한 기운이 아래로 처져서 명을 마치면 축생이나 곤충의 몸을 받기가 쉽고, 욕심은 별로 없으나 안으로 수양력이 없고 밖으로 인연 작복(作福)이 없이 아는 데에만 치우치면 그 기운이 가벼이 뜨기는 하나 무게가 없어 새나 수라보를 받기 쉽다고 하셨으니, 우리의 마음작용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이 '기운'은 죽음 이후에도 그 향방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대종사께서는 '삼대력'을 갖추면 육도를 자유자재할 수 있다고도 하셨는데, 이는 다음 27장의 법문과도 연결되므로, 다음 장에서 공부해 보기로 하자.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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