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도 공부로 만드는 묘법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
계문에 범과 유무 반성하기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 기재

▲ 부산교구 부산진교당
우리 공부 가운데 아직도 습관이 잘 안 되어서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공부가 바로 일기공부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일기법에 대하여 공부를 하여 쉽고 재밌게 일기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처음으로 일기법에 대하여 공부할 때 들었던 전설 같은 두 가지 이야기가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서 전해드립니다. 그 하나는 대산종사님께서 어느 날 사가에 오셨는데 아주 좋은 가방을 갖고 오셨더랍니다.
그래서 그 가방에 무엇을 넣어 왔는지가 궁금했고 분명 아주 귀한 물건이 들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기장 하나가 담겨있었다는 이야기이며, 또 하나는 대산종사님께서 종법사의 대임을 맡으신지 상당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 제자를 불러 '이제 소용없으니 네가 가져라' 하시며 유무념 주머니를 건넸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산종사님께서는 금은보화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일기공부를 하셨고 마침내 태조사 주머니가 필요 없는 최상의 경지를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일기법은 대종사님께서 〈정전〉 수행편 제6장 일기법에 자상히 밝혀 주셨습니다. 특히 일기법의 대요에서는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다 할 수 있는 일기법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혹 재가이기 때문에 또는 무식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대조해 봐야겠습니다.

또한 대종사님께서는 일상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①유무념 처리와 ②학습 상황과 ③계문에 범과 유무를 대조하도록 상시일기법을 제정해 주셨고, 특별히 정기훈련기간에 실천할 수 있도록 ①작업한 시간 수와 ②당일의 수입·지출과 ③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④감각·감상을 기재하는 정기일기법을 제정해 주셨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일기공부를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느 때나 할 수 있도록 제정해 주신 것 입니다. 더욱이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태조사법을 발전시켜 유무념시계가 개발되었으며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유무념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으니 우리의 발심과 시작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정말 대종사님께 감사를 올리며 일기공부에 큰 환희심을 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유무념시계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그 시계를 직접 손에 차시고 높이 들어 보이시며 미소 짓던 대산종사님 성안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때 대중 속에 앉아 눈물을 글썽였고 그날 저녁에 염화시중(拈花示衆) 미소(微笑)를 연상하며 염시계시중((拈時計示衆) 낙루(落淚)라 일기를 썼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하루 종일 공부심으로 살게 하는 일기법

우리 일기법은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일기라기보다는 하루 종일 공부심으로 살게 하는 일기법입니다. 즉 유무념의 공부 표준을 잡아야하고 하루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계획과 표준을 세우는 것이 일기공부의 시작이며 그 계획과 표준을 유념하며 대조하는 것이 일기공부 과정이라면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기재하는 것이 일기 공부 완성입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저녁심고를 올리며 마무리를 한다면 더욱 은혜로운 일기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교도님들이 저녁심고 생활은 잘하고 계시는데 저녁심고 올리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는 일기공부를 한다면 더욱 행복한 수행생활이 되고 더욱 행복한 신앙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잘못도 공부로 만드는 묘법의 일기법

또한 우리 일기법은 하루를 지내며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하고 무념했던 그 모든 것을 다 공부로 만드는 교법입니다.

일기공부를 통해 자신의 하루 생활을 자세히 돌아보며 잘 잘못을 발견하여 죄복을 결산하고 감각감상의 깨우침을 얻는 복족족 혜족족의 일기법입니다. 더욱이 일기공부를 통해 잘한 일에 대해서는 감사를 올리고 잘못에 대해서는 참회를 올리며 새 마음으로 새 계획을 세워 새 출발을 함으로써 잘 한 일은 물론 잘못한 일 까지도 모두 공부가 되게 하는 묘법이 바로 일기공부입니다.

쉽고 재밌는 각자 맞춤형 일기공부

대종사님께서는 정전에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밝혀 주시고 그에 따른 정기 일기법과 상시 일기법으로 구분하여 밝혀 주셨습니다.

다만 시대가 변하여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일기법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일기공부와 특별한 일기공부로 해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일기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상시일기법인 ①유무념 ②학습상황 ③계문대조와, 정기일기법인 ①작업시간 ②수입·지출 ③심신작용의 처리건 ④감각·감상 중에서 올 한해는 이렇게 일기공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과목을 정해서 하자는 것입니다. 즉 쉽고 재밌게 각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일기공부를 하자는 것입니다.

교화훈련부에서 법위별로 양식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으니 그 양식으로 일기공부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기공부는 하루를 돌아보는 공부입니다. 우리 교도님들은 하루를 마감하면서 반드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일기 공부의 주의 사항

그동안 일기공부를 하면서 한 가지 감상이 있었습니다. 공부심으로 잘 보낸 날은 일기공부를 통해 깨우침도 얻고 정진심도 나서 삶에 활력이 되지만 잘못 지낸 날은 돌아보면 볼수록 부끄럽기도 하고 오히려 원망심과 퇴굴심이 나서 일기공부가 싫어지고 결국 일기공부와 멀어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잘 못 된 일도 일기공부를 통하면 모두가 공부가 된다는 신념을 갖고 하자는 것입니다.

마치 부모님께서 잘난 자식도 내 자식이요, 못난 자식도 내 자식으로 여기는 것처럼 잘 된 일도 내일이요 잘못 된 일도 내일이므로 그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또한 일기공부를 통한 돌아봄의 공부가 희망의 새 출발이 되게 해야겠습니다.

평가는 결과로서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내일로 가는 과정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기공부를 통해 이뤄지는 평가는 중간평가입니다.

반드시 평가에 근거하여 새 계획을 세우고 새 출발을 해야겠습니다. 일기공부를 통해 매일 매일 새 출발하는 행복한 공부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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