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밥상머리 교육

소반은 우리 전통 식생활 문화를 잘 보여주는 주방기구 중의 하나이다. 소반은 식기를 받치거나 음식을 먹는데 사용하는 상을 말한다. 우리는 음식을 땅바닥에 놓고 먹는 것을 부끄러움으로 여겼다. 거지에게도 맨바닥에 음식을 주지 않고 작은 상이나 쟁반에 차려줬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가 되면서 소반의 자리를 식탁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는 온돌식 좌식문화가 서양식 입식문화로 변화되면서 소반 역시 우리 생활과 멀어지게 됐다.







은행나무 소반이 최고



소반은 보통 4개의 다리와 1개의 상판으로 이뤄졌다. 모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사각형은 책상반, 판이 둥근 것은 원반, 판이 반달 모양은 반달상, 직사각형으로 많은 음식을 올려놓을 수 있는 큰 상은 교자상이다. 또 12모이면 열두모판, 8모이면 팔모판이다.



소반에 쓰이는 목재는 여성들이 음식상을 들기 편하도록 가벼운 재질을 주로 사용했다. 괴목이나 은행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이다. 특히 은행나무는 탄력이 있어 흠이 잘 생기지 않고 잘 썩지도 않으며 가벼워서 널리 이용됐다. 간혹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눌린 자국이 나타났을지라도 행주로 닦아 놓으면 물기를 빨아들여 자연히 원상으로 회복되는 부드러움을 가진 나무다.



소반에 흠이 생기거나 방수를 위해 칠을 했다. 칠로 사용된 옻칠은 천연의 위장약이다. 장인들이 칠을 하다가 잘못되거나 조금씩 떨어진 것은 그대로 집어먹었다고 한다. 또 칠을 할 때는 지체와 형편에 따라 왕실에서는 황칠, 주칠, 흑칠을 해 화사하게 치장했다. 서민들은 주로 들기름, 호두기름, 잣기름이나 감물을 곱게 먹여 조석으로 행주질과 손때로 윤이 나게 했다.



통영반·나주반·해주반



소반은 산지, 형태 , 용도, 재질에 따라 수십 종으로 나눠지고 각기 명칭이 붙는다. 특히 만들어진 산지에 따라 그 지방색이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경상도 통영반, 전라도 나주반, 황해도 해주반이 유명하다. 이들은 각기 지방색이 두드러진 독특한 특징이 있다.



통영반은 조선 중기부터 이름난 소반이다. 나주반에 비해 제작이 쉬워 민가에서 널리 통용, 최근까지도 밥상의 정형이 됐다고 한다. 나전칠기가 유명해지면서부터는 상판과 운각, 다리 등에 자개로 십장생, 천도, 운학, 복(福)자 등의 무늬를 놓아 자개반으로도 유명해졌다.



겉보기에는 통영반과 비슷한 나주반은 천판에 따로 전을 붙였다. 나주 소반의 특징에 대해 김춘식 나주소반장(무형문화재 제14호)은 "잡다한 장식이나 화려한 조각이 없이 견고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며, 다른 소반과는 달리 상판 가장자리에 촉을 내어 변죽을 둘러 접합하기 때문에 상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소개했다.



김춘식 소반장은 소반을 만들 때 천판과 운각, 다리, 가락지, 족대로 구성되며 접합 부분이나 이음새 부분에는 반드시 대나무못을 쳐서 견고함을 더한다.



나주반은 화려하고 잡다한 꾸밈새보다 견고하고 튼튼한 짜임과 나뭇결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이는 투명하고 붉은 생칠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 때문이다.



해주반은 통영반이나 나주반과는 꾸밈새가 한결 다르다. 철판은 통영반과 같으나 좌우로 판자를 써서 다리로 삼았다. 천판 밑의 앞뒤에는 운각을 받쳐서 짜임새를 갖춰 중대가 없다. 대개 은행나무나 가래나무에 옻칠을 하여 윤기를 낸 해주반은 장식성이 강하여 화려한 귀족적인 멋을 풍겼다.



소반의 다양성



소반은 우리 살림살이에서 가장 성스러운 생활의 상징이기도 했다. 김춘식 소반장은 "우리 어머니들은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정화수를 소반 위에 떠 놓고 천지신명께 빌었다"고 말했다.



또 "아기를 잉태하기 전부터 첫 새벽이면 옥동자를 점지해 달라는 기도를 빌었던 상, 첫 돌이 되는 아기의 돌상, 젖이 떨어지면 조부모와 함께했던 겸상, 따로 먹는 외상, 손님을 접대하는 주안상 등 무수한 상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녀들이 조부모와 겸상을 하면서 예의범절과 상봉의 도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인성교육의 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저절로 되어진 것이다.



그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함께하는 소반의 다양성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 그 중 동상례에 대해 "혼례를 치른 새신랑이 처가 권속에게 처음으로 예를 올릴 때도 상이 함께하고, 합환주반과 기러기상, 인생의 마지막을 알리는 제상" 등 그 쓰임새의 다양함을 그치지 않았다.



현대사회에서 식탁에게 내준 소반의 자리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이에 대해 김춘식 소반장은 "출·퇴근 및 등교 시간이 다르다 보니 식사 시간도 각각이다"며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남편을 홀로 식탁에서 밥을 먹게 하지 말고 간단하게 상을 차려 안방에서 식사를 하게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현모양처가 따로 없을 것이다"는 지혜를 알려준다. 보충수업으로 밤늦게 들어오는 자녀들에게도 역시나 그렇게 한다면 훈훈한 가정이 될 것이다는 충언이다.



김춘식 소반장은 "소반 1개를 완성하기까지 3일이 걸린다"며 "통나무를 깎고 다듬고 손질하고 모양을 만들어 각각 끼워 맞춰 옻칠을 8번이나 한다"고 소개했다. 이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철저히 손으로만 한다.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여 사용했던 선조들. 일상의 도구인 소반 하나에서도 몸을 살리는 지혜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