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소통

퇴임 이후 정화여자원로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박순정 원로교무(이하 박 교령)의 일주일은 여느 원로교무와 같다. 다만 후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으로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선을 다한다. 올해 1월 원불교학과 서원관 교령으로 추대된 후 박순정 원로교무는 학교를 오고가는 학생들을 더 관심있게 지켜보며 대화를 나눈다.

10월23일 토요일 오후, 원불교학과 2학년 학생들의 부모님모시기 행사. 학부모로부터 예비교무들의 출가 당시의 이야기를 들은 박 교령은 "24편의 드라마를 본 듯하다"며 "회상의 주인공으로 키워 주어 감사하다"고 학부모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지도교무와 의논하고 교당 교무와 상의하여 불보살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이렇듯 서원관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는 박 교령은 "힘닿는데 까지 역할을 다 하겠다"는 자세로 교령직에 임하고 있다.
원불교학과 김창준 예비교무(4년)는 "교령님은 할머니처럼 편안하게 우리를 대해 주시고, 한 번씩 말씀해 주시면 마음이 안정되고 전무출신 길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교령제도의 장점을 말했다. 모인덕 예비교무(4년) 역시 "한 달에 2번 교령님을 만나는데 매번 포근함을 느껴 왠지 모를 위로를 얻게 된다"며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령제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박 교령은 매월 2회 서원관 전체 염불일기에 참여해 훈화를 하고 있다. 서원관 지도교무의 요청이 있을 때는 예비교무들의 서원지도와 상담에도 임하고 있다.

중앙총부 김이현 교령은 "교령이 되고부터 원불교신문이나 원광을 더 열심히 보고 있다"며 "교단이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기관에서 자문 요청시 응하려면 여러 가지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령은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 1월 수위단회에서는 중앙총부와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학대 서원관에 5명의 교령을 추대했다. 모두 중앙총부 인근 지역의 기관이다. 정신적 지주역할에 교령제도의 목적이 있다면 훈련기관이나 교구, 100명 이상의 교도들이 출석하는 교당 등에도 교령을 적극적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화현장 중심으로 교령제도의 확대를 위해서는 교역자 상호간의 성숙한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우려이다. 즉 현장에서는 모시려는 자세와 교령 대상자는 자력불공으로 법다움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어느 교도는 "교도들의 신앙 수행 지도, 마음공부에 대한 속 시원한 문답, 일원상 진리에 대한 갈증을 풀어 줄 스승이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교당 교무나 교구장이 교도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 해 줄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교정원 총무부에서는 "교령은 명예직이므로 활동이 자유롭고 당해 기관의 자문요청 시 자문에 응하면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여러 기관에서 교령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교화현장이나 각 기관의 요청이 있어야 교령제도를 적극 확대,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교령제도는 전무출신인사임면규정 제19조에 '법훈자와 수위단원을 역임한 이 중에서 추대하여 정신적 지도에 임하게 한다. 다만, 교령은 퇴임에 관계없이 추대할 수 있다'로 명시되어 있다. 제20조와 21조에는 수위단회에서 교령을 추대하며 임기는 3년, 교구나 교당, 기관에 명예직으로 상주할 수 있다고 7월13일 개정했다.

다양한 전무출신 제도는 꼭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있는 제도를 적극 검토하고 활용하는 일 역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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