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보다 진한 다향이 흐르는 곳

▲ 객사골 시월의 밤 행사를 진행하는 회원들.
고덕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대성교당(교무 황주원·주성균)에 들어서자 국화꽃 향기가 진하다. 자연친화가 대세인 요즘, 숲과 어우러진 대성교당은 하반기에 숲문화센터를 개강했다.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일환이다. '숲문화센터'의 로고가 말해주듯 대성교당은 숲과 집이 어우러지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숲문화센터는 화장품반, 웰빙요가반, 다도반, 난타반, 오카리나반에서 출발했다. 그중에서 꾸준히 힘을 타고 있는 것은 다도반이다. 다도반 강의는 매주 금요일에 실시한다. 저녁7시 소법당에 들어서자 원광디지털대학교 정미영 교수가 다도와 관련해 강의 중이다. 법당 한 켠에는 수강생들을 위한 차와 다식이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다. 다도반은 사단법인 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과 연결해 전통차예절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가질 수 있게 지도한다.

차는 사색의 공간
정 교수는 강의를 통해 "정신적인 유쾌함을 추구하는 다예는 천인합일과 물아양망(物我兩忘)의 경계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다"고 말한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혼자 마시는 것을 신이라고 하고, 2명이 마실때는 승하며, 3~4명은 즐겁다 하며, 7~8명이 마실때는 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교무가 '차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발표했다. 차는 건강에 이롭고 사색의 공간을 넓혀주며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예의롭게 하기 때문에 이를 즐겨 마셨다. 수양하는 승려들은 차가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없애준다고 하여 차를 많이 애용해 사원에는 항상 차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5분간의 강의를 마친 황 교무에게 수강생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바쁜 일정속에서도 모범적 강의를 준비한 황 교무의 모습에 수강생들은 감동한 눈치다.
▲ 다화-가을국화.


'객사골 시월의 밤' 행사
이렇게 다도반을 열게 된 계기도 매년 '객사골 시월의 밤' 행사를 치르면서 부터다. 처음에는 교도들끼리 조촐한 모임으로 시작했던 행사가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교도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황 교무는 "작년에 시월의 밤 행사를 준비하면서 교도들이 나포리교당에 차 응접과 관련하여 교육을 받으러 갔다. 행사를 보고 와서 크게 자극을 받고 교도들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이제는 보람과 자부심, 긍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이러한 문화 교화의 밑거름은 10월4일 열렸던 제4회 객사골 시월의 밤 행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시월의 밤 행사시 티세레모니를 했다. 일명 들차회다. 전통차, 중국차, 홍차를 대접하고 차음식도 준비했다. 의상도 전통복으로 갖추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많은 손님들을 응접하면서 교도들 각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를 치르면서 교도들은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론적 강의를 마치고 다도의 클라이맥스인 실습에 들어갔다. 오늘은 일본 말차를 실습한다. 정 교수는 "한 호흡을 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라"고 주문한다. 흉포를 열고 겸손으로 찻잔을 잡고 놓는다. 사뭇 참가자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강의를 들을 때와는 다른 공경심이 묻어난다. 마음을 챙긴다는게 이런 것일까. 느리게 진행되는 한 동작 한 동작 속에는 마음의 겸양이 그대로 향기가 된다. 어느새 다기에 연푸른 말차가 동그랗게 완성됐다. 서로 완성된 작품들을 보며 차향을 체크한다.
▲ 다도 시연을 보여주는 회원들과 황주원 교무.

다도의 매력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다도의 매력을 이야기 한다. 대성동에 사는 이향 씨는 "먼저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센터를 열어주어서 고맙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좋고 아이까지 더불어 다도를 하니 마음까지 다스려진다"고 말했다. 매주 엄마를 따라온 아들은 어느새 다도에 심취되어 초등부문 다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을 정도다. 임미경 씨도 "차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끼리 모이는 시간이 많아져 대화의 시간이 길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대성동은 지역적으로 문화적 접근이 용이하지 못해 지역주민들의 참여도가 높다. 지역교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주민과 교도들이 즐기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백은주 교도는 "처음에는 차를 편안하게 마셨는데 다도를 배우면서 예절을 배우게 됐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족들과 차로 만나게 됐다"고 언급했다. 차는 사람도 살리고 마음도 더불어 살리는 묘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황 교무가 숲과 어우러지는 교당의 풍경을 살려 만인의 휴식처로 삼으려했던 의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치적으로내가 등산객이 오고가는 길목이라 찻집 운용도 용이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원 교도는 "교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다도반에서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다. 큰 보람이다. 다도 전문가를 많이 배출해서 문화복지 교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예전에는 혼자있는 시간을 허송했는데 이제는 차를 마시면서 스스로를 정리하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김혜신 씨도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다도는 사람들에게 여유와 성찰을 맛보게 했다. 차의 물을 식히고, 차를 우려내며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깨우침의 의식으로 이끄는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밤10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밤공기가 제법 차다. 차가움이 오히려 상쾌함으로 마음을 깨운다. 다도를 통해 마음의 빛을 발견한 것일까. 밤하늘에 별빛이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
▲ 황주원 교무와 한마음인 숲문화센터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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