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두와 성리

훈련과목 중 의두와 성리가 있는데, 이 두 과목도 내외의 짝을 이루고 있다. 의두는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 이해의 일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 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한 것'이다. 의두와 성리를 함께 얘기하지만, 구분되는 점이 있어 별도의 과목으로 한 것이다. 의두는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밟은 공부인'이라는 단서가 있고, 상시응용주의사항에도 '경전·법규 연습을 대강 마친 사람'은의두 연마하기를 주의하라고 했다.

신분의성의 순서로 볼 때도 의심은 서원과 신심에 바탕하고 경전 등을 통해 공부의 방향로를 어느 정도 잡은 공부인에게 '사리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함'이 그 취지라 할 것이다. 물론 의두 연마를 좌선후 맑은 정신에 잠깐씩 들게 한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지만, 실제로 정기훈련 중에 의두 과목은 문목, 의두를 연마하여 강연의 소재로 삼았고, 상시훈련 중에는 의심건을 교무부에 제출하도록 하여 그 내용을 지도인에게 감정받도록 하였다.

〈회보〉에 '문목해결안' 혹은 '의두문목해답안'에서도 의심건에 대해 제시된 해답안을 소개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문목 혹은 의두문목은 반드시 〈수양연구요론〉의 137개의 문목이나 〈불교정전〉의 47개의 의두요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지자와 우자가 구하는 방식이 각각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공심의 원리는 무엇이며, 공심있는 자와 없는 자의 행동의 차이, 공심을 영원히 보존할 방법, 그리고 공심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말로는 어떠한가 〈회보5호〉, 동포로 인하여 받는 복과 죄는 무엇이고 어떠한 이유로 그 복과 죄를 받게 되는가〈회보49호〉 등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즉 의두 연마의 대상은 과거 불조의 화두와 〈정전〉의 의두요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과 이치 가운데 '의심나는 제목(問目)'은 무엇이든지 해당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연마한 내용을 강연 혹은 의심건의 제출을 통해 지도인의 감정을 받게 한 것이다.

성리 공부의 경우 현재 〈정전〉에서는 '우주만유의 본래 이치와 우리의 자성 원리를 해결하여 알자 함'이라고 되어 있는데, 최초로 성리를 정의한 〈육대요령〉에서는 '천지만물의 본래성과 과거 불조가 이르신 천만화두를 해결하여 알자는 과목'이라 하고 있어 공부의 대상만으로는 의두와 성리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의두 공부가 그 결과를 말이나 글을 통해서 사리간 명확한 분석을 제시하고 이를 갑을병정무로 그 연마한 정도를 감정받는 공부이며, 성리 공부는 그 해결하여 안 것이 적실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지도인의 인가를 받는 공부이다. 즉 견성의 여부는 말이나 글에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이나 지위의 고하로 대신 주고받을 수도 없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원불교사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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