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를 멸도 시키는 방법

"내가 엄동설한 찬 방에 이불도 없이 혼자 앉아 걱정에 잠겨있을 때에, 팔산이 내 뜻을 알고 매일 아침 조밥 한 그릇을 남 몰래 갖다 주어 두 때로 나누어 소금국에 먹었다." "또 어느 때에는 선운사에나 가보면 뜻을 이룰까 생각되었으나 대책이 없어 애를 태우는데, 팔산이 내 뜻을 알고 선운사 부근의 제각을 얻어서 쌀 한말과 간장 한 병을 마련해 주고 갔다."

이렇듯 대종사의 구도 시절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던 팔산 김광선 대봉도는 대각 이후 첫 제자가 되었다. 스승보다 12살이나 연상으로, 영산방언공사 때에 순시 도중 둑에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당신의 몸을 던져 물구멍을 막기도 하였다.

구도과정에서부터 회상 창립에 이르기까지 신성을 다 바친 제자의 열반에, 대종사 통곡하시며 그 간곡한 정을 표하시고, 영로를 위하여 특별 법문을 내려주시니, 곧 '업보를 멸도시키는 방법' 이다.

"첫 번째, 누가 나에게 고통과 손해를 끼쳐주는 일을 당하거든, 원망하거나 미워하며 대항하지 말고 과거의 빚을 갚은 것으로 알아 안심하라. 두 번째, 생사 거래와 고락(苦樂)이 모두 공(空)한 자리를 깨달아서, 마음이 그 자리에 멈추게 하라(입정하라)"고 하셨다.

인연과보는 구르는 눈덩이와 같다. 처음은 미미하게 시작했어도 주고받는 가운데 점점 커지는 것이 업보의 속성이다. 그 이유를 알든 모르든 고통과 손해를 당하게 되면 대부분 원망심이 나고 보복하고 싶은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것이 또 다시 원인이 되어 더 큰 업의 뭉치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주고받는 업을 끝내려면 내가 갚을 차례에 참아버리는 것이 그 방법이다. '내가 과거에 그리 했으리라'하고 생각하면 마음을 돌리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생사도 없고 고락도 없는 성품의 본래 자리를 깨달아서 항상 그 자리를 양성하는 공부를 아울러야 한다.

일시적으로 상대를 향한 원망심을 놓고 보복하지 않는다 하여도, 내 마음에 탐진치 삼독심이 남아있으면 언젠가 다시 그 싹이 돋아나기 마련이다. 마치 끓는 물을 식히려면 찬물도 가져다 붓고(사참) 계속 끓게 만드는 불도 꺼버려야 함(이참)과 같이, 과거의 빚으로 알아 달게 받고 갚지 말며 도리어 밖으로 은혜를 베풀고(사참), 동시에 죄성이 공한 본래 성품자리를 깨쳐 안으로 삼독심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이참)

이 두 가지 공부를 아울러 나아가면 정업도 차차 소멸될 것이며, 천업을 임의로 하고 생사를 자유로 할 수 있게 되어 극락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성지송학중학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