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63: 왜 지자본위가 원불교 신앙의 중요한 필요조건이 되는 것입니까?

답: 결론부터 말하면 지자본위가 없다면 원불교의 신앙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교리를 잘 나타내 주는 것이 지자본위로서 돈 많은 사람, 힘센 사람이 아니라 현명한 사람, 즉 지혜있는 사람의 의견에 따라 교리가 실천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부간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누구의 의견을 따라야 할까요? 원불교인이라면 지자본위 즉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람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자본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불교의 기본 사상은 일원주의이고 일원주의는 평등사상입니다. 그런데 조직에서 이러한 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주와 종이 있어야 합니다. 사공이 여러 명이면 배가 산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불교에서 제시한 평등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바로 지자본위인 것입니다.

〈정전〉의 지자본위의 강령에 보면 '지자는 우자(愚者)를 가르치고 우자는 지자에게 배우는 것이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니,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배울 것을 구할 때에는 불합리한 차별 제도에 끌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구하는 사람의 목적만 달하자는 것이니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불합리한 차별제도의 조목을 제시하고 지자본위의 조목으로써 '솔성(率性)의 도와 인사의 덕행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 이상의 모든 조목에 해당하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차별 있게 할 것이 아니라, 구하는 때에 있어서 하자는 것이니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논어〉제3편 팔일(八佾)에 보면 공자가 노나라 주공의 태묘에 제사의 집정으로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공자가 제사를 지낼 때 매사를 일일이 물어서 행하므로, 어떤 사람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잔뜩 비꼬는 투로 말했습니다. "누가 추읍 사람의 아들이 예를 안다고 하더냐? 태묘에 들어와서는 일일이 물어서 행하는 것을!" 이에 공자가 이를 듣고 말하기를 "알면서도 묻는 것이 예(問卽禮)이니라"하였습니다.

이는 공자가 아무리 예를 잘 안다고 해도 제사란 동네마다 다른 예법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동네에 가서 제사를 지낼 때는 그 동네의 예법을 잘아는 지자에게 묻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주지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공자님이 지자본위를 실천하신 예라 할 것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