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나물밥은 속을 편안하게 합니다"
직장인들 즐겨 찾는 단골 메뉴
들기름 간장 넣고 비벼 먹어

▲ 최영수 대표(오른쪽).
서울은 여느 지역과는 달리 가을이 깊다. 교대역에서 내려 8번 출구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간신히 방향을 잡고 계단으로 빠져나와 서초역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가로수는 늦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난다. 60m 정도 지나 서초동 하나은행 옆길을 따라 뒷 블록에 들어서자 토속음식점으로 유명한 '가원(架沅)' 건물이 보인다. 10여년 전부터 곤드레 나물밥 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최영수(52) 대표는 명동에서 냉면 전문집을 하다 쉬고 있던 중 지인의 안내로 곤드레 나물밥집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 엉겅퀴인 곤드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상태였어요. 지인께서 강원도 곤드레 나물밥집, 곤드레 나물 사는 곳을 안내 해 주었던 것이 오늘날까지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정성을 쏟는 계기가 됐죠."
▲ 곤드레 나물밥.

이곳은 주로 법원,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 일반사무실 직원들이 찾는다. 오전11시30분부터 저녁8시30분까지 끊임없이 밀려든다. 어떤 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 손님들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별 차이가 없다. 그로부터 곤드레 나물밥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젊은 손님들이 나물밥을 먹고 소화가 잘돼 자주 못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장육부가 편안하다는 것이죠. 어떤 수험생 학부모는 1년 동안 나물밥만 포장을 해 가기도 했어요. 수험생에게 때에 맞춰 데워 주었다고 해요. 항암치료로 밥을 제대로 못 드신 분이 있었는데 나물밥을 퀵 서비스로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들 나물밥을 먹고 나서 속이 편안하다고 해요."

그러나 이렇게 정착하기까지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물 조절을 잘못하면 물밥이 되거나 고두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방법을 찾게 됐다.

한번은 장사꾼으로부터 받은 말린 나물을 삶아서 보니 취나물인 것을 발견한적도 있었다. 몇 번 베어낸 곳에서 자란 질긴 곤드레 나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마음이 언짢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에게 약이 됐다.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나물밥을 맛보여 주기 위한 과정이다.

"5년 전만해도 봄에 강원도에서 곤드레 나물을 사서 친척집에서 삶아 말리기도 하고 여기에도 가져와 옥상이나 마당에서 말렸죠. 이제는 삼척에 사는 분과 계약재배를 하는 관계로 실수없이 잘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곤드레는 해발, 습도, 기온이 맞는 지역인 고랭지에서 대량 재배된다. 5, 6월 대 여섯 잎이 나올 때 채취하는 여러해살이 나물이다. 자연산은 조금씩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저희 식당으로 공급되는 것은 산속에다 씨를 뿌려 곤드레 나물산이 된 곳에서 채취합니다. 최근 들어 나물 중에서도 비싼 축에 들어가는 곤드레 나물이 매스컴에서 건강에 좋다는 방송이 나온 이후 값이 많이 올랐어요. 물론 곤드레 나물밥집이 많이 생긴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겠죠."
▲ 들기름 간장.
▲ 참나물 샐러드.

▲ 하루나 나물.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배가 고파진다. 배가 시계란 말이 있을 정도다. 상위에 놓인 메뉴판을 살펴본다. 곤드레 정식(10,000원), 백반정식(10,000원), 재첩 정식(15,000원), 암소생등심(150g, 33,000원)이다. 점심특선으로 곤드레 나물밥(6,000원), 비빔밥(7,000원), 재첩국(7,000원), 올갱이 해장국(7,000원)이다. 아니나 다를까 곤드레 정식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들기름을 섞어 밥을 한 곤드레 나물밥이 우선 눈에 띈다. 들기름 간장을 조금씩 넣고 한쪽으로 조금씩 비벼 본다. 그런 후 한 숟가락을 떠서 먹어보니 찰지다는 느낌이 든다. 입안이 향긋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계란찜, 검은콩자반, 콩나물, 생선조림, 유채 잎인 하루나, 양배추와 양파, 당근을 첨가한 참나물 샐러드, 부추와 팽이 버섯을 첨가한 불고기 전골, 시래기 된장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배고픈 시절, 곤드레 나물을 넣고 밥 양을 많아 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제는 건강식으로 즐겨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계란찜을 함께 넣고 비비면 맛있다는 분들도 있어요. 메뉴가 첨가된 것이죠. 다른 반찬들도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은 곤드레 나물밥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서민들을 힘들게 했던 IMF가 거의 끝날 무렵 한 노숙자가 밥을 달라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손님들과 같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어 1회용 도시락에 나물밥과 반찬을 싸서 그냥 드린 것이 여러 번이었다.

"전자대리점을 하다 부도를 맞아 노숙자가 된 분이었어요. 동향이라 관심을 많이 가졌죠. 용서를 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권했던 기억이 나요. 곤드레 나물밥을 볼 때 가끔 그 아저씨가 생각이 납니다."

찾아오는 손님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 그의 마음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강원도에서 경기도 부평으로 시집와 생활하다 우연한 기회에 식당업을 하게 됐지만 그의 바람은 오직하나. 모든 손님들이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편안하기를 기원한다.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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