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화, 문화적 이해로 접근하면 소통 가능

▲ 조창희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 황인철 원불교신문사 사장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과 더불어 최근 봉은사 땅밟기, 불교테마공원 대립 등 일련의 사건들이 종교계의 화합과 사회통합에 많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국사회가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와함께 도덕적 가치나 공동선은 개인의 이익과 자본 앞에 철저히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종교계가 앞장서 가장 근원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이 사회에 부활시키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 생각한다. 11월3일 종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조창희 종무실장을 본사 황인철 사장이 만나 종교간 갈등의 해법과 공동선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대담은 문광부 종무실에서 이루어졌다.

- 종무실의 역할과 정책은

황인철 사장 :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일반 국민 뿐만아니라 원불교교도들도 궁금해 한다. 다종교 사회에서 종무실의 역할과 종교 정책은 무엇인가.

조창희 종무실장 :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종무실의 역할은 '종교간 화합과 나눔 문화 확산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를 향상'시켜 나가는데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3대 정책방향으로 '종교간 이해, 협력을 통한 사회통합 추구', '종교를 통한 나눔 문화 확산으로 따뜻한 사회의 구현', '종교자원 발굴 활용으로 국격있는 콘텐츠 개발'을 들 수 있다.

- 공정한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는

황인철 사장 : 못 가진 사람, 약한 사람, 낮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기회 균등의 사회를 말한다. 정부와 종교계가 함께 나서서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만들어 간다면 어떤 것이 있겠는가?

조창희 종무실장 : 최근 정부에서도 친서민 복지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병들고 약한 사람, 지위가 낮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다 더 따뜻하게 돌봐주고 감싸 주어야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러한 일에 정부와 종교계가 힘을 모아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소외계층, 서민층에 대한 정서적 치유나 상담, 자살방지 사이트 운영, 생명의 전화(개신교), 나눔의 전화(천주교), 함께 나눔(Sharewill)운동(저소득, 실직가정, 청년실업자 대상 무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찾아가는 희망카페 운영(청소년 상담 접근성 개선), 인성 개발 지원(전통의례 및 생활예절, 인내천 사상 강좌, 선비문화체험연수) 등이 있을 수 있다.

-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문화는

황인철 사장 : 다종교 사회에서 사회통합의 키워드는 문화다. 또한 한국이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인종과 종교를 넘어 어울릴 수 있는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조창희 종무실장 : 최근 국제결혼의 증가로 한국사회도 다문화, 다종교사회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이슬람계 국가 등에서의 노동력 유입으로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가정 음악예술제, 외국인근로자 초청잔치, 다문화 가정 상담센터 운영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이 인종, 종교간 벽을 허물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화적 격차를 해소해 갈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 지원을 확대하겠다.

- 종교간 갈등을 해소할 정부 입장은

황인철 사장 :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이 종교 간 대립의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종교간 갈등은 사회나 개인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종교간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역할이 있다면.

조창희 종무실장 : 최근 템플스테이, 대구팔공산공원 조성, 울산역(통도사) 명칭 사용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이 언론에 부각되는 상황에서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종교계와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려 한다. 다음달 중 종교갈등의 해법을 찾는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종교계 원로모임 구성과 성직자간 교류 확대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웃종교와의 대화모임 활성화에도 주력하며 종교간 화합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 개신교의 자칭 영적 전쟁이 종교 갈등 유발

황인철 사장 : 최근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대구시 팔공산 역사공원조성사업 취소 압력과 10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템플스테이 지원 저지를 결의하는 기도회(영적 전쟁)를 개최하면서 종교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반면 기독교계는 근대유적지 사업을 명목으로 영천 자천교회 한옥교회당 개발, 충남 논산·강경 성지순례 코스, 광주 양림동 선교유적지 사업 등의 정부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조창희 종무실장 : 템플스테이 사업 지원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외국인에게 널리 홍보하고 국민들에게 여가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문화관광자원화 사업이다. 지원 목적과 근거는 법률(관광개발진흥기금법 제5조 제3항 9호)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순수 종교활동이 아닌 종교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문화예술의 진흥을 담당하고 있는 문광부에서 정책수요가 있을 경우 당연히 수행해야할 업무다. 유사사업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교나 기독교의 문화시설 체험사업(서원 스테이, 기도원 스테이)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템플스테이의 지원정책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한편 정책대안 제시를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향후 연구결과를 토대로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별, 사찰별 특성화 및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포함한 템플스테이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 종교적 접근보다 문화적 코드로 만나야

황인철 사장 : 정신적인 영역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이해와 소통의 부재가 현재의 종교간 갈등을 유발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앞으로 종교간 대화를 어떻게 진행했으면 좋겠나.

조창희 종무실장 : 예전에는 한국의 다종교 사회가 자랑거리였다. 한국이 근대화를 빨리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신적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민족에 비해 종교적 성향과 품성이 강하면서도 다종교를 수용하는 관용이 근대화를 앞당길 수 있었던 정신적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다종교 사회는 자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종교는 궁극적인 가치에서 하나이며 사랑과 자비, 은혜, 영적 깨달음 등 이름은 다르지만 목표지점은 하나의 길로 가고 있다. 종교학의 아버지 막스 밀러는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종교만 알고 내 것만 봤을 때는 선한 행동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종교는 문화적인 요소를 다 담고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세계4대 문명권의 기저를 보면 종교에 기반하고 있다. 문명사적으로 '타종교를 이웃종교'로 보려면, 종교적 접근보다는 문화적 코드로 이해하고 해석하면 대화가 가능해진다. 종교만 가지고 들어가면 갈등과 싸움만 일어난다. 문화가 교류하면서 발전 하듯 종교도 문화적 측면에서 교류하고 대화하면 서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종교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목으로 배정해 종교 교육을 강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것은 다문화가정의 유입과 이슬람권 결혼이민자들의 증가로 새롭게 떠오르는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다.

- 원불교, 종교간 소통과 대화에 적극적인 역할 기대

황인철 사장 : 원불교가 개교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회에서 원불교가 기여한 점도 많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다. 원불교가 한국 사회에 어떤 면을 더 충실히 해야 한다고 보는지, 원불교 교단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창희 종무실장 : 원불교는 신뢰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단운영이 다른 종단의 모범이 됐다. 교리면에서도 일방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종교의 고유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다. 특히 교육, 복지, 청소년 문제 뿐만 아니라 의료, 건강, 해외교화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개교 100년을 맞는 원불교가 한국의 4대 종교를 넘어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하길 바란다. 바람이 있다면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는 종교간의 대화와 소통에 원불교가 중재자로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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