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정사 대도정법 새 회상의 기본이라

▲ 황상운 그림
원기6년 7월에, 김남천 송적벽 등의 발의로 실상초당 뒤편에 몇 칸 초당의 건축을 착공하여 그해 9월에 완성하니 이 건물이 곧 석두암(石頭庵)이며 제법의 요람인 봉래정사가 된다.

석두암, 봉래정사
하늘이 내려오니
변산구곡 물소리를
돌이 서서 듣는구나
일원상 대도정법,
날줄로 씨줄로 엮었어라.

박중빈은 강령이 간명하고 교의가 원만하여, 모든 신자로 하여금 조금도 미혹과 편벽에 끌리지 아니하는 새 회상의 기본 교리의 초안을 완성한다.

이 때, 밖으로 승려들과 교제하며 재래 차원의 모든 법도를 일일청취하고 안으로는 제자들과 더불어 첫 교서를 초안하게 된 것이다.

박중빈은 봉래산에 살면서 평범한 생활 평범한 사람들을 사랑하므로 날이 갈수록 따르는 사람들이 불어난다.
경상도 금릉에 살다가 제자가 되어 봉래정사 길목에서 살고 있는 이춘풍 집을 들른다.

"할아버지, 쌀이나 보리나 콩과 팥이 파란 새싹을 돋아내서 열매를 맺는 것은 무슨 이치인가요?"
겨우 아홉살인 춘풍의 딸이 물어본다. 어린 딸은 박중빈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아버지의 스승인지라 할아버지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고, 귀여워. 보살께서 귀여운 말씀을 하시네. 그런데 어찌 그런 생각이 났을까?"
"감기를 몹시 앓아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종일 누워 있다가 스승님께서 들어오신 거랍니다."
소녀의 어머니가 설명한다.
박중빈은 빙그레 웃으면서 소녀를 눕게 하고 말한다.

"소녀야, 이 할아버지도 어릴 때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고 비가 내리는 이치가 무엇인가 알고 싶어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했단다. 내가 말을 해도 알아듣기는 힘들게야. 그러니 한 번 스스로 그 의심을 풀어 보도록 해보렴."
박중빈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어느 여름날, 큰 비가 내려 봉래정사 앞의 마른 웅덩이에 물이 괴었다.
사방에서 개구리가 모여들어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 소리가 그치질 않더니 웅덩이에 여러 마리의 올챙이가 꼬리를 흔들며 노닐고 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웅덩이 물이 말라가는데도 올챙이들은 신난다.
그 미물들을 보고 박중빈이 말한다.
"생명이 끝나는데도 저렇게 놀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오? 어리석은 일이 어찌 저 올챙이 뿐이겠소?"

제자들은 스승의 설법에 크게 깨닫는다.
그들의 눈에는 웅덩이의 올챙이가 인간으로 보인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그날 그날 재물이나 권세를 탐내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깨쳐주시는 스승님을 더욱 우러러 본다.

박중빈은 이렇게 봉래정사와 길룡리를 왕래하면서 새회상의 교리와 제도를 평범한 생활속에서 세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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