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국 교도ㆍ강동교당
일요일 아침,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들 깨워서 밥 먹이고 짐 챙겨서 교당 오는 게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확하게 말하면 딸애를 중학교 입학시키면서 매주 일요일 함께 교당에 가는 일상이 이제는 아내와 둘만이 교당에 가는 일상으로 변해 버렸다. 아침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애들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 다니는 딸은 추측하건대 밤새 리포트를 작성한다고 컴퓨터와 씨름 했을 것이고 아들 녀석은 늦은 학원 수업마치고 곤한 아침잠에 빠져 있으리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아내와 둘만 교당에 오다 보니 이제는 교당은 부모님만 가는 곳이라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4축2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으려고 무슨 이유로든지 그 당위성으로 나를 이해시킨다.

그러나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내 아이들부터 교화현장에 서서히 동참시키려는 것이다. 사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 10시 이후에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는 아이들을 일요일 곤한 잠에서 깨우기는 쉽지 않다. 입시경쟁에서의 스트레스를 교당에 가서 법회 보면서 날려보라고 하기엔 왠지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결국 나의 이러한 개인적 생각이 최근 교화 정체에 한 몫을 담당하였다고 자책도 해 본다. 이러한 나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우리 교단의 30대 40대 세대의 공백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 동안의 교단 차원에서 그리고 교당내 에서도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고 본다.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전개되는 다양한 노력에 나름 동참하는 의미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청소년 관심을 유도하자.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일상을 잠시 풀어 놓고 문화와 놀이를 즐기며 신앙생활을 겸할 수 있도록 해보자. 힙합이면 어떻고 다이어트 댄스면 어떠랴. 법당에서 성가 음악으로 청소년을 춤추게 할 수는 없을까? 그들의 현재 놀이문화와 원불교의 청소년 교화실상에 있어 괴리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청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문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겁고 엄숙하게만 느껴지는 법회보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법회가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실한 것이다.

둘째, 대학 내 원불교 동아리를 적극 지원하자. 최근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 내 종교와 봉사관련 동아리 회원이 감소하고 있다. 영어회화 등 취업에 관련된 스펙쌓기 동아리 회원은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취업전쟁의 상황 속에서 원불교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학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 대학 내에 원불교 동아리와 새로 결성되는 동아리 창립을 지원해주자.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아직 원불교 동아리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설사 원불교 교도일지라도 4년 이상 취업전쟁과 맞서 법회를 멀리 한다면 이 또한 세대 공백의 요인일 것이다. 대학생들의 주요 관심사인 스펙쌓기와 원불교 동아리와의 접목을 추진해 보자.

셋째, 교구·지구별 청년합동법회를 추진해 보자. 교당의 대학생, 청년교도의 법회 참석 현실을 교단측면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암울하다. 지구 청년 대학생 합동법회를 통하여 교당별로 지구별로 단합되는 모습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보자. '1+1=2'이지만 2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교당차원을 넘어 지구차원으로, 그리고 교구차원으로 좀 더 가까워지고 다수가 같이 고민을 할 때 그 고민의 흔적을 바탕으로 원불교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화 정체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 교단의 미래를 위해 변화의 바람이 절실하다고 느끼면서도 현재의 습관을 바꾸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교단의 현실을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인가?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 부터 바꾸어 보자. 밝고 희망찬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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