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육 필두로 의·생명분야 특화"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관리 방식 개선 중요
국내외 인적교류, 학술교류 범위 넓혀 나갈 방침

정세현(65) 전 통일부 장관이 원광대 제11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정 총장 선임자는 대내·외적인 경쟁력 강화는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학내 소통과 학내 연구 풍토 조성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11월24일 정 총장 선임자는 본사 육관응 편집국장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모 식당에서 만나 원광대학교의 발전방향에 대해 1시간동안 대담했다.

-원광대학교 제11대 총장 선임자가 되셨다. 그동안 총장 선임방식과는 다르게 선출됐다. 그래서 총장 선임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 않나 생각이 든다. 총장 선임자로서의 다짐 또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동안 착실히 성장해왔던 내외의 자산을 토대로 원광대학교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느끼고 있다. 아마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현안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광학원 이사회의 결정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되었다고 알고 있다. 산적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구성원들의 염원이 외부총장 선임이라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원광대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성에 걸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면에서 전국화를 통한 위상강화와 실질적인 국제화를 통한 세계속의 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을 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의 화합과 소통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키워 발전과 도약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그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우선적으로 대화를 해나갈 생각이다. 오랜 공무원 생활을 통해 권위적인 형식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지론으로 삼는 조직관리 철학은 군중노선이다. 즉 군중 속으로 들어가서 군중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장과 군중 속에서 멀어지는 지도자의 비전은 성공될 수 없고 달성될 수도 없다.

아울러 총장이라는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책임을 지는 자리다.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원광대학교 구성원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총장을 비롯 학·처장, 부속기관장 학부장, 학과장 등 보직을 가진 사람들이 권리의식 보다는 책임의식, 희생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함께 잘해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때문에 대학의 보직을 벼슬로 알고 군림하고 싶은 사람은 보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학이 경쟁하는 사회가 됐고 앞으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의 취업문제로 대학이 학원화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쟁으로 내몰리는 시대에서 현명한 길은 무엇인지.

취업으로 인해 대학이 학원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광대학교로서는 학문진흥의 추상적인 목표를 벗어나 구체적인 목적의식을 가지고 원불교 정신에 기반한 인재를 길러내어 사회에 배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학, 글쓰기 등의 기초능력이 충실하고 지덕이 겸비된 실력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학생들이 자력으로 이러한 실력을 기르지만 지방의 경우 학교의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학교가 지원하고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대학발전기금, 연구풍토조성, 구조개혁 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 생각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발전기금과 관련해서는 기업들과 연계해나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다. 하지만 우리의 자력을 먼저 기른 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힘으로 최선을 다하고 나서 외부의 도움을 빌어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창회라든지 원광대 동문 기업을 중심으로 발전기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생각이다. 아울러 기업에도 원광대학교 졸업생이면 이런 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덕성 있고 실력있는 인재를 배출해서 지원해 나갈 것이다. 대학의 연구풍토조성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연구 분위기를 조성해서 연구하는 분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갈 것이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용역과 관련해 학교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러한 일들이 상호 협력하에 이루어지면 원광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볼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광대학교가 도덕대학으로서의 내용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한층 향상시켜 사회와 소통하는 매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성교육과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은.

원광대학교 대표 브랜드의 하나(다른 하나는 의·생명)인 도덕교육과 관련해서는 인성활동을 강화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도덕교육원을 국제도덕교육센터로 확대발전시키고, 도덕, 인성, 상담 등을 전공하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종합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불교 교리가 접목된 도덕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향후 외국인들도 참여할수 있도록 문호를 적극 개방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도덕교육과 인성활동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원광대학교가 원불교를 대표하는 교육기관으로서 그리고 교립대학으로서 한국사회나 세계 시민사회에 역할이 있다. 국제화나 특성화를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원광대학이라는 브랜드로 외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 교류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도덕문제를 필두로 학문 각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인적교류나 학술교류의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다. 원광대학교 학생들의 국제화 마인드와 실천력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개발, 지원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원광대학교가 가진 강점이자 대표 브랜드의 하나인 의·생명분야를 특화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가 모두 있는 대학은 원광대와 경희대뿐이다. 원광대가 의·생명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명실상부한 1위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생명 분야 대학과 병원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의약인보다는 오히려 전문경영인이 의무부총장이 되면 일이 좀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의무부총장제도를 통해 양한방협진, 식품클러스터와의 연계 등을 통한 대체의학분야와 건강보조식품 등 산학협력을 강화해 원광대학의 위상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원불교 100년을 준비하는 기념성업회가 꾸려져 교단의 내실과 발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원광대학교 총장 선임자로서 책임감과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대학은 연구와 교육이 본업인 조직인만큼, 원광대학의 연구기반을 활용해 원불교 100년 성업이 빛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해야 할 것이다. 2015년 원불교 100년 성업 이후의 "새 100년(New Century)"을 준비하는 거시적인 계획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수들과 지혜를 모으겠다.

-원광대학교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특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안 방안은 무엇인가.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보다 발전적으로 대학을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시스템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전문적인 경영진단 후 조정과정을 거쳐나갈 것이다. 아울러 전자결재라든지 기본적인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노력과 함께 인력구성과 관련해서는 기계적인 인원감축이 아닌 정년퇴직과 같은 자연감소를 통해 조정해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 구성원들이 로비스트로 적극 나서야한다. 구조조정이라기 보다는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인사관리 방식 개선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 발전기금을 모으거나 대학을 국제화시키는데 총장만 나서서는 안 된다.

학·처장을 비롯하여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발전기금 모금과 국제화에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일선에 나서야 한다. 군림하려는 사람은 책임자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소통을 위한 기초조건이다. 소통이 뒷받침 된다면 대학 구성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관문은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 재가 출가교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원광대학교는 원불교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광대학교를 통해 원불교를 인식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 원광대학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불교 재가 출가교도들의 기도와 성원이 매우 중요하다. 대합력속에서 자랑스러운 원불교 대표 교육도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기 바란다.

대담 육관응 편집국장 yuk@wonnews.co.kr
사진 채일연 기자 chi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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