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마음줄을 잡아야 된다

▲ 대행스님은 "내 마음이 곧 부처이니 내 몸과 같이 모두를 아끼고 내 생명과 같이 생각하라"고 법문했다.

안양에 있는 한마음선원에서는 매년 연말이면 수계법회가 봉행된다. 11월21일 수계법회가 열리는 선원 5층 대법당에 들어서자 '업은 본래 공해서 붙을 것이 없으니 일체는 지금 이 순간의 한 생각에 달려있다'라는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 한마음 따라 중생과 부처의 갈림길이 결정되기에 그 한생각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다.
수계식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불자가 지켜야할 기본적인 오계(五戒)와 함께 새로운 불명(佛名)을 받는 의식이다.

연비식과 겸한 이번 수계법회에 전국의 15개 지원에서 800여 명의 수계자가 참석하였으며 연비 의식을 위한 참석자는 5,000여명에 이른다. 연비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계를 받을 때 향불을 팔에 갖다대어 표식을 하는 의식으로 불법의 뜻에 따라 진리의 길을 걸음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서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수계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자성삼보인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하며 지극하고 간절한 서원으로 불퇴전 할 것을 다짐한다. 수계자들이 마음의 향을 사르며 일심으로 청한다. 삼귀의를 행하며 오계를 받아 청정한 마음으로 물러섬이 없는 자비행을 나툴 것을 다짐한다.

▲ 스님이 어린이에게 향불로 연비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행 스님 "둘로 보지 말라"
11월에 대행 스님은 제22회 조계종 포교대상(종정상)을 수상했다. 수계 법문은 법당의 스크린을 통해 예전에 설한 수계 법문이 전해졌다.

"여러분께서 이 오계를 받는 것을 그저 불교를 믿으면 받아야 하니까 받나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수계법회를 통해 여러분의 영혼이 익어지고 알아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번 신고를 했다고 해서 유전성이나 업보성이나 인과성 그런 것이 전부 무너질 것 같으면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부처님 앞에 신고가 올라간다 하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의 줄에 의해서 그 서류가 올라가서 거기서 검토를 해서 심한 사람은 조금씩 줄이고 줄이고, 그 인연으로 인해서 우리는 오계를 받고 그대로 실천하면서 이렇게 우리가 지극하게 하니 돌봐주소서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혼의 근본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움죽거리고 오계도 받고 이러는 것입니다. 어떻게 번데기가 다시 자기를 재생시키나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자기 근본이 아니라면 재생이 될 수가 없죠. 모든 동물이나 식물이나 일체가 다 똑같아요. 우리가 눈이 어두워서 정신계의 그 내막을 알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지금 현실에 이렇게 주어졌고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주어집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마음을 그렇게 지극하게 생각하며 가신다면 여러분이 먼저 아시게 됩니다. 아, 이게 가정이 완화가 되는구나. 형제들이 악하게 뒤범벅이 됐던 것이 자꾸 풀리는구나. 이런 게 알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의 후손들이 잘 될 것도 미리 알게 됩니다. 그러니 공심(共心) 공법으로 평등하게, 항상 내 몸과 같이 모두를 아끼고 내 생명과 같이 생각하고 둘로 보지 마시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열심히들 하셔서 자유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성본래불' 독경소리

법문이 끝나자 5층 법당에는 스님들이 향불을 들고 연비식을 진행했다. 법당에는 어느새 향내가 진동한다. '자성본래불'이라는 독경이 울려퍼지며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게 한다. 자성본래불은 자기의 근본마음자리가 원래 부처임을 일깨운다. 향을 사르며 법계의 인증을 받고 좀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위해서일까. 연비의식에 임하는 불자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진지하기만 하다. 3시간여 진행되는 연비식의 긴 기다림속에서 마음 챙김이 묻어난다. 자성본래불을 염송하며 탑돌이도 쉬지 않는다. 기다림 끝에 각자에게 주어진 연비는 10초도 안걸린다. 그들이 무엇을 얻기 위해 왔는지 궁금해진다.

부산에서 올라온 광령 신도는 "항상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마음의 움직임을 살피고 관하며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 화나고 조급한 마음이 날 때가 있다. 순간 순간 알아채는 주인공이 있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주인공 왜 그래 고마워!'라고 되뇌이면 내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하다. 조급했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순간 너와 나는 둘이 아닌 마음으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공희 청년 법우도 "회사를 다니고 바쁘다보면 일상생활에 치일 때가 있다. 오계와 수계, 연비를 받으면서 불자로서 마음가짐을 다시 새긴다. 수계법회가 기다려진다. 불교의 도리와 스승님과 인연됨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 '주인공'에게 맡겨라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연비식을 마치고 법당 뒤에서 3배를 올리는 연무 신도는 눈시울을 적신다. 이렇게 향을 사른지도 10년이 넘은 그가 우는 이유는 무얼까. 그는 "이렇게 연비식을 하고 마음공부 인연이 된 것이 감사하다.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여기 올때는 지극한 마음으로 와야 공부의 기연이 되는 것 같다. 큰스님 말씀하신 근본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사량분별로는 그 근본자리에 다가갈 수 없다. 마음 밖을 향해서는 얻을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원도에서 온 보각 신도는 펑펑 울면서 절을 올린다. 그는 "업장이 녹는것 같다. 일년을 넘게 운적도 있다. 모든 업장이 녹는것 같다. 업식 덩어리가 봄에 눈 녹듯 한다. 자기가 중심을 잡아가면 맑아지고 줄이 단단해진다. 내 보배인 주장자인 주인공이 나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그래서 선원에 오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도량을 가까이 해야 한다"며 감동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피아노 반주를 한 태법 학생은 "여기 온 분들은 큰스님 법문을 실천하려고 마음에 새기고 온다"며 "저도 1년을 살아온 것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된다. 생각을 정화 해주며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귀의처가 있어 행복하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수계법회를 통해서 신도들은 많은 시간 정진과 수행의 다짐들을 실천하고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비식이 2시간 정도 지났을까. 독경소리가 참회진언으로 바뀐다. '우리들의 삶의 길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라는 참회진언은 간절하기만 하다. 신도들은 연비식 후에도 법당에 앉아 절을 하거나 참선을 한다. 도량 밖의 탑돌이는 쉬임이 없다.

어느새 법당은 향통에 들어있는 듯 정진의 향기가 가득하다. 수행심이 신도들의 그리움인냥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연비식. 형식 이전에 내면의 울림이 전해진다. 그들은 이미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시 세상속에서 마음의 향 사르듯 부처님의 마음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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