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두암에 제법의 불씨 타오르다

▲ 황상운 그림
어느 날 잘 아는 박 노인 부부가 실상사에 불공을 올리기 위해 봉래정사 앞을 지나간다.
"어디를 가십니까?
"속이타서 불공을 드리러 갑니다."

박중빈이 까닭을 물으니
"우리가 전생에 무슨 죄가 있길래 불효막심한 며느리를 만나 이런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질이 워낙 사나워서 늙은 시부모에 대한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 사연을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영감께서는 절에 있는 부처님에게는 불공을 드리면서 어찌 살아있는 부처님에게는 불공을 드리려 하지 않으시지요?"

"뭐라고요? 살아있는 부처님이라고요? 아니 그 생불이 어디 있단 말이오?"
"댁에 계십니다."

그러자 노부부의 얼굴이 더욱 이상해진다.
"우리 집에 부처님이 계시다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댁의 며느리가 부처님이란 말씀입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며느리에게 먼저 불공을 드려 보세요."

노부부는 봉래정사의 젊은 스승의 말대로 며느리에게 한 달 동안을 쌀로 밥을 지어올리고 귀한 인조견으로 옷도 지어 올린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밥이 질면 먹기 좋아 좋고 된밥은 고실고실 해서 좋다고 칭찬한다.
또 치마가 짧으면 힘쓰기 편해서 좋고, 길면 점잖게 보여 좋다며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 집 산부처는 공양만 받아먹고 모른 채하더니 미투리를 사다주니 내가 망령이 들었다고 의심까지 합니다."
"아, 그래요. 며느리가 또 무엇을 좋아하지요."
"아이고, 또 사다줍니까? 은비녀가 없다고 하는데…."

"가만 보니 영감님이 진심이 없었군요. 아무리 며느리가 불평을 하고 구박을 하더라도 너그럽게 받아 주어야합니다. 며느리에게 화내셨지요?"

"내가 부처님이 아닌데 어떻게 참겠습니까? 시아버지로 이게 무슨 꼴입니까? 화를 냈지요."
"그것 보세요. 화를 내면 아무소용 없지요. 다시 돌아가 은비녀를 사다주세요."

박 노인이 집으로 돌아간 후 며칠 만에 밝은 얼굴로 봉래정사 박중빈을 찾아온다.
"스승님, 과연 우리 집에 산부처님이 나타났어요. 우리 며느리가 새사람이 되어 시부모가 하늘이랍니다."

이 말을 들은 봉래정사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박 영감이 며느리에게 하는 불공을 무엇이냐고 한 제자 물어오자

"실지불공이라 하오. 일의 성질에 따라 그 대상에게 불공을 드려 효과가 나타난 것이오."
이 일로 봉래정사 사람들은 불공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된다.
스승님의 제법, 제도의 불씨가 활화산이 될 것을 예감하며 제법전도의 미래를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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