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화, 초기 영적 경험에서 출발
디오니소스형 종교, 열정과 감정 표출로 급성장

교단이 종교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교화라는 자체가 문화적이지 않으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과 연관된다. 이에 본사에서는 '원불교 의·식·주 문화'의 현실을 살펴보고 21세기 문화시대를 어떻게 열어 가야 할지를 되짚어 봤다. 이번 주에는 종교문화에 대한 대략적인 모습을 살펴보고 문화적인 근거를 제시해 본다.
▲ 연등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은 세계를 7개 정도의 문명권으로 나눌 때에 그 기준을 종교로 하고 있다. 그 만큼 종교의 탐구가 한 문화권을 이해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종교는 문화적인 성격을 동반한다. 이런 종교문화는 종교적인 성향, 믿음 체계, 종교의례 등이 그 시대 사회 상황과 맞물려 다양하게 표출된다.

인류학자인 베네딕트는 종교문화의 문화적 성향에 따른 유형을 아폴로형과 디오니소스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아폴로형은 종교문화를 논리와 이성, 자제와 균형을 강조하면서 인간 자체를 합리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종교에 대한 논리적 접근을 중요시하며 종교의례도 지성적이고 엄숙하게 진행된다. 반면 디오니소스형의 종교문화는 감정과 열정이 중요시된다. 합리성 이상의 것을 강조한 나머지 비합리적이고 황홀한 경험을 종교의 본질로 이해한다. 의례도 즉흥적인 신앙의 표현과 소리를 지르고 춤추고 방언을 하며 접신도 하는 등 여러 가지의 감정적인 표현이 수반되기도 한다.

한국의 종교문화는 대체로 디오니소스형으로 분류된다. 유교적인 영향으로 이성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국민의 성향은 오히려 무교(巫敎)적인 영향을 더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신들림, 신기, 신명, 흥 등의 단어처럼 우리 일상적 생활은 정서적으로 무속의 원형에 가깝다 하겠다. 디오니소스형은 그만큼 종교적 열정과 적극적인 포교로 교화성장이 어느 지역보다 빠르고 효과적이기도 하다.

종교학자 정진홍 박사는 "한국 종교사의 복합성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한국의 주된 종교는 대체로 외래종교들로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인 부침은 있었지만 한국의 종교문화를 지배해 온 종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종교는 문화적 친화성에서 각각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한국의 역사-문화 속에서 제 나름의 몫을 수행하고 한국민들의 존재형태에 변화를 구체적으로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류학자 월레스는 제의(祭儀)의 수준에 따른 유형으로 무교적 종교문화, 공동체적 종교문화, 올림포스적 종교문화, 유일신론적 종교문화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 중 유일신론적 종교문화를 살펴보면 힌두교, 불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교, 도교 등을 포함시켰다. 여러 신들을 가지고 있는 힌두교나 절대자에 대한 신앙이 없는 불교를 유일신론적 종교문화로 분류한 것은 영적인 성장의 길이 다양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원칙적으로 열반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신론적 종교문화는 종교가 제도화되었고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같은 발전의 원리에 따라 종교는 성직자를 전문으로 양성하게 되고 독특한 신앙체계를 형성, 종교문화로 성장시켜왔다.

대표적인 종교 의례문화

기독교의 대표적인 의례문화는 유월절(逾越節)과 부활절 그리고 성탄절을 들 수 있다. 유월절은 유대인들이 이집트 왕국의 억압으로부터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는 광복절로 유대달력으로 1월14일 저녁이다. 이날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한 날로 기념된다. 예수가 자신의 살과 피로 표상된 떡과 포도주를 나눠 먹게 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허락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때 양고기와 고난의 떡인 '누룩이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는다.

성탄절은 예수가 태어난 날로 부모가 자녀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거나 음식을 이웃과 함께하며 벽난로에 장작을 태운다. 불의 상징은 따뜻함과 꺼지지 않는 생명을 의미하며 크리스마스 트리가 상록수인 것은 생존의 상징을 표현한 것이다.

불교의 경우는 우란분절과 성도절, 석가탄신일 등이 대표적이다. 우란분절은 부처의 제자인 목건련이 6신통을 얻은 후 부모를 찾아보니 죽은 어머니가 아귀도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에 석가모니께 구제할 방법을 물으니 부모나 7대 죽은 부모를 위하여 7월15일에 음식과 옷 등을 갖추어 시방의 대덕스님께 공양하라고 하는 데에서 유래했다 〈우란분경〉은 백중(白衆)이라고도 하는데 이날은 봄에 나온 각종 과일과 곡식들을 불단에 올리고 조상 천도재를 지내기도 한다. 석가탄신일은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로 음력4월8일이다. 그래서 사월초파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불교의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 봉축 법요식, 제등행렬, 방생, 탑돌이 등 각종 기념 문화행사가 열린다.


영상미디어로 옮기다

대중과 호흡은 종교영화 핵심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영화라고 하는 꿈의 공장이 무수한 신화적 주제를 넘겨받아 사용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만큼 종교적인 상징이나 언어, 신화들을 이용한 상상력이 꿈의 산업에 기여하며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로 구체화되어 영화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년에 개봉된 영화 '아바타'는 불교적인 생명사상과 기독교의 메시아적인 요소를 훌륭히 담아내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종교 다큐멘터리인 '수단의 슈바이처'가 방영됐다. 이어 9월에는 '울지마 톤즈'라는 제목으로 재편집해 극장판으로 나오면서 2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태석 신부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지방에서 의사로서 가난하고 의료혜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시작한다. 진료소에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수요일에는 주변 마을을 찾아 다니면서 아픈 사람들을 진료하며 그들과 하나가 된다. 이렇게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이태석 신부가 한국에 있는 홀어머니를 만나고자 귀국했을 때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2010년 1월14일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영화 '울지마 톤즈'는 어느 가톨릭 신부의 헌신적인 일생을 생생히 담아내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 감동을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면서 성직자로서의 가치있는 삶이 큰 울림이 되어 사람들의 종교심성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불교계에서도 최근 2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실화는 아니지만 다소 모험적인 작품들이다. '부처와 예수가 비로소 만나다'라는 주제의 영화 '할'은 보육원에서 형제처럼 자란 고아 우천과 미카엘이 종교적인 갈등을 겪는 끝에 각각 신부와 스님으로 출가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화두여행을 떠난 우천이 미카엘과 깨달음을 나눈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영화는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세상의 진리는 그 뿌리가 같다는 종교다원주의적인 해석과 불교의 관용적인 모습이 함축되어 영상화돼 호응을 얻었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불교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도 개봉됐다.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주인공 선호와 소의 여정이 극의 중심이지만 남녀 간의 멜로와 성장스토리를 곁들였다.

불교에서 소는 수행을 의미한다. 주인공이 소와 함께 여행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찾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불경의 '심우도'를 연상하게 했다. 극의 전개 방식도 견성에서 성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비슷하다. 여행 도중 소를 팔려고 했던 선호가 점차 소와 교감하면서 친구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은 불교의 생명사상을 충분히 드러냈다.

이 영화는 봉은사나 조계사 등 여러 사찰에서 무료 시사회를 개최하거나 템플스테이와 함께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에게 제공됐다. 불교계는 조계종단이 중심이 되어 적극적인 영화, 문화사업을 통해 대중의 시선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우리 교단도 '소태산 일백년의 꿈'에 이어 '대산종사 영상다큐'와 '근대사상의 조명' 등의 영상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영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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