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화요선방으로 웃음꽃이 피어나요"

▲ 화요선방을 마치고 심고를 올리는 교도들.

▲ 교도들 간 화합을 우선하는 공항교당은 다양한 일요법회를 진행한다.

▲ 선방에서 회화를 나누는 교도들.

▲ 공항교당의 법당 내 불단은 자연친화적이다.
매주 화요일은 공항교당의 화요선방이 문을 여는 날이다. 저녁7시30분. 2층 소법당에서 북을 치며 염불로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개식을 알리는 진행자는 교무가 아니다. 일명 선방장인 이충원 교도가 진행한다. 교당은 교도들이 주축이 되어 선방을 이끌고 있었다.

교당 구석구석에는 정진심을 일깨우는 문구가 마음을 머물게 한다. 생활관 현관문에는 '오늘도 일원상 같이' 살기를 발원하며, 법당 출입문에는 '반드시 기도하고 향 하나 피우고 향 둘 피우고 가십니다' 는 글귀가 법당으로 향하게 한다.

불단은 항상 불을 켜둔다. 누군가 기도를 하고 간 듯 향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이렇듯 백 마디의 말 보다 한 줄의 글이 마음을 챙기게 한다. 그리고 법당과 생활관을 오고가는 사이 사이에도 '환영합니다. 들어오세요. 언제 오실까 오매불망'이라고 교무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교당은 일원상이 모토인냥 오고가는 길목에'일원상 아래 대나무 잎잎만큼' '일원상을 가슴에 안고' 살기를 발원하고 있다.

긴 입정시간, 진리는 보고 있다

선방은 독경후 입정시간도 제법 길다. 50분 동안 한다. 소법당에 촛불을 밝히듯 선객들은 단전에 마음을 주하고 있다. 입정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묵만이 마음과 마음을 전할뿐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반쯤 뜨고 앞을 바라봤을 때 화들짝 놀랬다. 유리창 사이로 1층에 걸린 대종사 영정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내심 '진리는 모든 것을 보고 계셨구나. 그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한 생각이 스쳤다. 교도들은 무심코 울린 전화벨에도 마음을 뺏기지 않는 듯 미동도 없다. 50분 입정이 금방 지나간 듯 했다. 좌선 마치고 차례대로 갑을병정을 매긴다. 갑을을 말하는 선객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당신은 견성을 했습니까

다음은 의두요목을 가지고 회화를 나누며 지혜를 단련한다. 이 선방장은 "지난주 의두요목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이번주는 '만법귀일'이다"며 "만법귀일의 소식을 이르라고 하면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질문을 던졌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이다.

정도현 교도가 "일체만물이 하나의 성품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선방장은 "대종사님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고 했다"며 계속 선문답을 유도했다.

정도평 회장은 "만법귀일은 청정법신불로서 법신불일원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법신불일원상은 언어도단이다. 말로써 표현할 수 없지만 깨친 자는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고 했다. 곧 청정한 그 자리, 한 마음 일어나기 전 자리를 말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선방장은 "군더더기를 붙이지 말라"며 "일원상을 각했습니까?"라고 직언한다.

이 선방장이 자주 묻는 질문중에 하나가 '당신은 견성을 했습니까?'라고 묻는단다. 선문답에도 굴하지 않고 류원기 간사는 예리하게 대답한다. "만법귀일을 일러요? 하나인데 돌아갈 곳이 있습니까?"라고 오히려 되묻는다. 이렇듯 화요선방은 야단법석이다. 높고 낮음의 간격도 없이 자유롭게 각자 연마한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답한다.

이 선방장은 "원불교를 오래 다닐수록 성리 문제가 나오면 입을 다문다"고 채근했다. 이어 최정신 교도는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는데 그 하나가 어디로 갔을까. 가면 온다. 다시 이 자리로 왔을 것 같다"며 "견성을 해야 알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기원 교도는 "만법귀일의 소식을 강물이 위로 올라 물이 수증기가 되고 다시 물이 되듯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 들으면 서로 적적하고 성성하다"고 전했다.
이 선방장은 교무에게 마무리를 요청했다.

최명원 교무는 "산에서 기도를 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다. 동물소리, 바람소리, 갈대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그런데 생활관계 속에서는 걸린다. 부인이 남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과거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있는 그대로 봐야 설이 나온다. 풍광직설이다. 건강하기 위해 등산을 하는 것 보다 등산을 하다보니 건강이 좋아졌다는 표현이 더 좋다"고 말했다.

긍정의 말과 생각의 전환

최근 교당에서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정수기 코드를 빼놓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을 보며 최 교무는 "누구나 와서 따뜻한 물을 먹으며 목탁을 많이 칠 인연을 만들자"고 말했단다. 생각의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심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마음의 자유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문인회 기행을 갔다가 주고 받은 대화를 사례로 들었다. "밤에 배내에서 성타원님의 그림자를 보고 '원숭이 같다'고 말하니 성타원님이 "맞아"라고 대답하더라. 그 긍정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시가 나오더라. '원만하고 숭고한 이쁜 부처님!'그러니까 또 "맞아"라고 답해 웃은 적이 있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양쪽 말을 들을 때는 지혜가 나온다"고 덧붙혔다.
우리들은 이미 부처이기에 이 말을 들을 수 있고, 깨침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원우 교무도 "성리는 내 마음과 행실에서 체득되어야 한다"며 "마음의 근본을 깨치고 쓰면 편벽됨이 없다고 했다. 교법은 실천하면 쉽고 실행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언행일치를 언급했다.

이처럼 교당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법흥을 맛보고 있었다. 그래서 출가자 교무 누구라도 오면 법잔치를 연다. 일명 수시 번개 법회다. 교당의 오는 어떤 인연도 법문을 설하게 하는 묘한 에너지가 넘치는 교당이다.

이러한 공부 분위기를 상시로 이끌기 위해 '1일 출가 도량청규'도 진행 한다. 1일 출가는 새벽4시45분에 기상, 정진기도 5시, 아침공양 7시, 대각전 참배 후 각자 보은의 일터로 간다. 저녁에 와서는 9시30분 심고후 개인기도와 회화 일기를 발표 후 와선을 한다. 화요선방의 연속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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