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소통

우리는 그동안 개발의 논리에만 매달려온 듯하다. 낡았다는 이유로, 재산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의 것을 마구 헤집어 놓거나 아예 흔적조차 없앤 것이 어디 한둘인가.

뒤늦게나마 우리의 것을 찾자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물리적 가치를 넘어선 근대문화유산을 보존코자 애쓰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도입한 것 중 하나가 '등록문화재'다. 등록문화재에 해당하는 기준은 오십년 이상 지난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역사·문화·사회·경제 등 각 분야에서 근대사의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 지역의 역사나 문화적 배경이 되는 것, 기술 발전이나 예술적 사조 등 시대를 반영하는 것 등이다.

원불교 사적 및 유물은 한 종교의 발상지로서 역사뿐 아니라 세계 정신문명사와 한국 근대문화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익산성지도 종교 문화유산으로 또 신앙과 수행의 근원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가 있다. 교정원 문화사회부에서는 원불교 익산성지의 경우 원기90년 6월18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6월20일 등록증을 교부받았다. 현재까지 지정된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으로는 대각전, 청하원, 구정원, 정신원, 본원실, 금강원, 종법실, 공회당 등 건축물 8건과 소태산대종사 성탑, 소태산대종사 성비 등 석물 2건이다. 다만 송대의 경우는 지붕훼손으로 인해 제외된 상태이다.

물론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경우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있다. 장점은 ▷각종 홍보물, 시설물에 공식적으로 명기 ▷건축물의 관리 및 보수에 국가 및 시도로부터 세재지원 및 유지보수 지원 ▷종교성지와 문화재의 양면적 성격으로 일반인들에게 부각 ▷관리대장에 의한 체계적 전문적 관리 ▷성지의 관광상품화 가능(시도연계) 등이 있다. 이에 반해 단점은 ▷보호구역이 반경 500m 이내로 설정 ▷보호구역내의 개발 및 환경변형 금지 ▷보수 및 복원시 문화재 전문수리업체에 의해 시행에 따른 비용 과다의 요인 ▷단순 수리시 임의대로 할 경우 행정적인 제재 ▷국가 및 시·도로부터 관리 감독을 받음 ▷총부의 마스터플랜 추진 계획에 저해 등이다.

그런데 최근 종법원 증개축을 지켜보면서 여러 말들이 오고갔다. 역대 종법사들이 거주했던 조실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마땅히 보호됐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적 및 유물을 관리 담당했던 고대진 교무는 "성적지는 훗날 우리의 중요한 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적관리 담당자 혼자서 보호하자고 외쳐봤자 역부족이다"며 "교단의 중요한 성적지들이 보호 발전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초기단계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은 교단적인 손실임을 지적했다.

무엇이든 쉽게 헐어버리는 우리의 습성도 문제지만 있어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책임도 크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먼 앞날을 위한 정신의 가치를 찾을 줄 아는 안목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남도여관, 추억의 신촌역, 작곡가 홍난파의 집 등 많은 곳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잘 주시하여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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