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이 종교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교화라는 자체가 문화적이지 않으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과 연관된다.
이에 본사에서는 '원불교 의·식·주 문화'의 현실을 살펴보고 21세기 문화시대를 어떻게 열어 가야 할지를 되짚어 봤다. 이번 주에는 '원불교 음식문화 이렇게 만들어 가자'는 주제로 출가와 재가교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조건이다.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의 문화는 그러한 조건의 충족을 본능에 맡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있다. '먹되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하는 것을 다듬어 이른바 음식 문화를 빚어냈다. 그러므로 음식문화란 먹어야 한다는 일련의 틀 안에 담은 문법과 다르지 않다.

▲ 강남교당 조대현 교도.
강남교당 조대현(63·요리연구가) 교도는 "음식은 몸에 있어 약이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피와 살이 되기 때문에 약이 된다는 것이다. 조 교도는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서양의학으로도 못 고친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바로 약이면서 보약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어떻게 섭취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조 교도는 "요즘 서양음식이 보편화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데는 독일 레겐스브르크교당 봉불 시 유럽 현지인들이 우리 음식에 열광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부터다. 그래서 더욱 더 우리 음식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는 원불교 음식문화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오색경단과 오색비빔밥, 복주머니를 이용해 한국전통음식에 원불교의 정서를 심어보자'는 것이다. 이처럼 축하의 날에 비빔밥을 하고 또 오색 경단을 해서 이웃에게 나누면 받는 사람도 좋은 날이 되고 기분 좋은 떡으로 인식하게 된다. 더불어 대각개교절이나 신정절에는 복주머니에 사탕이나 밤, 대추를 넣어 이웃간, 교도들 간, 직장 동료들과 나눈다면 축하의 기운이 더 빨리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불교스카우트에서 복주머니를 활용한 교화를 하고 있다.
그는 "복 주머니는 전통문화와 이야기가 담겨있는 아주 좋은 소재이다"며 "그 곳에 꽃이 피면 꼭 열매를 맺는다는 대추를 넣어 주면 사람들에게 거부감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때 밤, 대추는 신앙 수행과 교화결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부활절에 계란을 나누고 크리스마스에는 초콜릿과 선물을 나누는 개신교와는 달리 원불교는 아직 이렇다 할 음식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대각개교절에 팝콘을 나누면 어떨까. 팝콘은 열을 가할 때 무르익어서 '팡~'하고 터진다. 바로 깨침을 의미한다. 요즘은 대각개교절에 대부분 국수를 나누고 있다. 국수는 장수의 의미도 있지만 손 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현대인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팝콘.
또 축하 행사에는 일반 떡 대신 오색 경단을 하면 좋겠다. 오색은 우리 몸의 오행을 맞출 수 있다. 오장육부에 좋은 기운을 불러옴과 동시에 기운을 돋궈준다. 공양은 오색 비빔밥을 한다면 축하의 의미가 배가 된다. 그래서 일반 사회에서 '원불교는 좋은날에 오색을 쓴다'는 이미지를 굳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 오색떡과 대추, 밤.
대종사는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특별히 구애하는 음식도 없었다. 〈대종경 선외록〉 원시반본장 8절에 대종사 변산 이춘풍(李春風)의 집에 유련하실 때 춘풍의 아내 삼리화가 조석 공양을 성심으로써 받들때 대종사가 말했다.

"나는 본래부터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지 못하였을뿐더러 도가에서는 본시 담박을 주장하나니 이후에는 이와 같이 여러가지 반찬 놓는 것을 폐지하고 오직 한두 가지에 그침이 가하니라. 세상 사람들은 분외의 의식주를 취하다가 스스로 패가 망신을 하는 자 많으며 설사 재산이 있더라도 사치를 일삼은 즉 결국은 삿된 마음이 왕성하여 수도하는 정신을 방해하나니, 그러므로 음식에는 항상 담박 질소를 주장하라."

종교가에서 몇 가지 음식을 계문으로 정한 이유도 바로 정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라 본다.

요즘 웰빙음식을 추구하면서 사찰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평범하면서도 건강식을 선호한다. 교당에서는 화려한 요리 음식 보다는 담박 질소 위주의 음식이 좋을 듯하다. 생활종교를 추구하는 우리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음식을 사랑해야 할 때이다.



음식에 문화의 옷 입히자

        ▲ 전성화 교무 배내청소년훈련원
종교적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먹는 방법이 오랜 세월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종교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오신채를 먹지 않고 이슬람교에서는 술과 돼지고기를 금했으며, 힌두교에서는 소를 잡아먹지 않고 신성시한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은 그 종교가 태동한 나라의 기후나 토양, 생활방식 등 그 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식생활 양식은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요인들과 상호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급속도로 세계화가 되면서 식생활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 농산물 수입과 외국 음식점의 보편화가 음식문화의 변화를 가속화 하고 있기에 음식은 이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채식위주의 식사를 지속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서양의 식품영양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체질 그리고 삶의 방식을 도외시한 채 우리의 식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더불어 인공조미료와 온갖 식품첨가물이 넘쳐나고 있으며 먹거리를 대량으로 재배하면서 인공비료가 남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온갖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그렇기에 근래 사람들은 생활전반에 걸쳐 웰빙이 주된 과제가 됐다. '웰빙 산업'의 발달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나아가 정신의 건강까지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로 인해 육신뿐 아니라 정신의 질 높은 웰빙문화가 생산되는 곳, 공급되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교 음식과 문화가 일반 사회로까지 깊이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점점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건강한 먹거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결국 우리 곁에 남게 될 것이다.

이웃 종교들은 이미 대도시에서 명상과 마음공부를 겸한 찻집이나 사찰음식, 채식 뷔페를 통해 문화교화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원불교도 앞으로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문화를 통한 교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마음(心)낙원과 함께 신(身)낙원의 세상을 함께 열어가고자 하는 원불교의 정신을 세상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한다.

음식문화를 통해 영육쌍전의 이념에도 맞고 교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하는 새로운 교화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정갈한 재료와 조리법을 통해서 정신을 일깨워 줄 소박한 음식, 거추장스럽지 않고 심신이 편안해지는 음식, 음식과 차와 수행을 접목시키는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히 요청된다. 음식문화는 식재료의 재배와 획득, 저장, 조리, 가공에 대한 방법, 식기류, 상차림 및 음식을 먹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하므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 부문에 관심 갖고 개척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아직 원불교의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원불교 음식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서로 공유되고 습득하여 전달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문화의 한 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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