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공덕에 차이가 있다

'천도재를 지내면 각자의 죄업에 상관없이 모든 영가가 일시에 천도를 받는가'를 여쭈었다. 단언하여 말씀하시기를, 천도재의 공덕은 결코 헛되지 아니하리니, 반드시 영가로 하여금 선연(善緣)을 맺게 하여 준다고 하셨다.

다만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이 있으니, 곧 '각자의 업의 무게'와 '재주의 천도 정성'과 '법사의 도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셨다.

죄업이 무겁고 착심이 많으면 천도재 한두 번으로 그 업을 벗기는 어렵다. 마치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잠깐 아팠을 때에는 며칠 쉬고 잘 먹으면 바로 기운을 회복하여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지만, 몸에 중병이 들어 오랫동안 잘 먹지도 못한 사람은 약도 많이 먹어야 하고 오랜 시일 치료와 요양을 거쳐야 겨우 회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이창 원로교무 <생과 사의 큰 도>)

이미 죽음을 맞이한 영가에게는 가족 친지들의 천도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심력을 쌓지 않은 보통의 영가는 홀로 떠나는 길이 두렵고 외로우며 전도(顚倒)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때, 생전에 가장 의지했던 가족들이 부처님의 법문으로 자신을 위하여 빌어주고 격려한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마치 어린 아이가 놀이를 하는데 가족들이 옆에서 박수치며 격려하면 더욱 자신 있게 잘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가족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이 자신들 욕심만 채우는데 급급하다면 얼마나 섭섭하고 외로울 것인가.

법사의 법력 또한 중요하다. 삼대력을 두루 갖춘 법사의 축원과 법설은 천도에 큰 위력을 미친다. 그러나 설사 그와 같지는 못하여도 영가를 위한 축원의 일심(一心) 정도가 곧 법력이 될 수 있으니, 일심된 그 자리는 법신불과 둘이 아니므로 영가의 업장이 자연 녹아질 수 있다. 더구나 우리의 천도예법은 일체의 미신을 배제하고 성리에 바탕을 두었으므로, 그 절차를 따라 일심으로 축원과 법문과 독경을 하면 자연 영가의 혜로(慧路)가 열릴 수 있다.

그러나 재주가 정성이 없고 주례나 법사의 일심 정도가 미약하다면 그 영근(靈根)에 별스런 효과를 주지 못한다. 재주가 정성을 다하면 의식을 주례하는 교무도 저절로 정성이 모아지지만 재주가 정성이 없으면 주례 교무도 정성스런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음을 경험하였다. 천지는 응용무념하나 또한 신령스럽게 밝아서 정성이 없는 곳에는 감응이 일어나지 않으니,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에 그 정성과 역량을 들이지 않으면 곡출이 적은 것과 같은 것이다.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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