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 의지하며 안정 얻게 돼

▲ 만사형통부.
미래는 늘 궁금하기 마련이다. 언제 이사를 해야 할 지. 결혼운은 언제 오는지. 부모덕은 있을까? 내 인생에 있어 대운(大運)은 몇 번이나 있으며 그 때는 언제인지….

연말에 내년도 운세가 궁금한 이 모 씨는 친구를 따라 타로카페에 갔다. 병진년 생인 그는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알려줬다.

역술인은 이리저리 사주팔자를 맞춰보더니 "인생에 있어 대운이 2번 남아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역술인은 부모의 생존여부를 물으며 "부모에게 도움 받을 일은 거의 없고, 형제자매들 역시 그저 그런 인연이다. 다만 주위인연들이 모두 당신을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역술인에게 "내년도 운세가 궁금하다" 물으니 카드를 부채꼴로 펼치며 "8장을 골라보라"고 했다. 역술인은 8장의 카드로 그의 성향과 앞으로의 일을 알려줬다.

이 모 씨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니 역술인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며 수긍하는 태도였다. 그리고 건강운, 승진운, 이동운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잠시나마 미래에 펼쳐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에게 점은

연말연시가 되면 신수점을 치기위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붐비게 된다. 요즘은 지하철이나 쇼핑센터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손쉽게 볼 수 있는 타로카드나 갖가지 도구를 이용해 미래를 점치곤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늘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예지의 힘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런 욕구라 할 수 있다. 그 욕구의 대응으로 점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점은 인간의 생활사와 밀착해 온 '샤머니즘'으로 가장 오래된 원시 신앙이기도 하다. 점법은 매우 다양해서 순수하게 향토에서 발생한 것도 있으나 역학을 응용한 오행점(五行占), 문효점과 사주(四柱), 궁합법 등은 그 원리가 역학에서 왔다.

역술인도 여러 부류가 있다. 예컨대 역으로 하는 사람, 손금을 보아 점을 치는 사람, 관상을 보는 사람, 해몽을 하는 사람, 문자 풀이, 성명 풀이, 사주(생년월시) 풀이 등을 하는 사람 등 토정비결처럼 어느 선생의 비결, 당화사주(唐畵四柱)책을 이용해 점을 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점이 현대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적중률이 어느 정도 있는데서 사람들은 의지하고 믿고 예지를 얻으려 한다.

역학을 응용한 점법(占法)은 이론이 정연하고 상생상극(相生相克)의 원리를 적용해서 사람의 생년월일시나 성명 또는 상(相)을 통해서 판단하고 있다. 토정비결도 역학을 응용하여 만들어진 점법의 하나이다. 이 점에 의해서 한국인은 신과 교신하고 일생의 운명에서부터 하루의 길흉에 이르기까지 해답을 얻는다.

점은 오랫동안 생활 속에 의식을 뿌리 깊이 뻗고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고 좌우해 왔다. 즉 태어날 때부터 사주가 정해지고 하늘이 정해 준 사주가 바로 인간의 팔자(운명)라는 고정적 관념이 부여되기도 했다. 그 결과 숙명적인 존재가 되어 능동적인 인생의 창조보다는 정적인 체념의 자세로 일관된 삶을 살기도 했다.

소태산대종사는 "각자의 마음을 잘 쓰게 하는 용심법(用心法)이라야 사주팔자를 뜯어 고쳐서 인간을 다시 개조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대산종사는 "최고의 진리 스승을 모시고 나가는 것이 자기 팔자를 뜯어고치는 것이다"고 법문했다. 인지가 밝은 시대에는 마음작용에 따라 사주팔자가 바뀐다는 의미이다. 내 삶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일도 급선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음의 안정 얻다

결혼에 있어서 사주와 궁합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여행이나 심지어 방 안의 못을 하나 박는 일에까지 택일을 받을 정도였다.

요즘도 자녀들이 결혼할 상대를 소개하면 어르신들은 남·녀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와 궁합을 보곤 한다. 혹 맞지 않을 경우 결혼 날짜를 이들에게 맞는 날로 잡기도 한다. 그리고 자식을 낳아야 할 날을 택일해 주기도 한다. 이는 역학을 이용해 상생의 기운을 불러 살아가는데 삿된 기운을 물리쳐 가자는 관점이기도 하다.

경신년생 김미연(가명·해남거주) 씨는 사회생활을 하며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남자친구의 사주를 직접 짚어보며 헤어지기를 권했다. 즉 화(火)인인 김 씨와 목(木)인인 남자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면 10월생을 가진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비방을 알려줬다. 결국 김 씨는 결혼 전에 10월생 자녀를 갖기로 합의해 상극의 기운을 풀었다. 이후 김 씨는 해마다 신년운세를 보며 한 해를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한 해는 역술인으로부터 남편의 운이 불길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이 씨는 남편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부적을 두 장을 써서 한 장은 지갑, 다른 한 장은 베개 밑에 넣었다. 그렇게 처방을 하고 나니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점과 함께 부적을 애용하는 사람들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부적은 특수문자(우주문자)로 인간과 하늘의 기운을 연결하는 신의 증표(證票)라고 한다.
부적은 자기자신의 성실한 노력과 염원, 그리고 부적을 쓰는 사람의 원력과 기도에 따라 부적의 영험도 나오게 된다고 믿는다.

몇 해 전 생일 기도를 한 이가희(가명) 교도는 한 교도에게 청정주 1편을 선물 받았다. 소지품에 늘 지니고 다니면 삿된 기운이 피해 갈 것이다는 조언도 받았다. 그 후 이 교도는 핸드백에 청정주를 넣고 다니고 있다. 그는 교도가 일러준 대로 하니 편안하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진화된 부적인 셈이다.

한국인에 있어 점이란 바로 인생의 길을 제시하는 방향이요 철학, 경륜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지성인일수록 필수적으로 역학을 알지 못하면 옳은 행세를 할 수 없었다. 인간은 몇 시간 후의 일도 알 수 없다.

점의 정체가 비과학적이건 미신이건 간에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비이다. 단순히 과학의 힘으로 풀 수 없는 신통력을 지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점은 원시시대부터 인간사에 밀착돼 어느덧 민속화 되고 신비의 수수께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