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삶, 노년에는 내생을 꿈꾸며 준비해야

▲ 열반한 이를 위로하며 예를 표하는 화환.
▲ 안훈 교무는 장례식장은 '우리들 삶의 모델하우'라고 말했다.
농경시대와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는 요즘 장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대형병원이나 성당, 교회에서도 이제는 장례식장을 운영한다. 중·소도시, 읍 단위 지역까지도 장례문화원이나 장례식장이 성업 중이다. '죽는 일'도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일생을 살고 가는 마지막 모습

16일 원광대학병원과 이웃해 운영 중인 천도장례식장(이하 천도) 안훈 교무를 만났다. 일생을 살다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가는 모습이 궁금했다. 안 교무의 눈에 비춰진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할까.

안 교무는 "삶과 죽음이 특별히 구분되어 지는 것은 아니고 대종사님 말씀처럼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데에 있을 뿐이다'는 법문을 실감한다"며 "죽음이 아주 쉽게 찾아온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전까지 살아있으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순간 시신이 되어 장례식장에 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과 사의 모습이 결코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평소 삶의 자세에 대해 "우리네 삶은 순간순간을 놓치지 말고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삶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오직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삶의 철학을 말했다.

생과 사를 하나로 보는 삶이기에 그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훈한 장례문화

요즘 장례를 치르는 가족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안 교무는 가족간 망자를 위로하며 화합하는 가족의 예를 소개했다.

9남매를 둔 이복순 씨가 84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맏상주는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다. 9남매라 손님이 많아 3개의 객실을 사용할 정도였다. 발인식을 마치고 손님이 많이 다녀간 만큼 뒷정리가 복잡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처음처럼 정리 정돈이 깔끔했다. 발인 절차를 마친 안 교무는 직원들에게서 맏상주가 부탁했던 말을 전해 들었다.

"손님들이 한 분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 주세요."

이 말을 들은 안 교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예의범절과 질서 정연한 모습이 오늘날의 대형 약국을 운영하게 하는 인품을 지닌 가문을 있게 한 것이었음을 실감했다.

강경교당 교도회장을 역임한 박노이 교도가 열반했다. 막내아들이 외국에서 도착하지도 않았으나 장례절차를 진행했다. 발인식 후 고인이 살았던 강경을 경유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노상분향을 자처한 것이다. 박 교도는 평소 교법을 실천하며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 주민들에게 신망이 높았던 것이다. 노상분향을 하는 동안 막내아들도 도착해 장례절차를 잘 마쳤다. 이를 본 안 교무는 "평소 모든 일을 순리대로 했던 박 교도의 성품이 그대로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제일건설 윤여웅 이사장 역시도 장모의 장례절차를 마치고 조의금을 장학 사업에 기부해 훈훈한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다툼의 장례문화

부자가 천당 가기 어렵다는 속담처럼 재산다툼과 종교 갈등으로 얼굴 찌푸리게 하는 초상도 있다.
안 교무는 "종교간 갈등이 심하고, 이복형제와 교통사고 시 재산다툼이 많다"고 소개했다.

안 교무는 "장례 주관 종교가 00교 일 경우에는 이웃종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다종교 사회에 이웃종교를 배척 시키면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또 이 사회의 이혼율을 장례식장에서도 실감하는 사례를 말했다. 어머니가 이혼 후 재혼을 할 경우 양가간 원만한 관계가 아닐 때는 이복형제들 간 부의함 탁자가 부서진다거나, 부의함 자물쇠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도덕성 결여를 말해주는 일면이다.

또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는 이혼 상태나 다름없었는데 '별거 중이었다'며 보험금을 노리는 사례도 있다. 결국 보상금과 부의금만 챙기고 이후 남은 가족에게는 소식도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제사 때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얌체족도 소개했다.

이렇듯 장례식장은 가끔 각양각색의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 이 시대의 인정이 메말라 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안 교무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내가 가진 영식이 새 몸으로 나타나니 또 다시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며 "이 생에서의 마지막 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꿈은 '다음 생에 어떻게 태어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살아있는 기간을 투자하면 다시 태어나는 길이 수월하다는 가르침이다.

내 삶의 모델하우스

욕심의 무게만큼 우리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허전할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에서는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비운 그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안 교무는 "'잘 살아야 잘 죽고, 잘 죽어야 잘 태어난다'는 말씀이 진리이다"며 "잘 살지 못한 사람은 평범한 장례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녀가 한 두 명이다 보니 어떤 때는 장례를 치러 줄 사람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초라한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후회되는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탐심과 진심과 치심을 버리는 빈 마음이 중요하다. 또 베푸는 사람으로 주변의 인연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안 교무는 "강경교당 박노이 회장님처럼 주위에 훈훈함을 주는 진실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말했다. 그렇게 이생을 마치고 갈 때 '참 잘 살고 가는 삶'임을 주위 인연들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의 모습은 나의 미래를 보는 훌륭한 모델하우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왕도는 따로 없다는 깨침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내생을 꿈꾸며 책을 읽기도 하고, 눈이 아프면 귀로 들으며 따라하고, 영어 공부, 한문 공부, 법문 사경 등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