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종교 뒤따르기보다 패기있는 교단돼야 한다"
" 변화에 대응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본사에서는 사회의 저명한 인사를 만나 원불교의 발전 방안과 혁신 과제들을 짚어보고 교단 성장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2011년, 새해 원불교에 바란다'를 기획했다.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에서 바라보는 원불교의 모습과 개혁해야 할 것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로 보는 계기가 됐다.

이번 호에서는 본사 육관응 편집국장이 홍석현(법명 석원, 원남교당) 중앙일보 회장을 만났다. 대담은 지난해 12월30일 중앙일보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육관응 국장 = 신묘년을 맞아 원불교 교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덕담이 있다면?

홍석현 회장 = 우리 교도들에게 새해는 다만 이름일 뿐이다. 순간순간이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아침 심고 때 '오늘도 항상 자성을 여의지 아니하여서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내 안의 부처가 사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하고 사은님께 기도하고 있다. 2011년에는 원불교 교도들의 하루하루가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지혜의 힘, 자비의 힘을 통해 이웃의 어려움과 함께하기를 염원한다.

육관응 국장 = 지난(2007년) 전무출신훈련 특강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실패한 종교가 되고 만다. 종교, 문화를 포용해서 사통팔달하며 변화의 파도를 타라'고 강조했다. 원불교가 변화의 파도를 타기 위한 전제 조건은?

홍석현 회장 = 구체적 고민은 제 몫이 아니다. 전무출신, 거진출진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대종사님의 주인의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태산대종사께서 다시 오신다면 무슨 일을 하실까?' 그걸 깊이 참구하고 이것을 기준점으로 잡아 나아가야 한다. 대종사 당시에도 한반도는 격변기였다. 숱한 변화가 몰려왔다. 그런 변화의 파도를 대종사께서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짚어봐야 한다. 거기에는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고, 우주를 봤던 대종사의 마음이 내재돼 있다. 우리도 변화에 대응해야 된다.
시대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으며 혁신적 변화를 주도했던 대종사의 눈을 혹시라도 잃어버리진 않았는가? 작은 성취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끊임없는 변화는 또 다른 새로움을 낳는다. 변화는 두려운 게 아니다.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두려운 것이다. 종교도 변화의 파도를 타지 못하고 새로워지지 못할 때 늘 박제가 되고 만다. 역사 속의 숱한 종교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종교가 제도와 격식 등 교조적인 틀에 매여 '깨달음(지혜)과 나눔(자비)'이라는 본질을 놓칠 때 결국 시들게 된다.

육관응 국장 = 한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집단지성도 필요한 시기이다. 원불교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며 사회에서 요청하는 원불교 지도자상은 무엇인가?

홍석현 회장 = 현대 사회는 대중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스타를 갈망하는 이중성(二重性)이 있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옛날에는 출가자만 수행을 하고, 재가자는 그저 기복적 기도만 하는 종교가 많았다. 기독교의 〈성경〉도 중세에는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선 달라지고 있다. 출가와 재가를 가리지 않고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마음공부도 그런 면에선 대중의 시대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대중도 스타를 갈망하긴 마찬가지이다. 그 스타가 누구일까? '살아있는' 소리를 쏟아내는 사람이다. 오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빌려주는 사람이다.

2500년 전에 석가모니 부처님도 그랬고, 100년 전에 오신 대종사님도 그랬다. 수많은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오고, 대종사님을 찾아왔다. 사연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들이 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혜를 기르고 나눔을 실천하는 공부인이 되도록 앞에서 이끄는 활불(活佛)이 전무출신 가운데 서 많이 나올 것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육관응 국장 = 중앙일보가 작년9월에 특별기획으로 '예산1% 통일기금 적립 실천할 때'라는 기사는 여야를 물론하고 시민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통일기금에 대한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홍석현 회장 = 남과 북은 본래 하나였다. 하나가 둘로 쪼개졌으니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충돌이 있는 것이다. 남북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북을 바라볼 때 한 민족, 한 동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예산1% 통일기금 적립 실천할 때'라는 중앙일보의 특별기획도 그런 맥락이다. 남과 북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북을 돕자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2001년 처음 '예산1% 북한지원에 쓰자'는 아젠다를 제시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예산1% 통일기금 마련'을 사회적 화두로 제안했다.

지난 9월에는 중앙일보에서 세 번째로 '예산1% 통일기금 적립 이젠 실천할 때'라는 특별기획을 전개했다. '통일세 준비할 때'라는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정부 측에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통일기금 마련은 북측의 도발과 연평도, 핵 문제 등과 관계없이 긴 안목으로 추진돼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고, 나중에 우리가 부자가 되면 그때 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에 따른 남북한의 급격한 사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불교도 평양에 국수공장을 꾸리는 등 통일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예산 1% 통일기금 적립 실천' 캠페인을 할 때 교단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좀 섭섭하긴 했다.

육관응 국장 = 원불교 교정원은 익산이라는 지방에 있다. 그러다보니 정보, 문화, 외교 등에서 적절한 대응과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교정원 서울이전에 대한 생각은?

홍석현 회장 = 교정원의 서울 이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원불교가 틀에 갇히고, 틀을 붙들고, 틀에 안주하는 모습은 없는지, 있다면 그걸 먼저 바꾸어야 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우선이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지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된다. 종교도 자기 습에 얽매이면 곤란하다. 결국 종교의 본질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가 요구하면 교정원이 뉴욕이나 베이징에 있어야 할 수도 있다. 세계 종교로 발돋움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 세상 변화의 흐름을 가장 잘 잡아 낼 수 있을까? 장소가 어느 곳에 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문제다.

육관응 국장 = 교단에서는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를 출범하며 공부와 사업, 대사회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교단 혁신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원불교100년의 최대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홍석현 회장 = 원불교 개교 100년이 5년 남았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100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의 나이로 따지면 원불교는 무척 젊은 편이다. 젊은 종교의 가장 큰 장점은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틀에 갇히지 않을수록 우리는 종교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갈수 있다. 틀에 갇히지 않을 때 유연하고 활발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게 바로 젊은 종교의 특성이다. 그럼 교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진정한 젊은 종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단이 깨달음(지혜)과 나눔(자비)의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독수리가 되기를 염원한다.

육관응 국장 = 현장에서 느끼는 원불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홍석현 회장 = 원불교의 내재적인 가치가 세상에 더 알려져야 하고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전〉이 몇 페이지 안 되지만 그 속에 불교, 도교, 신유학 등 세계종교가 다 녹아져 있다. 이런 말씀들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게 했으면 좋겠다. 정제된 비타민 같은 말씀이 아니라 살아있는 언어로 내 문제, 사회 문제와 연결해 대기설법이 쏟아져 나왔으면 한다. 대종사께서 '억지로 교화하지 마라(실시품 2장)'고 법문 하셨듯이 일원의 다이아몬드를 내 안에서 스스로 빛나게 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면 교화는 저절로 될 것으로 본다.
자신의 깨달음의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살아있는 부처의 목소리가 부족하진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주려면 이런 살아있는 언어가 필요하다. 자신의 깨달음의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도한다.

대종사께서는 당대의 문제를 당시의 언어로 설명했지만 복잡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현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 시대의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대종사에게만 의지하려는 경향을 벗어나는 패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원불교는 기성종교를 뒤따르기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어떨까. 기성종교에 소속되려고 애쓰기보다 젊은 종교답게 독자성을 가지고 갔으면 한다.
▲ 교단의 발전과제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 본사 황인철 사장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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