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나무

▲ 황상운 그림
"어서 오세요, 도산선생. 조국 독립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내가 비록 조국의 독립운동을 한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족을 일깨우고 힘을 쌓아가는 불법연구회 총재님이야말로 참으로 큰 힘을 가진 독립투사가 아닙니까?"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에게 옥고를 치르고 신용리 불법연구회를 찾아온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불법연구회 박중빈 총재 간의 대화다.
두 사람은 공통의 의견을 갖는다.

"내 외국에 있으면서도 총재님의 근검절약정신을 실천함으로 약자가 강자가 되는 방법을 배웠소이다."
"도산, 무슨 과분한 말씀을 하시오. 독서교육, 농촌계몽을 통한 독립운동이야말로 민족의 별이 아닙니까?"
안창호는 박중빈을 만난 후 얼마 안되어 다시 투옥되고 중환자의 몸으로 풀려나와 세상을 떠난다.

일본은 만주를 점령하고 우리 민족을 노예처럼 부린다.
민족말살정책으로 학교마다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

"하이 조센징! 여기 올라와 절하지 못할까?"
"절은 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저자를 연행하라!"
이러한 일제의 억압은 불법연구회 구내까지 들어선다.

주재소 순사가 버젓이 모임에 섞여 박중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러나 박중빈은 이들에게 눈 하나 치켜 뜨지 않고 늘 웃는 달덩이 얼굴이다.

"스승님! 불법연구회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순사를 항상 웃음으로 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예? 고맙다니요?"
"그 순사가 그대들처럼 공부하는데 기쁜 일이 아닌가?"
"그자는 우리를 헤치러 온자입니다. 일본에게 빌 붙어사는 민족반역자입니다."
"그러니까 더욱 잘 해주어야지."

박중빈의 한결같은 일본 순사에 대한 너그러움과 변치 않는 사랑은 그를 감복시킨다.
'총재님의 마음은 둥글다. 너그럽고 부드럽고 인자하시다. 왜 나만이 외롭고 쓸쓸한 것인가? 부끄럽다.'

꽁꽁 얼었던 감시자의 마음이 봄바람에 얼음 녹듯이 풀린다.
"총재님! 저는 여기에 공부하러 온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소. 직책이 그러하니 도리가 없지요."
"이제 총재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소인을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야 물론이오. 원래 중생과 부처는 한 몸이오. 중생이 깨치면 부처가 되고, 부처가 어두워지면 중생이 되는 거요."

박중빈은 일본순사에게 법명을 지어주고 격려한다. 그러나 불법연구회를 노리는 일제의 눈초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다시 번뜩거리고 있다.
마령교당 송벽조가 가뭄과 조선의 어려움은 일제의 패도정치 때문이라며 성토하다가 체포된다.

원기23년 8월 총독부 경무국장이 예고도 없이 전라북도 경찰부장을 앞세우고 총부 박중빈을 찾아 온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