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 교도·부산교당
    (논설위원)
이미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자살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자살방조죄라고 하는데 지금 이 땅 위에 살아 있는 우리 모두는 피의자 신분이 아닐까?

자살은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 201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약 808,800명이 자살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856,000명과 비슷하다. 2007년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살자는 12,174명으로 하루에 평균 34명, 49분마다 1명꼴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였다. 문제는 자살사망률의 추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과 노령인구의 자살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 나라의 중추적 연령대인 20~30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자살의 원인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사회학적 원인과 스트레스-취약성 모형이다. 사회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켕은 세 종류의 자살을 연구하였는데 첫째, 개인이 어느 사회집단과도 밀접하게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이기적 자살'로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도시 사회 거주자가 농촌 사회 거주자보다 자살률이 더 높게 나타나며, 개인에게 독자적인 사고의 영향을 허용하는 사회는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요구하며 과도한 자아의식과 이기주의는 극단적인 경우 개인과 사회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고 자살을 부추긴다. 사회 곳곳에서 공동체의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 모습이다. 가정, 학교, 그리고 직장 어느 곳에서도 사회적인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따스함이 자꾸만 바닥나고 있지는 않는지?

둘째로, '이타적 자살'은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집단과 지나치게 융화되고 결속된 나머지 사회 집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는 식으로 발생하는 것인데 개인에게 독자적으로 사고할 영역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사회나 단체는 '이타적 자살'을 하게 만들며. 광신적인 사교집단에서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셋째는, 사회집단에 대한 개인의 융화나 적응이 돌연히 차단되거나 와해된 경우에 발생하는 '무통제적 자살'로 경제적으로 파산하거나 반대로 벼락부자가 된다든지, 사회 경제적 공황에 처한다든지, 사회적 규범이나 가치가 붕괴된다든지 할 때 실행하는 자살을 말한다. 지나치게 느슨한 사회규범이 문제가 되며, 특히 대중매체가 자살을 유도하는 일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인터넷 자살 동호회 모임이 자살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지만,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는 방아쇠 구실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병리현상과 너무 닮은 모습이다.

자살을 막는 방향으로는 '방어 요인'이 있다. 방어 요인에는 첫째,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삶의 목적과 방향이 확고히 서 있으며 인생관이 건실하다. 물질에 연연하기보다는 문화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둘째, 가정이 화목하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며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따뜻한 사랑과 높은 관심으로 자신을 돌보는 부모가 있고,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가족이 있다. 교우 관계 등 대인 관계가 폭 넓고 원만하여, 어려움을 당하거나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남에게 지원이나 조언을 요청할 태세를 취한다. 셋째, 매사에 적극성을 띤다. 생활에 부족함이 없는 안정된 직업이 있고 몰두할 취미가 있으며 어려울 때 의지할 종교가 있다. 늘 자신감에 차 있으며 어떤 일이든 열심히 배워 보려는 의욕도 있다. 넷째, 생활 습관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수면, 식사, 운동을 충분히 하며, 흡연을 삼간다. 위의 요건 모두가 자살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이들 장치가 약하면 방어기능 역시 취약하게 된다.

실험실 배지에 세포를 배양하면서 성장에 힘든 조건을 제공하면 발육을 멈추고 세포자멸을 일으키는 세포자살을 볼 수 있다. 하물며 세포의 집단인 우리 몸을 자살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신개벽을 주창하신 대종사는 이미 이러한 병을 진단하시고 치료법도 자세히 밝혀주신 바 우리 원불교인 모두가 병든 사회를 치료하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낙원세계 건설에 매진하여 제생의세의 서원을 이루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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