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도현 교도과천교당

원기27년 겨울, 소태산대종사께서 개성교당을 순회하셨다.
대종사께서 이경순에게 물으셨다.

"지금 개성교도들 중에 유무념 대조법과 상시일기법을 실시하고 있는 사람이 몇인가?"
"아직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유무념 대조법, 젊은 사람에게는 상시일기법을 공부시켜라. 한때 우~ 하고 많이 모여든다고 해서 그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마음공부에 재미를 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지나서 들었던 말을 또 듣는다고 권태증을 느끼기 쉽다. 철새처럼 시세 따라 잘 변하는 교도들이 아니라, 마음공부길을 잡고 꾸준히 수행 정진하는 교도들을 길러내야 한다."

'우리 교단은 개교 10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교도 수가 적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들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세월이 간다고 교화문제가 저절로 쉽게 해결될까요.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인터넷 전성시대입니다. 모든 정보가 찰나 간에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시대입니다. 통신기술이 이렇게나 천지개벽을 했는데, 우리의 빼어난 교법이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퍼져나가는 게 더디다면 그건 무슨 까닭일까요.

우리의 교법은 신앙과 수행을 함께하는 교리입니다. 교법에는 신앙문과 수행문이 있지만, 대부분 신앙에 치우쳐있는 듯한 우리의 현실은 개교 100년도 채 안되어 벌써부터 2천년도 넘은 기성종교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을 최우선시 해온 기독교도 이젠 세계적으로 신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우리 교단도 이제 세계인들의 생각이 전환되는 것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진리든 성현이든 과거처럼 '믿음의 대상'을 갈구하기보단, 스스로 행복해지는 '좋은 수행법'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가령, 1992년에 시작되어 고작 20년도 안 된 중국의 파룬궁(法輪功)이라는 심신수련법은 벌써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1억 명이 넘게 수련하며 현재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인터넷백과사전).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까요.

종교는 교법을 수행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교세가 확장되는 동력(動力)이 생깁니다. 궁극적으로 교단의 발전과 침체는 교법 수행인의 수가 늘고 줆에 비례한다고 봅니다. 또한 직접 체험해보면 '수행'은 사실상 '신앙을 겸하는 것'입니다. 교법에 대한 굳은 신념이 없으면 수행을 할 까닭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수행을 대대적으로 장려하고 '수행이 없으면 교단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내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천여래만보살의 시대가 찾아올 희망이 있습니다.

교화는 장사와 같고, 교법은 상품과 같으며, 교화자는 상인과 같다고 합니다. 자기가 써보고 확실한 효과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그 상품을 제대로 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무작정 많이 팔자고 한다면 그저 꿈에 불과할 것입니다. 상인이 손님에게 작은 물건 하나를 파는데도 그럴 텐데 하물며 교법(敎法)을 전파하는 일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무릇 양적인 성장은 질적인 품질개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교도 수 불리기'라는 교단적 염원은 위 아래에서 '수행하는' 분위기가 일지 않으면 사실상 공염불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교단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고객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교화를 걱정 말고 먼저 수행하는 풍토를 만들도록 합시다.

새해에는 대종사님과 교법을 단지 추앙만 하고 수행이 없는 '소태산의 팬'들이 되기보단 참으로 우리 교법수행에 정진하는 '소태산의 제자'들이 마구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천여래만보살'이 꿈이 아닌 시대가 반드시 오기를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