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비어있기에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음악은 나의 멘토, '마음의 면역력' 키워

▲ "악기를 연주하면 감성적인 우뇌를 자극하게 된다"고 말하는 김태곤. 그가 퓨전 국악악기로 '실용신안특허'를 낸 태금을 연주하고 있다.

'송학사'와 '망부석'등을 노래했던 가수 김태곤(62). 그를 용산 하이원빌리지에서 만나 안산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그는 에너지가 넘쳤다. 얼굴 또한 동안(童顔)이다.
비결은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닌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명상의 힘임을 실감케 했다.
그는 강의와 공연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이에 차안에서 인터뷰를 했다.

가수에서 명상가로

그는 음악을 통해 마음의 행복을 찾았다. 그 행복을 혼자만 느끼기보다 더불어 함께 하고 싶어했다. 행복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그의 말 속에는 세상 사람들이 힘든 마음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측은지심이 드러난다.

"달콤해서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은 지방분만 많다. 비만과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동물들은 어느정도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새는 더 먹으면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역시 재물에 집착한다. 이기심, 욕심과 집착, 명예욕 때문에 청빈한 가벼움을 잃어버렸다. 그 무게 때문에 날 수 없으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결국 비워야 한다. 음악이 비움의 생활철학을 도와준다."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게 된 그의 내공이 엿보인다. 그는 대구한의대 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원광대학교 기학전공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1세기가 보완대체 의학의 시대이기에 연예인으로서 학문적 이론도 탄탄하게 했다.

"지금은 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하면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다. 먼저 재미있고 친근해야 한다. 그러나 음악은 누구나 좋아하기에 다가가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돈버는 가수 생활보다는 마음의 건강을 찾아주는 음악을 하는게 그의 모토가 됐다.

"천성적으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때 별이 보이고 낙동강의 강물을 보며 자랐다. 자연이 주는 솔직한 기운을 느꼈다. 새와 강아지, 나비와 이야기를 하며 소통했다. 스피드 시대인 요즘 사람들은 심신이 너무 지치고 피폐됐다. 그 결과 우울증과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차분히 갖고 자기 존재감과 자긍심을 찾게 해주고 싶었다. 삶이 건강해야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건강하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일과와 마음공부

그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 바로 마음이 비워진다고 말한다. "모든 악기는 비워진데서 소리가 난다는 것에서 삶의 진리를 터득했다"고 할 정도다.

"모든 악기는 공명이 있다. 그 공명은 악기가 비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꽉차면 진동이 없다. 사람도 욕심으로 마음이 꽉차면 진동을 못한다. 음악은 마음을 비우게 도와준다. 대체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들은 자연과 끊임없이 진행되는 삶을 산다. 건강하려면 호흡이 중요하다. 노래를 부르면 호흡이 절로 된다. 특히 음악은 복식호흡을 통해 수승화강이 절로 된다."

그러므로 이 비움은 경계가 닥쳤을 때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힘든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분노나 폭력, 술과 담배로 풀 수 있지만, 결국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마음의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마음의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을 하면 세로토닌이 신경계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며 심리학적 기능을 강화시킨다. 악기를 연주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가 악기를 다루며 노래하는 이유다.

"악기를 다루면 자연친화적이 된다. 음악은 생각을 많이 하고 지쳐있는 좌뇌에 휴식을 줄 수 있다. 음악은 우뇌를 활성화 할수록 감성적 측면이 상승한다. 악기를 다룰 때 손가락 끝을 자주 사용하면 노화를 방지하고 뇌가 열리도록 도와준다. 뇌가 열리면 마음도 열린다. 이렇듯 음악은 좌·우뇌를 균형시키는 교량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악을 하면 심성이 고와진다."

보통 가수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노래를 많이 하지만 그는 희망을 주는 정신세계를 노래한다. 우리의 얼과 역사성도 담고 있다. 긍정적인 노래가 마음을 살린다는 것이다.어떤 노래를 부르는가가 중요하다.

▲ 이리교당에서 강의 후 공연하는 모습.


'송학사'의 노래가 주는 의미

그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려준 히트곡 '송학사'는 부처님의 마음을 담고 있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매나/ 그리운 맘 님에게로 어서 달려 가보세'란 노랫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요점을 제시한다. 송학사에서 송(松)은 소나무, 학(鶴)은 십장생의 하나이며, 사(寺)는 절로서 인공으로 만든 구조물이 아닌 자연친화적인 삶을 의미한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균형과 조화를 표현한다. 균형과 조화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그 완급조절의 극치를 자연에서 찾는다. 자연스러울때 편안함과 행복, 더불어 함께 함이 작용한다.

"부처님 말씀에 '누구나 불성이 있다'고 했다. 송학사의 '님'은 부처님을 상징한다.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이며 일체유심조를 말한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제행무상이다. 바람도 구름도 흘러가듯이 음악도 흘러간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 문종번뇌단(聞鍾煩惱斷)이라는 말이 있다. '종의 소리를 들었을때 번뇌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생각과 번뇌로 머무를 마음이 어디 있는가. 철학적 종교적 진수가 음악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생의 길에 고정된 것은 없다. 자연의 이치에 따를 뿐이다"

음악은 마음의 빗장을 열어줘

스스로를 '청각적 철학자'로 지칭하는 그는 음악이 멘토이며 영성을 일깨우는 도반임을 넌지시 제시했다.
"음악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기 보다는 이타적 삶을 지향한다. 소아적이고 이기적이고 유전자적인 삶이 아니다. 음악은 향기와 구름, 공기와 같다. 경계선이 없다. 구별과 분별심이 없다. 물건은 내것으로 뺏고 싸워야 하지만 음악은 물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와 같다. 그러므로 종교적 체험처럼 아름답고 깊다. 음악 그 자체가 치유고 사랑의 음악은 불립문자로 통한다."

건강증진을 위해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는 21세기의 종교는 음악처럼 감성으로 마음의 빗장을 열어줄 것이다고 내다봤다.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은 눈과 귀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보고 듣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조깅을 하면서 왜 마음운동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마음을 자꾸 환기시키고 넓혀야 한다. 우리가 종교를 믿는것도 영혼을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방이 깨끗해야 오는 손님을 맞기도 좋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원불교와의 만남은 2003년으로 기억했다. 중앙교구 이리교당 법회에서 '건강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원광대 박사학위 수료, 원음방송 출연 등 인연이 깊다. 그러면서 그는 원불교 법당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이 소리의 빛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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