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도빌리지.
▲ 임실교당 입구.
▲ 창평교당 입구.
한해를 마무리 할 즈음, 작년에 이어 가족여행에 대한 취재 요청을 받았다. 어디로 여행을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어 보니 작년에 방문하였던 영산성지와 같은 여행을 올해는 바꾸어 보기로 했다.
올해는 우리 가족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것 같다.

나 자신도 사업차 중국에 현지사무실을 설립하고 한국과 중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고, 아들과 딸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후 아들은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딸은 중국으로 유학공부를 떠나는 바람에 엄마도 함께 중국으로 잠시나마 생활 터전이 옮겨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연로하신 어머님은 자신이 해외로 함께 나가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여생을 오랫동안 염원 하셨던 원불교에서 수양 생활을 하시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익산의 공도빌리지로 떠나시면서 가족들 간에도 서로 헤어짐에 따른 생활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부모와 가족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가족여행 테마를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으로 '뿌리를 찾아보는 여행'은 어떨까 하여 어머님이 계시는 익산총부 → 자신의 부모님 고향인 전북 임실 → 처의 부모님 고향인 전남 창평을 돌아보는 여행 코스로 잡아 보았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가족을 생각해 보고, 이들 지역에 세워진 원불교 교당을 방문하여 고향에서 원불교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함께 느껴 보자는 것이다. 원불교 〈대종경〉에 보면 "사람은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떠날 마음 채비를 하라"는 법문이 있다.

예전에 비하여 사람의 수명이 많이 연장되었지만 이미 인생의 반을 넘긴 50대의 나이에 부모님의 고향을 방문해보고,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의 고향이란 곳을 보여주며, 원불교 교당을 방문하여 교당의 교무님들과 법담을 나누어 보는 것도 산공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런 여행일정을 잡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명절 때면 아버지의 고향을 방문하여 설날에 세배도 하고 세뱃돈을 받아 즐겁게 보냈던 추억, 제사 때에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맛있는 제사 음식을 먹고 여러 친척들과 한방에서 나란히 누어 잠을 잤던 기억, 추석에는 성묘를 하고 감나무·밤나무 등의 유실수에서 과일들을 따면서 놀았던 아련한 기억들이 모락모락 떠오른다.

이런 기억을 가진 부모님의 고향을 방문한다고 하니 10여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생각과 함께 혼자 수양심을 키우며 가족들을 위해 매일 매일 기도하고 계실 어머니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정문.
▲ 성덕노인전문요양원.


익산성지의 공도빌리지

익산 총부의 뒤편으로 원광효도마을 내에 자리 잡고 있는 공도빌리지는 조그마한 간판만 없다면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과 다를 바 없는 아담한 3층짜리 건물이다.
이곳은 원불교 교도로서 노년의 수양 생활을 위해 마련된 예전의 양로원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남녀 포함하여 현재 30여분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가깝게 노인병원이 위치하고 있어 항상 건강을 체크하고, 규칙된 생활과 함께 수도 생활을 함에 따라 이곳에 계시는 어머님께서는 이전에 비하여 건강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지신 듯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한 안심이 되었다. 어머님도 좀 더 빨리 이곳에 내려와서 생활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신다.

급격하게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서 아직도 우리는 사회적으로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탄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런 세태는 조금만 지나면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이런 생활을 위하여 미리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교단적으로 이런 변화에 맞추어 10여년에 이런 공동체를 위한 시설들을 마련하여 놓은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다. 이런 시설들을 더욱 많이 세워 경제적 부담 없이도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지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설의 증가 뿐 만이 아니고 이런 시설들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어머님과 가족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그마한 방이지만 한방에서 함께 잠을 자면서 모처럼 옛날의 추억을 되새겨 준 하룻밤을 보냈다.

처부모님의 고향 전남 창평
▲ 창평교당 대각전.
창평은 옛 이조시대에는 창평군으로 현감이 있었다는 곳이다. 일제시대에 담양군과 합병되면서 창평면으로 그 지위가 줄어들었지만 창평 고씨의 집단성을 가진 곳으로 예전부터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이런 곳은 대부분 오랜 전통에 의하여 지역색이 강하고 집단 이기주의 사상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나 옛 유산물들이 그대로 유지되어 많은 전통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곳에 대학의 분교가 설치되는 것을 지역 유지들이 막았다는 일화가 있다. 남아 있는 전통과 창평엿과 같은 지역 특색의 음식으로 인하여 이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받아, 급변하는 이 시대에서 이곳을 방문하여 시간을 천천히 돌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요즘 시골교당들은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가고 주민들이 고령화 되면서 교도수가 감소하여 교당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교당은 1천여평의 넓은 교당의 대지와 대도시에서 가까운 지리적인 특징을 살려 이곳에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수용인원 60여명의 노인요양복지시설(성덕원)을 신축함에 따라 교당과 연계한 알찬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교무님과 교도 회장님께서는 이곳 교당이 이런 시설에 머물지 않고 더욱 커다란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익산의 공도빌리지와 같은 유료수양시설을 짓고, 이에 어울리는 멋진 교당을 신축하며, 기존의 역사 있는 법당은 영모원과 같은 건물로 재활용하여 이곳에서 멋진 노년 인생을 보낼 수 있는 시골교화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무님과 교도회장님은 꼭 이곳에서 노년을 보내라는 당부를 하신다.

부모님의 고향 전북 임실
▲ 임실교당 내 원광어린이집.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임실교당은 부모님을 따라 지나 다니면서 많이 보았지만 실제적으로 교당의 법당에 들어가서 일요법회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요법회를 보기 위하여 모여든 어르신 분들이 새롭게 찾아온 우리를 보면서 매우 궁금해 하신다.

교무님의 배려로 법회 중에 잠깐의 시간을 내서 찾아온 배경 이야기를 하면서 방문에 대한 소감을 전달해 보았다.

"이곳은 부모님의 고향으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아온 것에 감회가 매우 크다. 여러 교도님들께서는 이곳 교당이 시골교당으로 다른 곳과 별반 다름없이 교화가 어렵고 인원이 줄어든다고 이야기 할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는 이곳 교당과 같이 넓은 터에 멋진 모습을 가진 교당도 그리 많지 않고 아름다운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많지 않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후 "단상에서 보니 젊은 교도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니 발전의 가능성이 충분하게 보인다."며 "교화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남자 교도 분들이 너무 적은데 가장 먼저 나 자신의 가족들이 함께 하는 가족교화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교당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우리는 너무 자신의 교당에 머물러 있고 주변의 교당들에 대한 장점이나 교화 전략들을 비교하여 자신의 교당에 대한 자부심과 다른 교당의 장점들에 대하여 이를 흡수하는 자세가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집사람으로부터 "이곳에서 앉아 있으니 다른 곳에 비하여 유달리 일심이 잘 이루어진다"라고 하면서 "이곳의 터가 상당하게 좋은 모양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부모의 고향인 이 교당터에 많은 사람들로 법당이 가득 메워지도록 염원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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