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69: 원불교의 정신수양법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답: 원불교 교도라면 일상생활 중에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전〉의 일상수행의 요법에 보면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을 세우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성의 정을 세우는 것이 바로 원불교 정신 수양법의 요체입니다.

불교에서의 정(定)이라는 것은 등지(等持) 또는 삼매(三昧)라고 번역됩니다. 즉 정신을 통일 집중시켜, 산란하지 않도록 보존하고, 전심하여 삼매의 상태에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정(定)이 필요한가? 이는 집중된 정신을 가지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타 당시 외도들 가운데에는 선정을 가지고 수행의 최후 목적으로 삼아, 정을 얻으면 그것으로 열반의 이상경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에 의해 올바른 혜(慧)를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자성의 정을 세운다는 말을 쉽게 설명하면, 우리의 마음을 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폭풍이 몰아친다든지 하면 배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때 자성의 정을 세운다는 것은 배가 정박할 곳을 찾아서 닻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유명한 육조 혜능대사의 깃발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바람이 절의 깃발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승려는 "깃발이 펄럭인다" 하고 또 한 승려는 "바람이 펄럭인다 "고 했습니다. 둘이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자, 육조가 말했습니다. "바람이 펄럭이는 것도 깃발이 펄럭이는 것도 아니고, 다만 너희들의 마음이 펄럭일 뿐이다." 바람이 절의 깃발을 울리는 것은 두 승려의 마음에 정이 세워지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그러면 자성의 정을 어떻게 세우는가? 그것은 간단합니다. 공자는 〈대학〉에서 '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라고 했습니다. 이를 번역하면 그칠 데를 안 뒤에 정함이 있으니, 정한 뒤에 능히 고요하고 고요한 뒤에 능히 편안하고 편안한 뒤에 능히 생각하고 생각한 뒤에 능히 얻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먼저 정하기 위해서는 멈춤이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자성의 정을 세운다는 것은 삼독심을 멈추는 공부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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