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70: 원불교의 사리연구와 불교의 혜(慧)는 어떻게 다른가요?

답: 사리연구에서 시비이해의 일을 사(事)라 하고, 대소유무의 이치를 이(理)라 합니다. 그러므로 밖으로 많이 보고 듣고 배우고 연구하여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고와 낙을 구별할 줄 아는 공부가 사(事)에 대한 연구요, 안으로 진리를 연마해서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진리를 깨치는 공부가 이(理)에 대한 연구입니다.

원불교 교도라면 일상생활 중에 항상 지켜야 하는 법으로서 〈정전〉 일상수행의 요법 2조에 '심지는 원래 어리석음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어리석음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혜(慧)를 세우자'로 되어 있습니다. 자성의 혜를 세우는 것이 바로 원불교 사리연구법의 요체입니다. 자성의 혜를 세우는 상태는 선정이라는 특별한 정신 통일을 얻은 동안뿐 아니라, 보통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절대로 불안 고뇌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상의 상태는, 단지 선정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세계관 인생관을 이해하여, 일상생활 그 자체가 이 세계관 인생관에 부합하게 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 올바른 세계관 인생관, 즉 연기(緣起)나 사제(四諦)의 이법을 아는 마음의 작용을 불교에서는 혜라고 부르고 그를 위한 활동을 우리 원불교에서는 사리연구라고 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혜는 음역하여 반야라고도 하고, 반야의 지혜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머릿속에 있는 지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 지식이 실천과 결부되어 몸으로 체험 되는 것 그 자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선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붓다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연기의 도리를 깨달은 것은 선정의 상태였습니다. 올바른 지식은 우리의 정신이 통일되어 냉철 그 자체로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얻고자 하는 지혜가 고도로 순수한 것일수록, 그 지혜를 얻기 위한 선정도 정신이 극도로 순화되고 통일된 것이 아니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선정은, 올바르고 뛰어난 반야의 지혜를 획득하는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미 얻은 지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도 필요한 것입니다.

원불교의 사리연구는 대종사께서 깨치신 한 두렷한 기틀 즉 일원상과 사물을 대조하여 얻는 것으로 일원상이라는 진리의 거울을 비추어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연구인 것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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