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68: 원불교의 좌선법은 묵조선에 속하나요?

답: 속성상으로는 묵조선이며 그 중에서도 단전주 선법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불교 수련의 진수인 선(禪)과 도교 수련의 진수인 단전주(丹田住)를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상단은 신(神)의 집이고, 중단은 기(氣)의 곳간이며, 하단은 정(精)의 구역입니다. 정 가운데 기가 생하고 기는 중단에 있으며, 기 가운데 신이 생하고 신은 상단에 있으며, 진수(眞水) 진기(眞氣)가 합하여 정을 이루는데 정은 하단에 있으며 단전주 선은 하단에 주하여 선을 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좌선법에는 마음을 주(住)하는 법이 수없이 많으나 대개 화두를 드는 간화선법과 묵묵히 마음을 비추어 관하는 묵조선(默照禪)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묵조선 중에 마음을 단전에 주하는 법을 단전주선이라고 말합니다.

전래로 묵조선은 선풍이 온화하기는 하나 자칫 혼몽에 들기 쉬워 무기(無記)의 사선(死禪)에 빠지기 쉽다는 비난이 있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대종사님께서 간화선을 취하지 않고 대신 묵조선 가운데 단전주선을 취한 까닭은 수도승이 아닌 일반 대중이 모두 참여하는 선법을 개발하시겠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간화선은 근기가 높은 출가승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이 누구나 행하기에는 적절한 방편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화두의 경우 머리에 생각을 두게 되므로 자칫 화기(火氣)가 올라 병을 얻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에 대하여 단전주 선은 마음을 단전에 주하게 되므로 생각이 복잡하지 아니하여 물기는 올라가고 불기는 내려가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되어 쉽게 안정을 얻을 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극히 간단하고 편이하여 선의 공덕을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전주 선을 권장하시게 된 으뜸되는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전주 선은 마음의 안정뿐 아니라 건강상으로도 매우 유용하여 영육쌍전의 취지에도 적극 부합하는 선법입니다.

수승화강이 잘 되면 마음의 안정은 물론 몸에 병고가 감소되고 원기가 충실해지며 능히 수명을 안보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원불교 선법이 간화선을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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