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도광 교무·원광대학교
    (논설위원)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다양한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인간의 존재와 가치, 삶의 행복과 평화는 마음이 서로 소통하는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소통은 너와 나의 진정한 만남이다. 서로 통하지 못할 때,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몸에 혈맥과 기운이 원활하게 통하지 못하면 병을 얻게 된다. 마음에 심한 충격이나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정신분열, 우울, 자폐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현대사회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물질이 풍요로운 가운데, 정신은 가난하고 감성은 피폐하고 과격해져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가족해체 문제는 대화의 단절, 이해의 부족과 오해, 신뢰의 상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민족과 종교에 있어서도 배타적 우월주의가 팽배하고 타민족과 타종교를 배척하거나 말살시키는 역사적 과오가 수없이 많았다.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과 식민지 정책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문화, 경제, 정치적 속국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부 빈곤 국가는 절대적 채무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강자는 약자를 유린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은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 충돌을 불러오게 된다.

어떻게 소통함으로써 인간의 존재와 가치, 삶의 행복과 평화를 이룰 것인가?
소통의 철학적 기반은 나와 너의 존재가치와 상호 관계에 대한 깊은 자각이다. '나'만을 중시하고 편견(偏見)과 좁은 관견(管見)에 사로잡혀 상대를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는 다민족 다종교 사회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기본 덕목이다. 불교의 고타마 싣달타는 연기(緣起)사상을 통해 모든 존재의 관계성을 밝혔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대종사는 모든 존재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생명적 은혜의 관계를 밝히고 실천하도록 하였다. 내가 만나는 사람, 자연과 생명을 나의 목적과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절대적 은혜에 대한 깨달음은 소통의 근간이 된다.

사람의 감정은 서로 전류가 흐르듯 전염된다. 나와 너의 마음이 통하고 감정의 파장이 일치할 때 서로 공감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실험실 안에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대화 또는 부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거울 작용(mirroring)'이라고 한다. 노여움, 불안감, 경박함 등 부정적인 감정과 불편한 마음은 정신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감성지수도 떨어지게 만든다. 구성원들의 반목과 질시는 힘을 분열시키고 조직을 와해시킨다. 반면, 구성원들의 마음과 감성의 소통은 '집단의 IQ' 즉 모든 사람들이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서로를 소통시키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이다. 앞에서나 뒤에서나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한결같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다 하는 과정에서 신뢰는 쌓이게 된다.

소통을 위한 대화와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도자는 목적 추구를 위해 '어떻게'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태도와 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해 상대는 늘 변화한다. 감정의 변화, 신체적 변화, 지위와 힘의 변화가 시시각각으로 이루어지기에,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르침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지혜의 방편(方便)을 통해, 유교의 〈중용〉에서는 '시중(時中)'을 통해 상황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을 가르치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때, 스승이 제자를 지도할 때, 아이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지도자의 행정편의적인 '법(法)대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은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가지만 억지로 물을 먹이기 어려운 것과 같다.

구성원들의 교단과 사회의 미래를 위한 마음에서 우러난 능동적 실천을 이루기 위해, 솔직한 대화와 만남을 통해 깊은 공감대 형성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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