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71: 원불교의 작업취사와 불교의 계(戒)는 어떻게 다른가요?

답: 작업 취사는 정신수양과 사리연구의 바탕 위에서 육근 동작을 정의롭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불교 교도라면 일상생활 중에 항상 지켜야 하는 법으로서 〈정전〉 일상수행의 요법(日常修行-要法) 3조에 '심지는 원래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계(戒)를 세우자'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성의 계를 세우는 것이 바로 원불교 작업취사의 요체입니다.

가령 우리가 이미 뛰어난 지혜 경험을 얻었다고 해도, 정신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냉철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 지혜 경험을 충분히 구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입학시험을 치룰 학생이 이미 충분히 준비를 하여 모든 과목에 대해서 우수한 수준의 학습을 마친 경우에도, 시험장에 임해 마음이 동요되어 정신통일이 안된다면, 이미 학습하여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답안을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학습 준비가 된 후에, 그것을 완전히 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좋게 하여 통일된 마음과 냉정한 태도로 시험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같이 냉정한 상태로 시험을 잘 보는 것을 작업 취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원불교의 삼학 수행은 먼저 정신수양인 정(定), 사리연구의 혜(慧)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작업취사의 계(戒)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가지의 관계는 불교와 다른 순서를 갖고 있습니다. 불교의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의하면, "이러 이러한 계정혜가 있다. 계가 실천되었을 때, 정의 큰 이익과 과보가 있다. 정이 실천되었을 때, 혜의 큰 이익과 과보가 있습니다. 혜가 실천되면 마음은 번뇌, 즉 욕루(欲漏)·유루(有漏)·견루(見漏)·무명루(無明漏)로 부터 해탈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계정혜의 순서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리연구의 혜인데 반해서 우리 원불교에서는 이 세 가지 가운데 작업취사의 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작업 취사를 가장 중요시 하는 측면에서 생활 불교, 실천 불교적 의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작업취사는 인간의 행동력과 실천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실천력 없는 수양력과 연구력은 공허하고 관념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업취사는 언행일치·지행일치·신행일치·각행일치의 생활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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