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맞는 소태산대종사의 비전, 무엇이었을까?
사회혼란, 종교의 가르침 실천하지 않는 이유
원불교가 생활경제 바로 세우는 생협활동에 앞장서야

본사에서는 사회 저명인사를 만나 원불교의 발전 방안과 혁신 과제들을 짚어보고 교단 성장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2011년, 새해 원불교에 바란다'를 기획했다. 이번 호에서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만났다. 인터뷰는 18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실에서 진행됐다.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이 시대의 대중문화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인격의 완성이나 종교적 가치도 이에 포함 된다. 사람들은 이상적이고 온전한 세상에서 살려고한다. 그런데 왜 세상은 이렇듯 절망적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절망이다. 합리적인 눈으로 보면 이해가 안된다. TV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람들을 보면 전부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 같다. 예컨대 최근 한 나라의 장관으로 임명될 사람이 나와서 자기인생을 검증 받는다.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보통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그런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처럼 어느 사회나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위정자들의 문제, 정치, 대기업 등 문제는 상당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이것이 희망의 근거다. 그래서 '희망 제작소'를 만들었다. 절망뿐이기 때문에 희망이 필요했다. 그것 때문에 신이 난다. 우리 사회가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이상적이면 할 일이 없다. 원불교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렇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인의 자세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정신적 혼란이다. 정신이 바르면 그 사람이 꿈꾸는 비전이 바르고 행동도 바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좋아지면 모두가 좋아진다. 종교인은 많은데 실제 사회가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신자들이 실제적으로 그 종교의 정신을 올바로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 이유이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가 황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성공주의로만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은 재벌, 권력을 가진 것 등이라 본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말로가 어떠했는가. 역대 대통령 역시 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관을 지낸 사람들도 그렇다. 실제는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성공을 보고 아이를 키운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 혼란이다. 종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정신을 바로 세우고 인간이 태어나서 성공한 삶에 대한 바른 정의를 세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나는 원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팬이다. 원불교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 삶의 현장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한 종교라고 생각한다. 정이 많이 간다. 희망제작소가 지향하는 바와 많이 통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대기업 중심으로 양극화가 되는 시대에 원불교가 신흥 경제, 대안 경제, 풀뿌리 경제, 소기업 중심의 생활 경제를 세워가는 실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희망제작소를 통해 기부문화 확산 운동이 일고 있다. 종교단체들의 기부문화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종교에 기부를 하는 것은 신자들이 감동을 받아서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기부하는 것은 좋은 세상, 개벽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기부문화를 확산 시키려면 먼저 신뢰를 줘야 한다. 기부자가 '내가 돈 내면 좋은 세상 만들어 줄까'하는 것을 충족 시켜야 한다. 그 다음 설득의 힘이 있어야 한다. 모금은 과학이고 예술이다. '기부된 돈이 좋은 곳에 쓰여 지고 있다'는 설득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금 전문학교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원불교가 한 번 더 성장하려면 모금의 새로운 전략과 기술,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이다. '원불교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다. 21세기와 미래 사회에 원불교가 한국과 지구촌 사회에 이런 일 하겠다는 비전을 내 놓아야 한다. 다른 종교와 확실하게 차별성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돈을 내더라도 원불교에 낸다. '사람들이 원불교 괜찮다. 우리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96년 전 소태산대종사가 처음 시작했던 그 시대의 비전을 오늘날의 원리와 철학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 과연 '21세기에 맞는 소태산대종사의 비전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가 운영되어야 한다. 즉 내부적인 네트워크 보다는 대한민국 경제를 확 바꾸는 네트워크이다. 직거래 조합운동이 핵심이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모든 것이 직거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가 형성되려면 협동조합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원불교 성직자들이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리드해 가야 한다. 원불교가 이 사회에 협동조합운동을 해 가면 좋겠다. 원불교에서 몇 차례 강의를 통해 같이 해 보자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연락이 없어 아쉽다.

-이 시대의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의 대립과 갈등 분쟁은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 서로가 윈-윈하고 상생하려면 소통과 대화, 타협, 중도가 되어야 한다. 의견 일치란 있을 수 없지만 서로 힘을 합치고 양보하고 조정하며 결론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양보와 화해, 대화와 타협뿐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을 그동안 알지 못했다. 주입식 교육에서 온 결과이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일곱가지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토론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그동안 소멸 시켜왔다.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경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분쟁이 커졌다. 소통은 먼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상생해야 한다.

-원불교 교도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화두가 있다. 문화와 예술, 상생과 협력, 파트너십, 소통과 평화, 생태적 삶, 생태 창조 등이 바로 화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에 우리가 집중하고 그것을 살려내기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면 개인이나 집단에게도 미래적 가치들이기 때문에 서로가 좋다고 본다. 원불교는 한국의 토착적 종교이다. 해외에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작은 길룡리 마을에서 시작해 세계 종교로 나아가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서 많은 사람이 소태산대종사의 삶과 이념 아래서 낙원을 맛보고 개벽의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 종교를 넘어서서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 본다.

사진 채일연 기자 chi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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