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의 교무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논설위원)
소태산대종사로부터 비롯된 원불교의 역사를 보면 교단형성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창립한도를 정하고 다시 세계를 향한 결복의 시기까지 내다보면서 교단의 기틀을 다져 왔다. 더욱이 소태산대종사의 열반 그리고 해방과 남북전쟁 등의 정치적 사회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원불교는 지속적인 교화·교육·자선의 3대사업으로 한국사회에서 명실공히 건실한 새로운 종교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6년은 원불교 개교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개교100주년을 준비하며 특히 4∼5백년 결복을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치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원불교의 근본정신 즉 소태산대종사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종교들이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고 특별한 사회적 정치적 배경속에서 세력을 넓히고 인류사회에 큰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런 종교들의 발전 모습과 비교해서 원불교의 역사를 보면 과거 종교들과 차별화되는 모습들이 부각된다. 다시 말해서 교단 창립과 발전계획을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해온 교조가 소태산대종사 외에 누가 있었을까 싶다. 조직운영에 대해서도 수위단회 설치 및 단 조직을 통한 교화방법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결사조직처럼 비장한 느낌까지도 든다.

소태산대종사의 활동기간이 되는 1916년부터 1943년 사이 우리 한국에서 그만큼 철저한 사상과 사회의식을 가진 분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또한 당시를 보면 여러 분야에 그렇게 인재가 많지 않은 때 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인재를 활용하고 전문인재 양성에 그렇게 정성을 들였다. 소태산대종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 교단의 정책 방향 및 행정 방식이 전문인 활용을 통한 합리적인 방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교단을 대표하는 법문 및 경륜을 위시하여 모든 정책 결정이 직책을 맡은 개인의 소견이 아닌 시의적절한 사회성과 미래를 준비하는 예지는 그러한 합리적 분석과 판단을 통해서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요컨대 원불교 교조정신으로 부각되어야 할 중요한 점은 바로 전문적 학문적 안목이 종교적 영성과 함께 만나서 교단의 교화 교육 자선의 구체적 정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태산대종사는 자신의 구세경륜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 혹은 교단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각 분야에 전문인을 활용한다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 점이다. 소태산대종사는 불법의 시대화·대중화·생활화의 이념을 내걸고 새로운 교단을 창립하였는데, 이 점을 소태산대종사의 종교정책 방향이라는 면에서 되짚어 본다. 우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반하는 교단이나 교조중심의 독선적인 방법을 지양한다는 점이며, 소수의 전문 수행인 중심이 아닌 대중의 곁으로 다가가는 점이며, 시대의 인심이나 지역적인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점이며, 세속생활에 거슬림이 없이 사람 사는 현실에 다가가는 종교이다.

이런 점들이 원불교가 과거 종교와 특히 다른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대개의 종교가 한지도자의 카리스마에 의해서 좌우된다면 원불교는 지자본위로 전문성을 갖추게 하는 것과 단운영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자칫 전문성을 상실할 수 있는 폐단을 막고 또한 종교가 지나치게 권위주의로 가는 것을 막아 대중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교단을 운영하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을 일찍이 해왔던 것이다.

2002년 미국에 미주선학대학원을 설립하고 금년 10월에 미주총부 봉불식을 준비하는 등 우리 교단은 원불교의 세계화의 바람을 불리려 하면서 특히 미국교화에 정성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사회는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취를 가장 큰 자부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교무와 교도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와 서구문화의 만남에서 새로운 원불교 문화 즉 교화방식과 교당 및 교단의 정책 입안과 실현 방안에 이르기까지 본토인의 정서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런 점에서 소태산대종사의 교단운영에 대한 근본정신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으며 동시에 원불교의 근본정신을 다시 점검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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