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하는 마음으로 20년 수련
홍일심 서울교구 여성회장, 서예대전 특선
2010-06-11 채일연 기자
제29회 대한민국 서예대전(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홍일심 서울여성회장 역시 "서예는 일종의 마음공부와 같다"고 증언한다. 그는 화선지를 펴고 먹을 갈 때부터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며 한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는 "먹을 갈 때 한 순간 마음을 놓으면 반듯하게 닳지 않는다"며 "오롯이 한 마음일 때라야 반듯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완전한 몰입이 이루어졌을 때라야 만족할만한 글씨가 나온다고 한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본래 마음처럼 텅 빈 화선지 위를 그의 붓이 지날 때마다 언어와 명상이 두렷해지고 글자 한 자 한 자가 새겨질 때마다 오히려 분별·주착심이 지워져 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러나 마음공부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듯 서예 역시 하루 아침에 명필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과정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 과정과 비슷하다. 홍 회장은 "어제와 오늘의 글씨가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과거와 비교해 자신의 글씨가 전과 다름을 스스로 알 수 있다"며 "그 순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바로 서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 기쁨은 서예를 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오랜 세월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이렇게 서예에 정진하며 아무 욕심 없을 것 같은 그도 서예와 글에 있어서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어 그 시를 낭송하고 글로 써 낼 수 있는 서예가가 되고 싶었다"며 "현재 그 세 가지 모두를 이루었으니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더해 국전 초대작가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국전은 적어도 서력이 10년 이상 된 이들이 경쟁하는 무대인만큼 초대작가가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전 초대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전 수상을 통한 점수가 10점이 되어야 하는데 홍 회장은 25년 간 붓을 잡아 지난 10년 동안 5번의 입상을 통해 5점을 쌓았다. 그리고 올해 특선으로 3점을 보태 목표에 크게 다가섰다. 특히 올해 특선에 당선된 출품작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자작시 '엄마의 강'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그 기쁨이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시인으로 시낭송가로, 서울여성회장으로 활동하느라 밤이나 돼야 붓을 잡을 수 있다는 홍일심 회장. 그럼에도 결코 놓지 않는 그의 붓 끝에서 오랜 세월 익어가는 그의 글씨 속에 그의 도심도 무르익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