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 기자

2015년 언론에 전세계 맥도날드 가맹점이 3만5천인데 비해 우리나라 치킨집은 3만6천개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올해 2월 지방행정인허가 자료에 나타난 전국 모든 치킨집을 합치면 8만7천여개로 그 위세는 가히 세계적이다. 그래서인지 치킨업계도 일찍 세계화에 눈을 돌렸다. 국내에서 웬만하면 누구나 알만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2003년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재작년 말 등록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만 무려 418개다. 그래서 이들은 과연 세계화에 성공했을까.

교촌치킨은 적자누적에 뉴욕매장을 폐점해 미국진출 10년만에 LA 1곳만 남았다. BBQ, 굽네치킨, 네네치킨도 해외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도 9개월만에 완전철수한 치킨사업을 ‘안에서 번 돈 밖에서 잃는 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잘팔리는 치킨시장이 해외서 실패한 가장 손꼽히는 요인을 현지화를 안했다는 데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에게 치킨은 특별한 간식으로 기본 단위가 한 마리다. 여기에 갖은 양념들로 프리미엄을 덧붙인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치킨은 간식 개념보다 주식에 가깝다. 그래서 밥과 함께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 경우 아주 맵고 다양한 고추 소스인 삼발(Sambal)에 익숙하기에 국내에서 아무리 매운 양념이라도 그들에게는 달착지근한 맛에 불과하다. 일본은 편의점 문화가 매우 발달된 나라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치킨집보다 편의점 치킨을 선호한다. 조각으로 팔고 가성비도 좋기 때문에 한국식 치킨은 밀릴 수밖에 없다. 해외 어디를 가든 우리는 좋은 것을 프리미엄으로 비싸게 판다는 전략이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전산종법사는 2일 총단회에서 ‘100주년 이후 과제’ 가운데 세계교화개척을 거듭 천명했다. 특히 원불교백주년을 기점해 ‘사오백년 결복’으로써 맞이할 준비로 해외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세계교화 경륜과 미주자치 교헌’ 정책연구소 혁신세미나에 참석한 고문국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은 세계화를 위해서는 현지인 교화자 배출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현지인 교화자 배출이 절실한 까닭은 원불교의 현지화 성공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원불교신문>이 올해 2월22일자 보도한 미주 동부교구 노스캐롤라이나교당 교도 정기훈련에서 회화시간 발표된 현지인들의 생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현지인 교도로서 느끼는 원불교 공부법에 대한 이질감, 교화단 모임에 대한 어려움 등을 토로하며, (중략) 원불교 법과 교화단 조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상의하달식의 일방통행으로는 현지인 교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 

[2019년 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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