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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어느덧 올해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사계절이 분명한 한국과는 달리 하와이는 두 계절만 있는데, 더운 계절과 더 더운 계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렇듯 날씨가 변동이 심하지 않는 하와이에서는 시간의 변화를 실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변동이 없는 날씨로 인해 어느 곳보다도 세월의 무상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이곳 하와이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14년이 되었다. 긴 시간인 것 같지만 뒤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순간적으로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12.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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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 작용하면서 경계에 대해서 연마해 본다. 영어로는 ‘바운더리(Boundary)’ 또는 ‘보더(Border)’로 번역 된다. 흔히 우리는 국경을 ‘보더라인(Border line)’이라고 하고 국경 지역을 ‘보더 랜드(Border land)’라고 번역한다. 내 마음 작용을 보면 ‘요즘 항상 이 지역(경계점)에 살고 있지는 않는가’반성이 된다. 나의 마음은 중생계와 법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중생계의 경계 속에 안주하고 중생의 삶으로 살아가다가, 스승님을 뵙거나 법문을 접하면 다시 부처의 삶을 살기도 한다. 그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10.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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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토요 요가 회원 중에 멜로디라는 회원이 있다. 그가 어느날 “훈련원 정원에 육지 거북이를 키워보면 어떠냐”는 권유를 했다. 거북이는 불교와 인연이 깊어서 한번 키우면 좋겠다고 하니 자기가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한지 몇 달이 흐른 지난 토요일에 자기가 아는 지인이 집이 좁아 키우기 힘들다고 하면서 지인과 함께 12살이 된 거북이를 훈련원에 데리고 왔다. 앞으로 80~90년은 더 살거라고 한다. 원래 입양 이야기는 몇 달 전부터 있었지만,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시간이 걸렸다고 한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9.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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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지난 6월 14일 유럽 연합 의회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유럽 연합 의회에서는 향후 도래할 미래 인공지능 시대가 초래할 여러 가지 등급의 위협 중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적인 기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사람 또는 특정 취약 집단에 대한 인지행동 조작(예를 들어 어린아이의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음성 인식 장난감). 둘째, 사회적 점수 매김: 행동, 사회 경제적 지위 또는 개인 특성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 셋째, 안면 인식과 같은 실시간 및 원격 생체 인식 시스템. 이 세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8.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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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미국 전무출신 훈련(6월 15~25일)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9시간 반이 걸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좁은 기내 좌석에서 굳어 있던 몸을 추슬러 공항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있는 중앙 기차역에 갔다. 거기서 원달마센터가 위치한 허드슨역까지는 기차로 또 2시간이 걸린다. 허드슨강을 따라가는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의 풍경을 보는데, 몸도 피곤하고 그날따라 하늘이 흐리고 비도 내려서 피곤한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원달마센터가 있는 허드슨역에 가까이 갈수록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활엽수림으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7.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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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훈련원의 식단은 아침에 빵을 먹으면 점심은 밥, 저녁은 면으로 이어진다. 그 순서가 바뀔 때도 있지만 빵이나 면은 간단한데(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밥을 먹을 때는 항상 ‘반찬이나 국을 무엇으로 하지?’하는 고민이 생긴다.그렇다고 해서 아침을 먹을 때부터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 시간 낭비일 것 같아 밥 먹기 전 한 시간이나 30분 전에 당일의 식욕에 따라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곤 한다. 다른 메뉴는 괜찮은데, 냉동실에 얼린 식자재는 미리 내놓아야 한다. 막상 일을 당해 하려다 보면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6.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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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한국에서 한 달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왔다. 하와이행 비행기 티켓을 받고 대기하고 있는데, 문득 ‘이제 가면 언제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가기 싫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동기 교무들 커뮤니티 방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글에 용기를 주는 댓글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이 두려운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봤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면서 ‘이렇게 몸을 씻는 것이 한국에서는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5.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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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원기94년(2009) 12월 29일에 황민정 원장님과 함께 하와이 훈련원에 왔다. 햇수로는 14년이지만 들고 난 것을 빼면 만으로 10여 년이다. 해외라는 특성상 단기간에 교화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교화 사업을 10년 했으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교화를 하다 보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기도 하고, 국내에 있는 동기들과 비교도 하며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잘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4.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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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훈련원이 있는 서쪽은 다른 곳에 비해 발전이 덜 된 지역이다. 특히 서쪽 끝 ‘마쿠아’라는 지역은 아직도 군사 보호구역이어서 자연환경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그 길의 끝에 ‘카에나 포인트’라는 주립 공원이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알바트로스 새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곳은 오아후 섬의 북쪽과 서쪽이 만나는 곳으로, 옛날 하와이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먼저 간 조상들이나 영혼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훈련원에서 카에나 포인트까지 는 걸어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옆으로는 태평양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3.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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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는 지구상에서 대륙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한국과는 비행기로 8시간 반 정도 거리이고, 미국 서부 도시 LA까지는 6시간이 걸린다. 그로 인해 대륙의 영향을 가장 늦게, 그리고 적게 받는다. 이런 이유로 하와이는 오랜 시간 평화로운 문화를 형성해 왔으며, 그 핵심에는 알로하(Aloha) 정신이 있다. 알로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 인사말로만 알고 있다. 물론 그 뜻도 있다. 하지만 이마를 서로 맞대고, 숨을 같이 들이 쉬고 내쉬면서 행해지는 그들의 행동은 서로의 영혼을 교환하는 행위이다.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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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섬들은 북위 19도(빅아일랜드)와 22도(카와이섬)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북회귀선인 북위 23도 바로 아래 위치한다. 따라서 매일 태양의 위도가 동지로 갈수록 짧아지고 하지로 갈수록 길어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저녁때쯤 훈련원에서 바다 쪽을 보면 점점 남서쪽으로 해가 지다가 정확히 12월 21일 동지가 지나면 그 해가 점점 서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겨울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고 해도 일찍 지기 때문에 훈련원의 닭들이 계란도 적게 낳는다. 반면 동지가 지나고 태양이 고도를 높이면 닭들도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3.01.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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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서 가벼운 집수리는 인력을 쓰지 않고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접 작업이 가능할 만큼 부품이나 장비를 판매하는 대형 자재매장이 잘 갖춰져 있다. 대형매장에는 많은 자재와 장비가 잘 구성돼 있기에 기술만 잘 익힌다면 여러 일들을 직접 할 수 있다. 이곳 하와이에 와서 몇 년째 훈련원 내·외부를 관리해오다 보니 나도 어느새 집 수리에 대해서는 준전문가가 되었다. 화장실 수리는 거의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추게 돼, 변기 전체를 교체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벽에 구멍을 내 시설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2.12.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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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훈련원은 1천여 평의 대지에 3층의 본관과 2층의 법당과 생활관으로 이루어진 대저택이다. 황민정 원장님과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워낙 넓다 보니 가끔 정원에 물을 틀어 놓거나 부엌에 불을 켜놓고 깜빡잊은채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실수를 할 경우는 아차 하고 빨리 끄는 반면, 원장님이 그러실 경우에는 짜증이 올라오면서 “또 그러시냐”고 말을 한다. 그 말을 하고 나서도 짜증이 증폭이 되어 지난날 내가 실수했을 때 핀잔을 들었던 기억까지 떠올리며 심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럴 때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2.11.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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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섬들은 수중 화산으로 생긴 섬으로 토질이 비옥하고 사시사철 기후가 온화해 식물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훈련원이 있는 섬의 서쪽은 많은 농장들이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훈련원 터도 옛날에는 사탕수수를 심었던 농토다. 토질이 좋아 묘목을 심으면 하루가 다를 정도로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예를 들면, 2010년에 내 키만 한 보리수 묘목을 심었는데, 12년 만에 그 나무가 벌써 3층 훈련원 높이만큼 크게 자라 그 보리수 그늘에서 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식물들이 자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2.10.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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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 훈련원 담장은 구겐베리아 나무 덩굴로 둘러쳐져 있다. 알록달록한 꽃이 피면 참 아름답다. 하지만 그 덩굴의 가시들은 독이 있어서 찔리면 약간의 마비가 올 정도로 아프다. 더운지역에서 너무 잘 자라는 탓에 훈련원에 와서 제일 큰일이 바로 이 담장 관리였다. 훈련원 옆 담장은 이웃과 함께 작업을 해서 꾸준히 관리해주는 반면 뒤쪽 담장의 구겐베리아 나무 덩굴은 관리를 소홀히 해서 무성했다. 그래서 큰마음을 먹고 나무 덩굴 작업을 하였다. 오랫동안 손질 하지 않은 덩굴들이 얽히고설킨 것을 잘라 가며 작업하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2.09.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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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나이 들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젊은 시절에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니 자다가 중간에 몇 번씩 깰 때가 있다. 특히 이번 여름은 더위 때문에 그런 날이 많다. 하와이 훈련원은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밤에는 시원하지만 바람이 없는 날은 선풍기를 켜놓아도 더울 때가 있다. 그런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잠을 깬다. 그렇게 잠을 설치면 그 밤이 왜 그리 긴지 모른다. 다음날 일과가 있기 때문에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 그래도 잠이 안 오는 날은 차라리 시
Aloha 하와이
현상호 교무
2022.08.14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