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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뿌리를 스쳐 /가난한 마을의 토담을 돌아 /열두 골 샅샅이 모여든 /영산강 오백 리 서러운 가람아 먼 천심(天心)처럼 푸르고 /어질 디 어진 청춘의 마음인 듯 /푸른 바다로 푸른 바다로 가는 길이기에 /밤낮 없이 흘러가며/하냥 여울져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킴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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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8.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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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景流空地欲蒸 쇠가 햇볕에 녹아 흐르고 땅도 찌는 듯한데午窓揮汗困多蠅 점심때 창가에서 땀을 뿌리며 몰리는 파리가 성가시다憐渠解引淸風至 저 부채가 맑은 바람을 끌어올 줄 아니 기특하도다何必崑崙更踏氷 어찌 반드시 곤륜산에 가서 얼음을 밟아야만 하리團扇生風足 둥근 부채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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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8.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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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差山影倒江波 높고 낮은 산 그림자는 강 물결에 어른거리고垂柳千絲掩酒家 버들가지 천 가지가 주막을 덮었구나輕浪風生眠鷺起 잔물결 바람결에 잠을 자던 백로가 놀라서 일어나는데漁舟人語隔煙霞 강 안개 속에서 어부들 이야기 소리가 들리누나'뱃놀이(泛舟)' - 이매창(李梅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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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7.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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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윤회 있어 받아야 할 몸이라면아예 목숨일랑 허공에 앗아지고한 오리 연기로 올라 구름이나 되려오무수한 해와 달을 품안에 안아보고삼라만상을 발아래 굽어보고유유히 산악을 넘는 구름이나 되려오저녁놀 비껴 뜨면 꽃구름이 되었다가때로는 한 하늘 먹장으로 덮어도 보고아침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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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7.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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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來安否問如何 요즘 안부가 어떤지 묻노니 月到紗窓妾恨多 달빛 비친 창에서 첩의 한은 많기도 하다若使夢魂行有跡 만일 꿈의 넋이 다니는 길이 있다면 門前石路已成砂 문 앞의 돌길이 반이나 모래가 되었으리'스스로를 읊음(自述)' - 이옥봉(李玉峯 연대미상 선조 때 여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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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7.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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去年喪愛女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잃고今年喪愛子 올해엔 아끼던 아들을 여의었네 哀哀廣陵土 슬프디 슬픈 광릉의 땅이여 雙墳相對起 두 무덤이 마주 서 있구나肅肅白楊風 쓸쓸한 바람이 백양나무에 불고 鬼火明松楸 도깨비불이 밝은 소나무에서 번쩍인다紙錢招汝魂 종이돈을 날리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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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7.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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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1954,10, 5)'거미'- 김수영(金洙暎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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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6.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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溪響夜來多 시냇물 소리 밤이 들자 또렷해져서蕭蕭枕邊到 졸졸졸졸 베게 머리에 들려오느니幽人和睡聞 고요히 사는 사람이 잠결에 들으니夢作千山雨 꿈속에서 온 산에 비가 내리는구나'시냇물 소리를 들으며(영溪)' - 임제(林悌 1549~1587 조선 중기의 문인)임제의 본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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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6.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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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持一卷蘂珠篇 손에는 한 권 도가의 경전 예주편을 들고讀罷空壇伴鶴眠 빈 단에서 읽다가 학을 친구하여 잠들었네驚起中宵滿身影 깊은 밤 놀라 일어나니 몸에 가득한 그림자冷霞飛盡月流天 차가운 노을은 달빛 흐르는 하늘로 사라지네'삼차강의 솔과 달(三叉松月)' - 최경창(崔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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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6.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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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去無如病客何 봄이 지나는 걸 병든 나그네가 어찌 하랴出門時少閉門多 집을 나서는 일은 드물고 문을 닫을 때가 많구나杜鵑恐有繫華戀 두견새는 공연히 화려함을 좋아하여啼在靑山未落花 청산의 아직 지지 않은 꽃에서 울고 있구려'봄이 지난 뒤(春後)'- 백광훈(白光勳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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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6.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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寺在白雲中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白雲僧不掃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 않네客來門始開 손님이 오니 문은 열리누나萬壑松花老 온 골짜기에 가득한 솔 꽃가루.'산사(山寺)' - 이달(李達 조선 중기의 시인)이달(李達)의 본관은 홍주, 호는 손곡(蓀谷)으로 백광훈, 최경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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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5.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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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地春將晩 객지에서 봄이 저물어가니 年光奈老何 나이가 늙는 것을 어찌하나 林花經雨少 비가 잠깐 비쳐 숲 속의 꽃은 지고 鳥語得晴多 새 소리는 더욱 맑아지는 구나 身世悠悠客 신세는 한가로운 나그네 乾坤浩浩歌 천지에 거칠 것 없이 노래 부르니 忘生憑底物 삶을 잊으려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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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5.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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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思相見只憑夢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농訪歡時歡訪농 내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願使遙遼他夜夢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一時同作路中逢 같이 떠나 길 속에서 만나 지고.'꿈길(相思夢)'- 황진이(黃眞伊 조선 중종 때 기생 시인)황진이는 박연폭포,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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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5.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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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斷處是靑山 흰 구름이 끊어진 곳은 푸른 산이고 日沒天邊鳥獨還 해지는 하늘가에서 새는 혼자 돌아오네劫外慈容常觸目 기나긴 세월 밖 자비로운 얼굴 늘 만나니 木蘭花發水潺潺 목련꽃 피는 날에 물은 흐르고 또 흐르네.'문수의 얼굴(文殊面目)' - 태능(逍遙 15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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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5.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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早脫紅塵出故關 속세에서 벗어나려고 고향을 떠나芒鞋踏破遍名山 짚신 신고 명산을 두루 떠돌았다네昔年秋月隨雲去 지난해 가을에 구름을 따라 갔다가今日春風渡水還 봄바람에 오늘은 물 건너 돌아왔네肉味那知蔬味苦 고기 맛으로 나물 쓴 맛 어찌 알며錦衣誰識衲衣寒 비단 옷 입고 승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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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4.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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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媒經路章蕭蕭 지름길 찾는 이 없어 글을 읽기가 쓸쓸하고門掩空庭思寂廖 문이 닫힌 빈 뜰을 생각하니 외롭기만 하네百鳥不來春又過 뭇 새는 날아오지 않았는데 봄은 또 지나가고庵前時有白雲朝 암자 앞에는 때때로 흰 구름만 눈에 들어온다.산에 살며(山居集句四) - 유정(惟政 15...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3.04.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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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外春林聽子規 창밖에 봄이 온 숲에서 소쩍새의 소리를 듣고力衰驚起楫花枝 쇠잔한 몸이 놀라 일어나 꽃가지를 흔들어 본다天涯忘却來時久 하늘가 멀리서 온 지가 오래 되었음을 잊었다가便到今宵記得歸 문득 오늘밤에 이르러 돌아가야 함을 생각케 한다.'소쩍새 소리를 듣고(聞杜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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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4.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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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三冬)을 참아 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아른아른 높기도 한데'봄' -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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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시인
2013.04.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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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湖轉粟當嚴冬 서호에서 곡식을 운반하는데 엄동설한을 만나萬民難給千夫膳 만 백성이 병정 천 명의 식량도 공급하기 어렵구나師到南原拍馬廻 군의 참모가 남원에 이르러 말 채찍질하여 돌아가는데賊衆猶屯求禮縣 적의 무리는 아직도 구례 현에 주둔하고 있도다萬조비휴霜滿野 수만 군사는 ...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3.03.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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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아리땁던 그 아미높게 흔들리우며,그 석류 속 같은 입술죽음을 입 맞추었네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이주의 시
이원구 시인
2013.03.22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