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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소문주 교도] 지난해 봄 초저녁 시간, 번개탄을 샀다는 문자를 받았다. 내담자의 비상 연락망이 없어 먼저 신고를 했다.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계속 문자를 하는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은 하얘지는 상황, 그리고 울부짖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왜 경찰을 보냈냐, 나는 이 사람들이 우리집 앞에 와 있는 걸,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 선생님 때문에 이게 뭐냐….”그리고 “선생님은 매뉴얼대로만 움직였잖아요!”라고 했다.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그의 집에 들어간 경찰은 내게 와 줄 수 있냐고
생명의 대화
소문주 교도
2024.03.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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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네”“자살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나요?” “네, 어떤 도구를 쓸지 어디서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실제로 행동에 옮겨본 적도 있나요?” “아니요, 생각만 해봤어요.”지난해 여름, 군 생활을 힘들어하던 용사와 나눴던 대화다.축 늘어진 어깨와 생기 없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들숨과 날숨 사이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대화를 이끌었던 상담. 혹여 나의 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며 아슬아슬한 상담을 이어갔다. 줄타기와 같은 상담을 이끌어
생명의 대화
구일승 교무
2024.02.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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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님, 자살예방사업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혹시 주위에 자살하신 분이 있으세요?”지난해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였다.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해 문화사회부에서 진행한 ‘다시살림’ 캠페인의 성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던 날, 기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어온 질문이다. 그 순간 몇가지 기억들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종교계와 협력 사업을 요청해 왔다. 당시 서울교구 〈한울안신문〉 편집장이었던 필자는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는 죄(?)로 느
생명의 대화
박대성 교무
2024.01.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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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정조련 센터장] 올 한 해도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는 학교학생들을 위한 폭력예방과 치유, 명상 프로그램, 민원에 시달리는 지자체 단체기관 직원들의 우울감, 위기스크리닝검사,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고 무망감에 빠진 노인센터의 자살예방 및 자살위기상담 등을 쉬지 않고 지원해왔다. 특히 올해는 센터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엄마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불특정 대상을 향해 이상행동을 하는 자녀를 돌보는 지역 엄마들의 마음 돌봄은 명상 및 집단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는데, 고통과 보람, 감동의 물결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었다.
생명의 대화
정조련 센터장
2023.12.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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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해정] “어르신 잘 주무셨나요? 오늘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요즘 상담사로서 주 1회 어르신들이 계신 곳을 찾고 있다. 한 분 한 분 관심을 갖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신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노래와 손뼉을 치고 ‘엄지 검지’를 하는데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엄지’해도 엄지,‘검지’해도 엄지, 자세히 보면 어떻게든 검지를 하고 싶어하지만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떤 어르신은 엄지도 검지도 어려운지 계속 손뼉만 친다. 그러면서 활짝 웃을 때 아랫니가
생명의 대화
김해정
2023.11.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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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형안]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혼자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도 마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고, 길을 가다가 막막해질 때도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하는 우리나라에는 이 세상에서 혼자만 힘든 것처럼 중압감을 느낄 때가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에서는 매년 살사(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의 하나로 모래상자 놀이치료를 한다. 어느날 50대 중반의 여성이 어두운 표정으로 상담실을 노크했다. 자녀와의 관계,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불안
생명의 대화
김형안
2023.11.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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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임성희] “선생님, 죽는 사람 살리는 셈 치고 내 얘기 좀 더 들어 주세요” 정해진 상담시간을 훨씬 넘겨 두 시간 째 이야기를 이어가던 희영(가명)씨가 회기 마무리를 하려던 내게 한 말이다. 20대 중반의 희영 씨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의 장녀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했던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성공에 대한 욕구가 컸던 부모는 희영 씨를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등 남다른 교육을 시켰지만 학업성취는 부모의 기대만큼 되지 않았다. 이 문제로 부모에게 과도한 비난을 받으면서
생명의 대화
임성희
2023.09.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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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임성희]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상담실로 들어오신다. 움직임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기도 하고 보행기를 끌고 오기도 하면서 상담실로 들어와 한주간의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이 곳은 독거노인의 우울성향 감소를 위한 ‘해소하자 우울감, 소외감!’모래상자치료 집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상담실이다.처음 방문한 어르신들은 “여기는 대체 뭘 하는 곳인가”하는 호기심과 기대감, 또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상담실에 들어와서 준비돼 있는 모래상자와 소품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어르신들은
생명의 대화
임성희
2023.08.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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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영애] 영자(가명)씨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선택적 함묵증이었다고 했다. 선택적 함묵증이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언어만 사용하고 말을 하지 않는 우울증의 일종이다. 영자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순했고 존재감이 없었다. 청소년기를 외톨이로 지내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사내커플로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학으로 자수성가한 근면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남편만 바라보던 시댁 가족들의 무지, 억지, 빈곤으로 영자씨는 신혼부터 힘겨웠다. 아이를 얻는 기쁨도 잠시, 남편이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어 영자
생명의 대화
이영애
2023.05.2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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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승혜] 한 연구를 통해 웃는 얼굴 사진을 흉내 내거나 입꼬리를 바짝 올린 실험 참가자들의 행복지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위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소를 가득 띤 표정을 지은 상태에서 화가 치미는 감정을 느끼기는 정말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세를 바꾸기만 해도 상당 부분 감정을 바꿀 수 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자세를 2분간만 취해도 몸에서는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활기차고 적극적인 기분이 된다. 반대로 움츠리는 자세를 취하면 무력하고 위축된 기분이 든다. 마
생명의 대화
박승혜
2023.04.23 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