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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 로봇 같은 기계 한대가 이틀 만에 수십 마지기 논의 벼를 다 베어냈다. 옛날 같으면 수십 명이 동원되어 며칠 동안 꼬박 해야만 끝낼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볏단만 남겨진 논은 삭막한 풍경으로 변했다. 벼 이삭을 쪼는 새들마저 떠나버리고, 윙- 윙-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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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12.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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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이 장독대에 쏟아진다. 너무 투명해서 가슴까지 청명해진다. 짙은 커피색의 낙엽이 바람에 쫓겨 마당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제철도 모르고 피어있는 동네 오솔길의 코스모스가 벌써 시들어가고 있다. 봉숭아꽃이 사라진 돌담 화단에는 키 큰 해바라기가 구부정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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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10.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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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이 장독대에 쏟아진다. 너무 투명해서 가슴까지 청명해진다. 짙은 커피색의 낙엽이 바람에 쫓겨 마당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제철도 모르고 피어있는 동네 오솔길의 코스모스가 벌써 시들어가고 있다. 봉숭아꽃이 사라진 돌담 화단에는 키 큰 해바라기가 구부정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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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9.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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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그쳤다. 방금 물청소한 초등학교 교실처럼 온 동네가 산뜻해졌다. 집 뒷쪽으로 수십 마지기 논의 벼들이 바람이 불때마다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무릎까지 차올라 멀리서 보면 벌판 같은 그 위로 고추잠자리 떼가 비행한다. 요즘 삶의 무게로 둔해진 내 몸을 비웃기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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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8.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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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다. 심장을 내보이듯 새빨간 덩어리, 금방이라도 피를 쏟을 것 같은 장미꽃이 시들어갈 무렵, 담장넝쿨로 뒤덮인 돌담, 그 밑으로 봉숭아 채송화 분꽃이 자라고 있다. 5년 전에 부지런한 동네이장이 집집마다 꽃씨를 나눠줬는데, 귀찮기도 했지만, 버리기도 죄스러워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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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7.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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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다. 아침저녁으로 나는 산길을 달린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꽃송이를 도로로 늘어뜨린 아카시아, 그 볼품없는 나무의 꽃내음이 열어놓은 차의 창문으로 비릿하게 진동한다. 나는 한동안 무엇인가에 유혹당한 설렘으로, 참지 못하고 홍등가를 배회하는 사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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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6.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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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눈처럼 꽃잎을 날려 축제를 즐겼던 벚꽃도, 여인의 모습으로 순수를 알렸던 목련도 이제는 무성해진 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담장 밑의 대추나무는 아직도 앙상한 가지로 저 혼자 죽음에 빠져 있다. 그러나 계절은 벌써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비온 후의 들판은 푸름이 지나쳐 서러워온다. 집 뒤쪽으로 논과 밭을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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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5.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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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를 한의 역사라 한다. 이 말은 어릴 때부터 한을 쌓고 살아온 임권택 감독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그의 영화 와 를 감상하여 그의 한을 살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임권택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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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4.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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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10일, 1500여명의 승객과 700여명의 승무원을 태운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을 향해 영국의 사우스 햄프턴 항구를 출발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항해 4일 만에 빙산과 충돌하여 대서양의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았다. 타이타닉호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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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3.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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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의 에서 얼굴이 반반한 여자는 영악했다. 사랑과 결혼을 분리하여 사랑은 잘생긴 젊은 남자하고 즐기고 결혼은 돈 많은 의사하고 한다. 남편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더 신나는 인생이 있을까? 분명 이 여자에게 결혼은 미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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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2.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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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니콜 키드먼의 인상은 차갑다. 그러나 그 냉정한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것들은 뜨겁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사랑과 욕망, 야망과 용기로 버무려진 인물들을 거침없이 연기했다. 그녀가 스스로 야심가라고 밝혔듯이, 그게 그녀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 동안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수상했고, 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호주출신의 그녀는 눈부신 아메리카드림을 이룬 것이다. 그녀의 성공은 전남편 톰 크루즈의 후광이 아닌 그녀 자신의 열정의 결과물로 보인다.11년 동안 톰 크루즈의 아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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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9.01.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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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가장이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칠순의 그의 아버지가 아들 대신에 빚 독촉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해 끝내 목숨을 끊었다. 숨어있던 가장이 돌아와 죄책감으로 고민하다가 부인과 어린 남매를 데리고 동반자살을 했다. 이 비극은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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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8.12.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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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의 는 노골적인 미국 찬가다. 독립기념일을 이틀 남겨놓은 7월2일, 거대한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나타나 각 나라의 도시를 공격한다.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용감하다. 그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직접 전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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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8.1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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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허무의 끝은 치명적이다. 쫓겨 도달한 막다른 골목에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는 많다. 외설시비로 오랫동안 지하로만 떠돌아다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그 중 하나다. 삭막하다.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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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8.10.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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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이창동 감독의 이다. 내용은 이렇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가 남편의 고향으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던 중 아들이 납치되어 시체로 발견되고 여자는 고통으로 방황한다. 그때 우연히 찾은 교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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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8.09.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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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아이는 곧 하늘의 모습이니라. 오직 변하지 않는 그대로 나를 불렀느니라. 이런 순수함이 세상을 밝게 비추리라."애니메이션 에 나오는 보살의 대사다. 하늘의 모습이 엄마의 모습이고 엄마의 모습이 부처의 모습이고 부처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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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윤 감독
2008.08.15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