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갓신창- 부서진 갓에서 나온 끈, 개니빠디- 개의 이빨, 너울쪽- 판자 조각
짚검불- 짚 부스러기, 가락잎- 가랑잎, 짗- 깃, 개터럭- 개털, 재당- 재종 육촌,
문장- 문중어른, 갓사둔 - 새사돈, 몽둥발이- 불에 타 몸만 남음

'모닥불' - 백석(白石 1912 ~ ? 일제강점기)


1930년대에 활동한 백석은 고향인 평안도 말맛을 살리고 모더니즘과 토속성을 조화시키면서 북방의 정서를 능숙하게 표현했다.

예전엔 잡것들을 태우면서 함께 반성하고 서로 용서했다. 바로 불의 정화 작용이다. 가축도 한 식구처럼 여기던 전통은 사라지고 물신(物神)이 제왕이 되면서 세상의 조화가 깨졌다. 정신이 가난해진 탓. 주는 것이 받는 것이라면 되로 퍼주면 말로 받지 않을 것인가. 눈앞의 이익보다 영원의 잣대로 재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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