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엔 마음까지 추워지나 보다. 몸이 이불속에서 움츠려있듯, 마음도 안일해짐과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심삼일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인지….

신년 초에 세웠던 계획들,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들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2월 중순에 접어든 요즈음 나는 현재의 생활에 안주만 할 뿐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었을 때, 나의 이러한 마음을 소중한 인연들이 옆에서 깨워줬다.
중학교시절 학교법당에서 만나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며 정을 쌓은 친구들이 있다.

함께 원불교 훈련을 나고 동아리 일도 서로 도와가며 친해진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가끔 만나 서로의 이야기도 하며, 기쁜 일 슬픈 일을 챙겨주는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나는 요즘 게을러진 틈을 타 투정을 부리게 됐다.'생활이 지루하고, 마음이 안일해져가는 것 같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지금 마음이 따라와 주질 않아….' 정말 아무 문제될 일도 아닌데 몸이 편한 나머지 친구들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어린 아이 같은 유치한 투정에 "잘 쉬었어. 어쩌면 휴식을 제대로 취하는게 공부일지 몰라 애썼어"라는 친구의 진심어린 한마디가 나를 반성케 한다.

'그러면 안되지.', '니가 그럴줄 알았다'고 쉽게 말하는 주위 사람들과 달리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친구의 애썼다는 한마디로 인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정말 제대로 쉬었지….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앞서 하는 친구, 더욱이 건강이 안 좋아져 하던 일을 모두 접고 고향인 익산으로 내려와 있는 친구였다.

몸도 마음도 나보다 더 힘든 상태인 친구 앞에서 투정을 부린 내가 부끄러워지며 나는 이 친구에게 또 내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말을 했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또 다른 나의 소중한 인연은 법연이다. 원불교법으로 하나가 된, 대도정법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정산종사께서는 영생을 놓고 볼 때 혈연보다 법연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또한 〈정산종사법어〉 무본편에서는 우리가 영겁을 통하여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서원과 법연인데, 서원은 우리의 방향을 결정해주고 법연은 우리의 서원을 이끌어 주며 북돋아 준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법연들은 묵묵히 내 곁에서 나의 서원을 이끌어 주는 인연임에 틀림이 없다.

대종사님 법의 기운을 함께 나누며 옳은 것을 취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법연이야 말로 혈연과 더불어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인연이고, 또한 나도 그들에게 그러한 상생의 기운을 주는 법연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연한 인연은 없다. 나의 법연들은 전생에 나에게 무슨 도움을 주었길래 이토록 내가 베풀어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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